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정초시 충북발전연구원장

▲ 정초시 충북발전연구원장

이스털린은 1974년 논문에서 경제성장과 국민의 행복수준에 관한 상관관계를 발표하였다. 그에 의하면 1인당 국민소득이 일정수준까지 증가할 경우에는 국민들의 행복수준도 동반하여 증가하지만, 어느 단계를 지나면 경제성장이 국민들의 행복수준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여, 후일 “이스털린 역설”이라고 불리었다.

이후 많은 학자들이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하였는데, 연구결과 대체로 이스털린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는 듯하며, 1인당 국민소득수준이 약 15,000$에 이르면 경제성장이 더 이상 국민들의 행복수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스털린 역설에 현저하게 상반되는 실제적 사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이다. 특히 덴마크는 1인당 국민소득이 2014년 기준으로 61,885$에 이르는데 행복수준은 항상 5위 이내에 들고 있으며, 노르웨이, 스웨덴도 모두 1인당 국민소득이 각각 약 10만$, 5만8천$에 이르지만 행복수준도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들은 어떻게 높은 국민소득과 더불어 행복수준도 높일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바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에 있다.

통상적으로 사회적 자본이란 개인 간의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사회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신뢰, 규범, 네트워크 등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일체의 무형 자산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보통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생산요소는 물적 자본, 인적자본, 그리고 기술 등 유형의 요소를 꼽을 수 있는데,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의 생산요소를 움직이는 주체는 사람이므로 사람사이의 관계가 어떠한가에 따라 생산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람사이 관계의 이상적 결과가 축적된 형태를 사회적 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공동체의식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자본은 매우 오랜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 보통 바이킹족이라고 불리는 이들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척박한 땅을 벗어나 바다로 진출하여 무역, 때로는 약탈 등으로 생활하였는데, 당연히 많은 위험이 수반되었다.

이때 바다로 나간 가장들을 위해 남은 공동체에서는 가족들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공동체의식이 문화로 정착하였으며, 이러한 문화적 유산들이 산업화 이후의 시대에도 뿌리 깊은 사회적 자본으로 축적되어있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의 축적 결과 이들 국가들의 조세율이 50%를 넘어도 조세저항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를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우리 충북은 전국 비중 4% 경제달성과 도민행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도정목표를 달성하려 하고 있다. 또한 과거와 같이 전국평균수준의 경제성장률이 아니라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성장률을 달성해야하고 동시에 도민의 행복도 증진시켜야 하는 매우 어려운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스털린 역설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사회적 자본의 축적에 있다.

공감(Empathy), 신뢰, 관용, 배려 등과 같은 정신적 가치를 근본으로 하는 공동체의식이 우리의 근저에 있을 때 비로소 경제성장과 도민행복이라는 일견 상충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충북은 남부권과 북부권의 소외의식, 농촌과 도시의 문화 및 경제적 격차, 청주권의로의 집중현상, 환경규제로 인한 개발제한의 피해의식 등 외적인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우리의 마음속에 서로에 대한 신뢰의 부족에서 시작된 공동체 의식의 결여가 더 큰 장애요인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는 두레와 같은 약자에 대한 배려를 기초로 하는 공동체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왜 오늘날에는 그러한 공동체의식이 전수되지 못하고 이해관계의 충돌이 대세가 되었을까? 아마도 자본주의가 수입되면서 이전의 고귀한 정신적 가치를 몰아낸 가운데 물질주의가 토대를 이루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충북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의 축적에 관심을 가지고 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의 첫 단계로는 먼저 물질적·지적·사회적으로 많이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하여 베푸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미래의 경쟁력의 원천은 사회적 자본이 될 것임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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