오늘을 생각한다/ 정초시 충북발전연구원 원장

▲ 정초시 충북발전연구원 원장

필자는 몇 년 전에 영국 런던 소재의 SOAS라는 대학에서 6개월간 연구교수로 있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비교적 부유한 어느 할머니의 집에 초대받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기대와는 달리 매우 초라할 정도의 음식과 오래된 찻잔 속의 홍차, 비스켓 한 조각의 디저트가 전부였다. 처음에는 혹시 내가 동양인이라서 차별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내심 불편하였지만, 곧 이러한 것들이 그들의 지극히 일상화된 문화의 일부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당시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수년 간 1% 대에 머물 정도로 저성장의 보편화가 오랜 기간 진행되고 있었다. 그들은 절약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었으며, 그 가운데에서 역사와 문화의 풍성함을 누리며 사는 법을 알고 있었다. 결국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신적 자산으로서 자본주의경제와 잘 어울리는 문화가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저성장으로부터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회적 갈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지게 되었다.

2015년 한국경제는 당초 약 3.8%의 성장률예측에서 최근에는 2.7% 성장률까지 낮게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저성장 기조는 향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문제는 과거 고도성장기를 겪으면서 수면 아래에 묻혀왔던 사회갈등 요인들이 미래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서서히 드러난다면, 과연 우리 사회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인내할 수 있느냐이다.

지난 5월 메르스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사회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많은 사람들은 메르스 감염으로 인한 환자들의 공간적 격리를 심리적·사회적 격리로 이해하면서 감염자에 대한 많은 비난을 쏟아냈는데, 그들을 우리 모두의 공동체원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사회적 격리 대상으로 보면서 갈등을 증폭시켰다. 우리 사회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고령화와 저성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었을 때 발생가능한 문제들로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져 청년들과 고령층들 간의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며, 고도성장기를 경험했던 세대들이 갑작스런 저성장으로 인한 미래에 대한 좌절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표면화 및 이의 해결을 위한 갈등조정의 비용 증가, 조세수입의 감소 및 각종 사회복지비용의 지출 증대로 인한 재정수지악화 등을 예상하고 있다.

충북경제가 전국비중 4%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국 평균성장률보다 약 2% 정도 높은 성장률을 가져야 가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처럼 지자체의 강력한 정책의지와 도민들의 동조 추세로 본다면 이와 같은 성장률은 달성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충북경제가 전국대비 4% 경제를 달성하였다고 하더라도, 한국 사회에 보편적으로 예상되는 저성장으로 인한 많은 사회경제적 문제들과 무관할 수 없다. 결국 충북은 4% 경제실현과 더불어 저성장 기조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해답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정신적 자산의 축적에 따른 올바른 문화의 형성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정신적 자산을 사회적 자본이라 부르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덕목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우선 충북인들이 미래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4% 경제를 달성하려는 의지의 공유와 더불어 이것이 충북인들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믿음이 전제된 가운데 더 나은 미래는 단순한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공동체적 가치가 확대된다는 신념에 근거해야 한다. 또한 공동체적 가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각들에 대한 경청과 존중, 그리고 이를 통하여 얻어지는 집단지성의 힘을 모두가 수긍하고 따라야 한다. 이렇게 될 때 타인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것이며, 이를 통하여 탁월한 인재가 충북에 유입되고 양성되어 장차 충북의 미래를 선도할 지도자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단순한 팔로우어가 아니라 선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동안 가졌던 고정관념, 즉 낡은 사고방식, 지역주의,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의식, 편안함의 추구 등을 극복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불확실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환경에 앞서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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