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화양,옥천 율원,미원 옥화,칠성 갈은구곡 등 기록 남아

 
7일은 24절기 중 11번째인 소서(小暑)다.

예부터 소서를 전후해 장마가 지기 쉽고 서서히 더위가 시작된다고 했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무더운 여름철 어디서 피서를 즐겼을까. 단지 물이 맑고 시원하다고 찾았을 사대부는 아니었던 듯싶다.

충북에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경북에 못지않게 구곡(九曲)이 많다.

20여 곳에 이르는 구곡 가운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괴산군 청천면 화양구곡(華陽九曲)은 지난해 8월 구곡으로서는 처음으로 명승 110호로 지정됐다.

속리산국립공원 화양천을 중심으로 3㎞에 걸쳐 하류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좌우 자연경관이 빼어난 화양구곡은 조선 성리학의 대가인 우암 송시열(1607~1689)이 머물던 곳이다.

우암 사후에도 수제자인 수암 권상하(1641~1721)와 단암 민진원(1664~1746) 등이 찾았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 700명과 함께 전사한 중봉 조헌(1544~1592)은 옥천군 군서면에서 군북면에 이어지는 율원구곡(栗原九曲)에서 더위를 식혔다.

위정척사파 학자로 일제에 항거하다 순국한 의당 박세화(1834~1910)는 제천시 덕산면 용하수계곡과 수문동계곡 일대를 용하구곡(用夏九曲)으로 설정했다.

담·소·폭포·여울·암반·자연첨석 등 자연경관 요소에 박세화는 잠시나마 시름을 덜었을 듯하다.

'옥화대'란 이름으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청주시 미원면 옥화구곡(玉華九曲)은 서계 이득윤(1553~1630)이 즐겨 찾은 절경이다.

'마지막 남은 비경'이라고 할 수 있는 괴산군 칠성면 갈은구곡(葛隱九曲)은 수많은 문사(文士)의 발길이 닿았다.

명경지수와 함께 기암(奇岩)·고송(古松)이 어우러진 갈은구곡 중에서도 절경인 7곡 고송유수재(古松流水齋)에는 너른 암벽 면에 많은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갈은구곡을 설정한 전덕호(1844~1922)는 물론이고 이조참의와 군국기무처 회의원을 지낸 한말 역사학자이자 민속학자 이능화(1869~1943)의 부친인 이원긍(1849~1919)도 이곳에 발을 담갔다.

경술국치에 자결 순국한 애국지사 홍범식(1871~1910)의 부친이자 대하역사소설 '임꺽정'의 저자 홍명희(1888~1968)의 조부인 친일파 홍승목(1847~1925)도 이곳에서 천렵했으리라.

조선 숙종대 연풍현감 조유수(1663~1741)는 우의정을 지낸 자신의 삼촌 조상우(1640~1718)를 기리기 위해 수옥정(漱玉亭)이란 정자를 짓고 20여 m 절벽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수옥폭포 아래에서 삼복더위를 식혔다.

그 뒤에 연풍현감으로 온 풍속화가 김홍도(1745~1806) 역시 수옥폭포의 힘찬 물줄기를 붓으로 표현했다.

김홍도가 연풍현감을 지낸 뒤 화첩에 담은 단양 사인암(舍人巖)도 사대부들이 즐겨 찾은 대표적인 피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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