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방아다리 ‘실내형’ 승강장, 오선교 회장 무상 제공·청주시 이열호 과장 완성

한 시민의 아이디어와 공무원의 열정이 더해져 2014년말 ‘방아다리의 선물’이 만들어졌다. 청주시는 지난 12월말 상당구 상당로 방아다리 시내버스 승강장을 인접한 건물안으로 옮긴 ‘실내형’ 승강장으로 바꿨다. 기존 승강장은 좁은 인도에 설치돼 보행자와 탑승자 모두 불편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철제 구조물을 모두 철거하고 버스도착 자동인식기도 실내로 옮겨 쾌적한 보행권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더구나 건물 ‘매립형’ 승강장 공간을 건물주가 무상제공한 것으로 밝혀져 미담이 되고 있다.



승강장 교체사업을 담당한 청주시 교통행정과 이열호 과장(50)은 “실내승강장 규모가 5m+1.5m인데 밖에선 작아보이지만 건물 내부에서 보면 기존 사무실 모양이 바뀌는 셈이다. 시민 아이디어와 흔쾌한 기부정신 덕분에 짧은 시간에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좋은 취지를 살리기위해 시내버스를 형상화한 디자인을 수차례 바꿔가며 건물 미관을 최대한 살리도록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건물 1층 한 가운데를 선뜻 내준 건물주는 지역 중견 감리회사인 선엔지니어링 오선교 회장(65)이다. 취재를 극구 사양한 오 회장은 “겨울철 여학생들이 추위속에 기다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는데 정말 다행이다. 덕분에 건물까지 유명(?)해지는 건 좋지만 난 3평짜리 공간 내준 거 밖에 없다. 애초 좋은 아이디어를 주신 분과 그 아이디어를 멋진 결과물로 만들어낸 시 공무원들의 노고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방아다리 승강장 내부를 TV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등장인물 사진을 부착한 포토존으로 꾸몄다. 인접한 수동 수암골 드라마촌 홍보효과도 거두고 있어 ‘일석이조’인 셈이다. 전국적으로 시외버스가 아닌 시내버스 승강장을 실내형으로 시도한 것은 첫 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콜롬버스의 달걀’처럼 단순한 발상의 전환이 새로운 창조 모델을 만들어낸 셈이다. 시는 인도폭이 좁은 상당로 주변(충북도청,옛 남궁병원, 육거리시장 등) 시내버스 승강장을 대상으로 건물 ‘매립형’ 전환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작은 예산으로 큰 선물을 안겨준 이열호 과장은 “기존 승강장은 시민들도 불편하지만 승강장 구조물에 간판이 가려 인접 상점도 불만이 컸다. 앞으로 상당로 주변의 혼잡 승강장 9개소에 대해 우선적으로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옛 세무서 부지는 새 건물 신축시 설계부터 시내버스 매립형 승강장이 들어갈 수 있도록 건축주와 협의할 생각이다. 시민들이 협조해 주신다면 상권에 맞는 현대적 도시디자인을 통해 건물가치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도심 공익시설 설치를 위해서는 토지·건물주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따라서 선진국처럼 개인 재산을 무상 제공한 공익 기부자에 대한 세제감면 등 보상제도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심 인도를 잃어버린 청주 상당로가 2015년 건물 ‘매립형’ 승강장 확대를 통해 인도를 다시 되찾는 ‘기적’을 만들어낼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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