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충북동지회 3명에 각 12년 선고
일란성 쌍둥이 사건인 2016년 목사간첩단 사건은 징역 3년
북한과 연계성은 인정, 수집한 정보 국가기밀 해당 안돼
국가보안법 기소사건에 최초로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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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간첩단’이라 불리며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사건에서 간첩죄(국가보안법 4조 목적수행) 부분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 간첩단’이라 불리며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사건에서 간첩죄(국가보안법 4조 목적수행) 부분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 간첩단’이라 불리며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이하 충북동지회) 사건에서 간첩죄(국가보안법 4조 목적수행) 부분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간첩죄와 더불어 특수잠입‧탈출, 동조, 편의제공, 이적표현물 소지 등에선 무죄를 선고했지만,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자진지원과 금품수수,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이례적으로 징역 1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지난 16일 청주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김승주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충북동지회 구성원 3명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세부적으로 충북동지회 대표 격인 박 모(남)씨에게는 징역 12년 및 자격정지 12년, 윤 모(여) 피고인에게는 징역 12년 및 자격정지 12년, 2666만원 추징, 손 모(남)씨에게는 징역 12년 및 자격정지 12년을 선고했다.

간첩죄 무죄, 왜?

충북동지회 사건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간첩죄’ 인정여부다.

먼저 간첩이라고 규정하려면 ‘간첩죄’라 부르는 ‘국가보안법 4조 목적수행’죄에 해당돼야 한다.

국가보안법 4조의 목적수행 혐의는 반국가 단체의 지령을 받은 사람이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 활동을 수행할 때 적용된다.

반국가활동에는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해 북에 전달하거나 중개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처벌도 매우 무겁다. 군사상 기밀인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 외의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7년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검철은 기소된 충북동지회 구성원들이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의 대남공작기관인 문화교류국 소속 리광진등 3인을 만나 지하당을 만들라는 지령을 받고, 각종 국가기밀을 탐지해 북한에 보고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국가기밀이란 국가안전에 ‘중대한’ 불이익을 미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며 ”피고인들이 탐지한 정보는 그 가치가 낮아 국가안전에 별다른 불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국가보안법상 국가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특히 ”사소한 것도 국가기밀이 될수 있다는 대법원 입장을 따르더라도 (이들이 수집한 정보가) 국가안전에 별다른 불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충북동지회가 지하당 포섭대상으로 지목한 인사의 정보가 국가가 관리할 만큼 관리할 정보가 아니다“며 ”북한이 알아도 이익을 얻을게 없다“고 판단했다.

또 ”민중당 내부 정보를 탐지(해 북에 보고한 것)했다는 것도 실상은 “피고인들이 민중당 활동하다 징계를 받자. 징계 정보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고 다른 내용도 선거를 위해 인터넷에 게시된 자료 다운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F-35 전투기 도입 반대, 기자회견과 서명운동이 전부

충북동지회 구성원들이 북의 지령을 받아 F-35 전투기 도입반대 활동을 진행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기자회견을 하고 서명운동을 실했다는것에 불과하다”며 “이로 인하여 F-35 전투기 도입에 어떠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보이지 않고,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는 경우 안보정책에 대한 반대, 반전운동, 심지어는 님비 현상까지 처벌의 위험에 빠지게 된다”고 밝혔다.

충북동지회 구성원들이 사상학습을 진행하며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교육을 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충북동지회 소속 5명이 있었던 곳에 했던 대화에 불과” 하다며 “이들 5명중 4명은 부부사이로 생각을 공유한 것으로 국가의 존립안전에 위협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가보안법 제6조 2항(잠입탈출)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북한으로 건너가거나 북한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행위를 했어야 한다”며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고 인천공항에서 정상적ㅇ,러 출국하고 다른 나라에서 여권을 가지고 정상적으로 들어오는 것은 출국과 입북으로 볼수 있다. 이런 행동을 잠입이나 탈출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통상적인 언어 한계를 벗어난 해석”이라고 봤다.

북한 공작원 접선하고 지령‧보고문 통신한 것은 유죄

재판부는 충북동지회 사건으로 기소된 3인이 중국과 캄보디아 등지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받고, 스테가노그라피 암호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북한 지령문을 수신하고 대북 보고문을 전달한 것은 유죄로 인정했다.

또 피고인 윤 모씨가 2019년 11월경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미화 2만 달러를 수수한 것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환전기록, CCTV 영상 등(에 따르면)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이 미리 넣어둔 미화를 수령하여 입국한 후 국내에서 이를 환전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일란성 쌍둥이 사건인 ‘2016년 목사 간첩사건’은 징역 3년인데...

지난 2017년 6월 13일 서울고법제12형사부는 이른 바 ‘목사간첩사건’으로 피소된 목사 Aㅆ에 대한 항소심(사건번호:2017노23)에서 국가보안법 상 통신연락 및 편의제공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반면 국가보안법상 금품수수와 자진지원, 찬양고무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목사 사건은 여러모로 자주통일충북동지회(이하 동지회) 사건과 겹친다. 겹치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유사하다.

우선 두 사건 모두 북한의 대남공작기관인 225국(현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리광진’이 등장한다.

A 목사 판결문과 동지회간첩사건 피의자 구속영장청구서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리광진과 해외에서 접촉해 포섭됐다.

스테가노그래피란 암호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령과 보고문을 주고 받은 것도 동일했다. 북으로부터 금품을 주고받은 사실도 동일했다. 금액도 엇비슷하다.

이 정도면 일란성은 아니어도 이란성 쌍둥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형량차이는 크다. A목사 사건에 대해서 최종 징역 3년형이 확정된 반면, 충북동지회 피고인 3명은 징역 12년이라는 중형에 처해졌다.

일란성 쌍둥이 같은 사건인데도 형량은 4배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국가보안법 사건에 최초로 등장한 범죄단체조직죄

A목사 사건 당시 검찰은 간첩죄(국가보안법 제4조 목적수행)를 적용하지 않았다. 반면 충북동지회 사건엔 간첩죄를 적용했다.

이 부분이 형량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충북동지회 사건에 대해 검찰이 간첩죄 혐의로 기소를 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간첩죄가 무죄가 난 만큼 형량에 영향을 미칠 이유는 없다.

충북동지회 사건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 ‘범죄단체조직죄’다.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병역 또는 납세의 의무를 거부할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하는 죄”를 말한다.

그동안 검찰은 북한 간첩단이나 북한 지령에 의해 결성된 지하조직에 대해서는 대부분 국가보안법 제3조의 반국가단체 구성, 가입죄를 적용해 왔다.

하지만 반국가단체 구성과 가입과 관련해 법원의 판결은 엄격하게 적용하는 추세다.

2011년 왕재산 간첩단 때 검찰은 반국가단체 구성가입죄를 적용했으나 법원이 이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찰은 충북동지회 사건에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가 아닌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국가보안법위반(회합·통신)죄, 국가보안법(자진지원·금품수수)죄를 목적으로 하는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를 조직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범죄단체조직죄를 인정한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범죄단체 구성요건과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북한을 본사라고 부르며 규율 위반자에 대하여 북한에 징계를 요청하는 등의 지휘 또는 명령과 복종체계 및 통솔체계가 갖추어져 있었다”고 적시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경우, 기존 형량에서 1/2을 가산 할 수 있다.

재판부의 판단도 중형이 선고된 요소로 보인다. 재판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을 엄격히 해석하여 국가보안법이 남용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시민을 자유를 보장하여야 한다”면서도 “북한과 연계하여 국가의 안전을 해하는 행위가 이러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심사한 이후에도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엄벌에 처하는 것이 시민의 자유와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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