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사봉사회 청주시협의회장에게 자격상실 통보, 전국 초유 사태 ‘눈살’
본인 뜻 무관하게 성영용·황관구 회장 경쟁 소문, 선거전 싹 자르기 ‘여론’

▲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충북적십자사가 눈물을 닦아주기는 커녕 자중지란에 빠졌다. 특히 회장 선출을 앞두고 이런 일들이 발생하자 봉사기관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충북적십자사가 회장 선출을 앞두고 다시 시끄럽다. 지난 2012년 8월, 그 뜨겁던 여름날 충북적십자사는 회장 선출 문제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충북적십자사 상임위는 명예회장인 이시종 지사가 추천한 인물 대신 현 성영용 회장을 선출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과거에는 도지사가 추천하면 상임위는 동의하는 식으로 해왔다. 때문에 비정치적인 충북적십자사 회장이 ‘정치적인’ 자리로 바뀌었다는 말까지 생겼다.

이런 일이 생긴 후 이 지사는 성 회장 취임식에 불참하는 등 충북도와 충북적십자사의 불편한 관계가 한동안 지속됐다. 성 회장 임기는 올 8월 말까지다. 항간에는 성 회장이 재임을 원한다는 소문이 있다. 이런 상황에 충북적십자사가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청주시협의회 황관구 회장을 제명하는 사건이 터지자 선거를 앞둔 사전포석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충북적십자사는 지난 2월 28일자로 황 회장에게 적십자봉사원 자격상실을 통보했다. 그러자 황 회장은 곧바로 법원에 ‘봉사원 자격상실 통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한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 황 회장은 “내가 공금을 횡령했거나 사기친 것도 아닌데 자격박탈을 하다니, 재판을 통해 명예를 되찾겠다”며 벼르고 있다. 충북적십자사 성영용 회장과 황 회장 간의 공방은 지난해 12월 시작됐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 성영용 충북적십자사 회장

충북적십자사 측은 “대한적십자사조직법에 적십자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자는 적십자사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은 자여야 한다고 돼있다. 그런데 황 회장은 허위단체인 대한적십자사사봉사회 청주시협의회를 충북도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했다”며 “황 회장은 충북도에서 3억, 청주시에서 2억원의 보조금을 받으면서 임원 선출 후 지사회장의 인준을 받아야 하고 협의회 회칙은 지사회장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황 회장이 보조금을 받을 목적으로 충북도에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시 존재하지 않았던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청주시협의회 총회 회의록, 회칙, 예·결산서, 회원명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신청해 사문서 위조 및 적십자 봉사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했다고 판단해 제명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청주시협의회가 쓸 건물로 황 회장 친인척 소유 부동산을 매입해 경제적인 이익을 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봉사원 자격박탈에 감사요청까지

충북적십자사는 이런 일련의 문제들에 대해 대한적십자사로 감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감사실은 “황 회장이 비영리민간단체를 신청하면서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있다. 친인척 소유 상가건물을 매입 한 것도 사실이다. 이는 대한적십자사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적십자 정신에 위배된다. 그러나 사무국과 충북적십지사 회장은 민간단체 등록이 완료된 지난해 2월부터 보조금이 교부된 12월까지 처리과정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결과를 내놨다. 그러면서 성 회장은 황 회장에게 적절히 조치하라 지시하고 관련 직원에게는 경고 처분을 내렸다.

 

▲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청주시협의회 건물.(사진 왼쪽)

그뿐 아니라 충북적십자사는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업무를 맡고 있는 충북도에 민간단체 등록 취소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민간단체 등록 여건을 갖췄기 때문에 등록됐고, 보조금을 지급했다. 문제없다”고 말했다. 적십자사봉사회 청주시협의회는 소속 봉사원 744명의 서명을 받아 대한적십자사 총재에게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이번 일은 봉사원들을 자신들의 하부조직쯤으로 생각하고 있던 충북적십자사 행정직 관료들의 오만에서 비롯됐다. 황 회장이 청주지역 토호이다보니 차기선거에서 영향력을 우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일부 언론은 충북적십자 회장 선출 방식이 충북도 추천이 아니라 자유경선으로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충북도 한 관계자가 “충북적십자사의 요청이 없다면 충북도가 회장 선출에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했으나 도에서는 그런 표현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자 선거를 앞두고 보이지 않는 손들이 움직이는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있다. 또 언론들은 성 회장과 황 회장이 각축전을 벌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때문에 충북적십자사가 행한 일련의 일들이 황 회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식구끼리 싸우는 게 심히 부끄럽다”
황관구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청주시협의회장···“중앙 부회장 사퇴종용까지 받아”

▲ 황관구 청주시협의회장

황관구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청주시협의회장은 “청주시 적십자봉사회는 상당·흥덕·서원·청원지구 4개가 있다. 그런데 월례회조차 할 수 있는 건물이 없어 불편했다. 이 건물 마련하는 게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그래서 충북도에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하고 사회단체 보조금을 신청했다. 이 때 충북적십자사와 상의를 안 했다고 하는데 억지다. 청주시 4개 지구 회장과 상의하고 충북적십자사 직원들과 협의했다. 보조금 추가자금 조달을 위해 도의회에 갔을 때도 직원들과 함께 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말, 성영용 회장에게 사전 협의를 안 했다고 자꾸 문제 제기를 할 것 같으면 보조금을 반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성 회장은 ‘그냥 진행하라’고 했다. 민간단체 등록을 한 건 지난해 2월 27일이다.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그 해 12월 보조금이 나오자 그 때부터 문제를 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황 회장은 또 친인척 소유의 건물을 매입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청주시에서 건축주 납세완납필증, 도면기재된 건축물관리대장을 제출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계약금을 받지 않은 건축주는 이런 서류 제출을 거부해 할 수 없이 친척을 설득해 사게 됐다. 건물 값은 공정하게 하기 위해 두 군데 이상 건물 감정평가를 의뢰해 평균가로 산정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지난 1월 전국봉사회 중앙협의회 부회장으로 선출됐으나 부회장과 임원 일체를 사퇴한다는 포기서를 쓰라고 종용받기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황 회장은 “충북적십자사 사무처 간부가 포기서를 쓰라고 했다. 부회장 당선을 포기하면 일련의 일들에 대해 문제삼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에서 일을 해보라고 돈을 줬는데 같은 식구들끼리 싸우는 게 심히 부끄럽다는 그는 “성 회장은 이번 일을 20년 이상 적십자사에서 봉사한 사람의 개인비리로 몰고 가고 있다. 본사 감사도 당사자 조사를 하지 않은 상태서 끝냈다. 신뢰할 수 없다”며 “나는 회장 자리에 욕심없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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