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억여원, 올해 57억여원으로 증가···국비확보 위해 필수자료 돼
“수천만원 혹은 몇 억원 들인 용역서 첨부했는데 국비 못 받으면 휴지”

▲ 충북경제 4%실현 발전전략 수립 연구용역은 충북발전연구원이 8800여만원을 받고 수행했다. 용역없이 이뤄지는 사업이 별로 없을 정도로 용역이 일반화됐다. 사진은 ‘충북경제 4%실현 비전선포식’

충북도는 도의회에 행정사무감사 자료로 2014~2015년 ‘정책연구용역 심의현황’ 자료를 제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연구용역이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구용역 건수는 모두 52건이었으나 올해는 65건. 이에 비례해 예산도 증가했다. 지난해는 41억여원 이었으나 올해는 57억여원으로 16억여원이 늘어났다.

하지만 사업이 늘어나는 만큼 용역도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보다 철저한 사전 검열로 예산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충북도 용역 중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국비확보 논리자료로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비확보용으로 발주한 용역은 식품안전문화정착지원센터 건립 타당성 용역 1800만원, 세종대왕을 테마로 한 문화관광 특화전략 마련 연구용역 1455만원, 유기농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 기본계획수립 용역 1900만원, 유기농복합서비스 지원단지 조성 기본계획 수립용역 1800만원 등이다.
 

또 2016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 국제행사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은 국제행사 승인을 받지 못하자 2018년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용역을 실시했다. 이 용역도 결국 국비확보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무려 6600만원이나 들어갔다.
 

그리고 올해는 화장품·뷰티진흥센터 건립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연구용역 5500만원, 해양수산문화과학관 건립 기본구상·타당성조사 연구용역 1억5000만원, 한류명품드라마거리 조성 연구용역 1350만원 등이 예산확보용으로 쓰였다. 이어 기계철도산업종합지원센터구축방안 연구 2700만원, 국가대표 진천선수촌스포츠테마파크 기본구상·타당성조사 용역 2550만원, 119소년단수련원 건립 기본구상·타당성조사 연구용역 3600만원도 있다.
 

그런가하면 유기농산업클러스터 세부사업계획 및 운영방안 연구용역 7500만원, 지능형산업 제조혁신기반구축 타당성 조사용역 4500만원 등도 국비확보를 위한 용역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상당히 많다. 이런 연구용역들은 한 건당 기천만원, 경우에 따라서는 1억원이 넘는다.
 

이에 대해 충북도 공무원 모 씨는  “국비를 따기 위해서는 용역서를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정부부처에서는 사업계획서 몇 장 내야 쳐다보지도 않는다. 타당성 논리개발 같은 것은 공무원들이 자체적으로 하기 힘들어 전문기관을 통해야 한다. 사업을 많이 하니 용역비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연구용역서는 해당분야 전문가의 연구와 분석이 들어가 내용을 풍부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잘 활용하면 행정기관에서도 큰 도움을 받는다. 행정기관에서는 전문가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전문가는 지식을 활용하니 누이좋고 매부좋은 것 아닌가”라며 “하지만 돈만 쓰고 말 때가 있다. 기껏 용역서를 첨부했는데 국비를 못 받거나 일부만 받아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다. 그러면 사업을 포기하든지 축소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몇 천만원 들인 용역서는 휴지가 되고 만다”고 털어놓았다.

 

캐비닛 속으로 들어가도 아무도 책임안져
 

또 일부 용역은 국비를 확보한 뒤에는 캐비닛 속으로 들어가고 실제 사업을 할 때는 참고하지 않아 오로지 예산확보용으로만 쓰이는 경우도 있다는 게 공무원들 말이다. 이런 경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무원들도 관행처럼 넘기고 있다.
 

실제 지자체 용역에 대해서는 예산낭비가 많다고 보는 비판적인 시각들이 늘 있어왔다. 도의회 박한범 의원(새누리·옥천1)은 지난 17일 행정감사에서 “정책연구용역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행자부에서 구축 운영중인 연구용역시스템 ‘프리즘’ 등에 결과물을 게시해 적극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청주시의회 최진현 재정경제위원장은 지난 2월 2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불공정·불요불급 용역에 대해 행정처분이나 소송 등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그는 “2015년 본예산에 편성된 각종 용역비는 170여억원이고 추경편성 예정분까지 고려하면 200억원에 달한다”며 “일부 용역은 결과가 시정에 반영되지 않고 사장되고 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청주시가 발주한 지난 5년간과 올해 특정인·특정학교·특정기관·특정업체 발주용역과 불공정하고 불요불급한 용역을 정리해 낭비되는 혈세들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용역+마피아’라는 의미의 ‘용피아’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실제 청주시는 충북도보다 사업을 훨씬 많이 해서 용역비도 많다. 청주시 용역은 특정인맥과 특정기관 쏠림현상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반면 충북도 용역은 충북발전연구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연구원을 빼면 특정기관이 독식하는 사례는 없다.
 

연구용역에 대한 예산낭비를 줄이고 용역을 행정에 적극 반영토록 해서 본연의 취지를 살리려면 지방의원들의 감시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충북도의회는 겉만 훑고 지나갔고, 청주시의회는 오는 24일부터 행정감사에 돌입한다. 시의회가 ‘용피아’들을 밝혀낼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대부분 ‘원안 통과’ 이유 있었네
충북도 연구용역심의위원회에 간부 13명 참여···위촉직은 6명 불과

 

충북도는 무분별한 연구용역 발주를 막기 위한 장치로 정책연구용역심의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많다. 총 19명의 위원중 당연직이 13명이고 위촉직은 절반도 안되는 6명에 불과하다. 배보다 배꼽이 큰 구조다. 당연직은 당연하게 들어가는 사람들이고, 위촉직은 도에서 관련분야 전문가를 따로 위촉한다. 게다가 위원장도 행정부지사가 맡고 있다. 당연직은 도 간부들로 행정부지사와 각 실·국·본부장, 기획관이 들어가 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위촉직은 대학교수 6명이 하고 있다. 임기는 2년.
 

도는 “도 예산으로 하는 모든 정책연구용역을 대상으로 하고 용역 추진방식과 예산규모의 적정성, 결과활용 목적의 명확성 등을 따진다”고 하나 외부인사는 31.6%에 불과하고 나머지 68.4%에 해당하는 위원들이 도 간부라는 사실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이 위원회에 올라오는 용역은 대부분 원안 통과된다. 지난해 총 54건 중 원안 통과는 43건이고 조정이 9건, 유보가 2건이었다. 올해는 총 65건 중 원안이 60건이고 조정은 5건에 불과했다.
 

모 인사는 “해당기관 간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교수 몇 명 들어간 위원회는 기관 의견대로 하기 쉬운 구조다. 아무리 용역이 각 실·국에 퍼져 있다고 해도 쓴소리를 하고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는 전문가들이 많이 들어가야 한다. 위원회는 불필요한 사업과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요식행위밖에 안된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