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청, 맞춤형 콘텐츠, 수업 설계, 진로·진학 지도에 도움
초중고 30교 연말까지 시범운영…문제 보완해 내년 전면 실시
‘학생 특성을 교과 평가, 독서 이력, 적성검사로 가능한가’ 지적
충북 교사가 직접 제출한 문항, 출제자 본인들도 신뢰 ‘갸우뚱’

 

‘다채움’은 윤건영 충북교육감의 1호 공약이다. 충북교육청은 올 연말까지 30개 학교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해보고 장·단점을 분석, 미흡한 점을 보강한 후에 충북의 미래 교육을 완성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도민들은 물론 교사·학생들에게도 다채움은 여전히 낯선 용어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일각에서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다채움 도대체 뭔가“맞춤형 콘텐츠, 수업 설계, 진로·진학 지도에 도움”

도교육청이 밝힌 다채움의 정의는 ‘학생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다차원으로 학생을 진단하여 그 결과에 따라 AI기반 맞춤형 피드백과 학습이력을 관리하며, 학생의 주도적 학습을 지원하는 충북형 교수학습 통합 플랫폼’을 말한다. 정의를 읽었다고 해서 이를 온전히 이해한 이들은 많지 않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다채움 정의에서 핵심적인 단어는 △다차원 △AI기반 △맞춤형 피드백 △주도적 학습 지원이다.

먼저 다차원이란, 말 그대로 다양한 각도에서 학생들을 진단한다는 것으로 도교육청이 생각하는 다차원의 영역은 △기초·형성평가 △독서 △적성·심리검사이다.

다채움에는 현재 (초·중등)기초학력 영역과 초1부터 고1까지 국영수사과 교과의 형성·총괄평가 문항이 탑재되어 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학생이 문항을 풀면 그 결과를 AI가 분석, 학습향상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와 문항이 다시 학생들에게 제공된다.

예를 들어 학생이 기초학력진단평가 문항이나 형성·총괄평가 문항을 풀었을 때 정답을 맞췄다면 해당 문제보다 높은 수준의 문제가 제공되고, 틀렸다면 틀린 문제보다 낮은 수준의 문항이 제공된다. 각각의 문항에는 보조 설명이 있어 학생은 자신이 왜 틀렸는지 학습할 수 있다. 초등 4학년이지만 실제 학습수준이 3학년이라면 거기에 맞는 콘텐츠가 제공되는 것이고 생성형 AI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이용하면 할수록 학생은 자신에게 맞는 더 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도교육청은 올해 말까지 20만 개의 문항과 1만 6000여 개의 콘텐츠(영상 등)를 탑재할 계획이다.

독서영역은 모든 교과와 연계되어 있는 도서를 e북 형태로 제공하는 것인데, 학생들은 도서를 오디오북으로도 읽을 수 있고 독후감을 쓸 수도 있다. 현재 전자책 서비스 업체인 ‘밀리의 서재’가 탑재되어 있다. 도교육청은 무엇보다 독서 기록이 12년 동안 고스란히 누적되어 학생의 진로·진학 지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적성 및 심리검사, 학습전략은 쉽게 말해, 기존에 종이로 검사결과를 받았던 것을 온라인으로 받는다는 개념이다. 담임교사가 학생을 파악하고 학생의 부족한 면을 채우는데 용이, 결과적으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이 또한 12년 동안의 검사 결과가 누적된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가 학생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영역이라면 다음에 설명할 채움클래스, AI아카이브 등은 ‘디지털기반의 수업혁신’을 원하는 교사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고 이 기능이 바로 다채움의 핵심이라고 도교육청은 강조한다.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입니다. 콘텐츠는 영상일 수도 있고, 자료일 수도 있고, 문항일 수도 있습니다. 교사들은 다채움에 탑재되어 있는 콘텐츠를 활용해 나만의 수업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또 자기가 만든 콘텐츠를 다른 교사들과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다채움의 핵심입니다.”(충북교육연구정보원 장원영 정보교육부장)

 

충북교육청은 지난달 26일 '충북다차원 학생성장 플랫폼 다채움 시범운영 개통식'을 진행했다.(충북교육청 제공)
충북교육청은 지난달 26일 '충북다차원 학생성장 플랫폼 다채움 시범운영 개통식'을 진행했다.(충북교육청 제공)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왜 문제인가?

앞서 밝혔듯이 다채움은 아직 시작 단계이고 미완성 단계에 있다. 도교육청에서는 내년 3월 전면 실시 이후 2026년까지 교육부·타시도 플랫폼·민간 업체와 연계해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와 불신을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먼저 다차원이라는 것을 기초·형성평가 결과, 독서, 적성검사로 표현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무수히 많은 학생들의 특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입체적인 평가와 분석이 필요함에도 국영수사과 성적과 기존에 하던 적성검사, 독서 이력으로 과연 학생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느냐는 것.

초등학교 교사 A씨는 “학생 평가에는 지필평가 이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평가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다채움에 있는 평가는 표면적인 평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문제는 학생들의 학습역량을 실질적으로 향상시켜줄 문항이다. 충북인뉴스는 실제 문항을 개발한 교사 2명을 각각 인터뷰했다. 물론 그들이 문항개발자 300여 명의 의견을 대표한다고는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두 명의 의견은 대동소이했고, 그 두 명은 문항을 개발하는 내내 다른 교사들도 같은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문항개발자 B씨와 C씨는 공통적으로 과정상 허점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우선은 자신이 문항개발자인 것도 모른 채 문항을 개발하게 됐다는 점이다.

 

“처음에 다차원적 평가방법 역량을 기르는 연수를 한다고 해서 신청했었습니다, 교육청에서도 평가담당 교사들은 꼭 참석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첫날 두 시간 정도 강의를 들은 후에 실습을 한다면서 문항을 제출하라고 했고, 그 이후에는 계속 출제를 했습니다. 너무 이상했지만 다음에 다른 과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기다렸습니다.”(B씨)

 

“다차원 학생 평가라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배워서 다른 선생님들께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연수를 신청했습니다. 강의 내용은 좋았는데 문항개발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컸습니다. 중간에 그만하겠다고 했는데 내가 포기하면 내 할당량을 다른 선생님들이 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둘 수도 없었습니다.”(C씨)

 

촉박한 시간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문제)양을 채우기에 급급했고, 그만큼 문항의 질을 자신들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항에 대한 부담이 있고 문항의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교육청에서는 타당성에 대해 너무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했습니다. 문항의 질을 안 따져도 된다고 했습니다. 불량품이 있어도 괜찮다는 느낌이었고 개수만 맞추면 된다는 식으로 했습니다.”(C씨)

 

“다채움의 취지를 생각해보면 보조자료는 개발된 문항의 의도에 맞게, 또 학생의 수준에 맞게 개발되어야 합니다. 같은 문항을 틀리더라도 그 이유는 학생마다 다를 것이고 각각의 보조자료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계획적으로 설계가 되어야 하는데 저희는 지금까지 과정들이 단 하나도 계획적이지 못했습니다. 과연 이것이 교육청에서 의도하고 있는 다차원학생평가인지 의문입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됐습니다.”(B씨)

 

세 번째 문제는 실제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얼마나 활용할 것이냐는 점이다. 물론 이는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고, 이제 결과의 성패는 현장 교사들과 학생들이 어떻게, 얼마나 이용 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한편 이와 관련 2019년부터 AI플랫폼 ‘아이톡톡’을 개발하고 있는 경남교육청 관계자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다수 교육청이 지향하는 AI플랫폼의 목적은 학생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자료를 학생이나 선생님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목표지점은 동일할 수 있는데 관건은 얼마나 광범위한 데이터 영역이 있고 수집하는 지표가 다양하고 얼마나 다양한 교육지원 기능이 있으며 사용성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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