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5일 벌어진 오송참사는 명백한 인재이자 중대시민재해입니다. 하지만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할 충북도와 청주시는 지금도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시민들의 기억에서 참사가 지워지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이에 오송참사시민대책위는 오송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의 요구를 알리기 위해 연속기고를 진행합니다. (오송참사시민대책위)

지난 7월 15일 발생한 오송궁평제2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14명이 사망하는 끔직한 일이 발생했다. (사진=충북인뉴스DB)
지난 7월 15일 발생한 오송궁평제2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14명이 사망하는 끔직한 일이 발생했다. (사진=충북인뉴스DB)

글 : 정록(923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

 

오송참사가 발생한지 벌써 두 달여가 지나고 있다.

당시 엄청난 폭우 속에 속도를 줄인 ktx를 타고 위태위태하게 오송을 지났던 기억이 난다. 논과 밭, 강과 도로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변은 온통 흙탕물 바다였다.

처음 들어본 ‘극한호우’라는 기상예보가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폭우의 원인은 분명했고, 그 결과 우리가 겪게 된 ‘기후재난’의 현장을 나는 불안 속에 통과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안으로 끝나지 않고 바로 그곳에서 ‘오송참사’는 발생했다.

 

반복되는 기후재난, 원인은 하늘에 있지 않다

지금 전 세계는 혹독한 기후위기에 신음하고 있다. 매년 여름이면 세계 곳곳의 폭염, 폭우과 대규모 산불 소식이 반복되고 있다. 아니, 반복을 넘어 매년 더 극심한 ‘기후재난’ 소식을 듣게 된다.

5월에 시작된 캐나다 산불은 한국 전체 면적을 넘어선 지역을 태우고도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하와이 마우이 섬 산불로 1천여 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지중해 인근 국가들은 기록적인 폭염에 대규모 산불 피해를 겪다가 얼마 전부터 1년 강수량이 하루에 쏟아지는 폭우 피해를 겪고 있다. 그 결과 리비아에서 댐이 붕괴돼 5천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어느 특정 국가의 불운이 아니라, 수십 년 전부터 과학자들이 경고해왔던 ‘기후재난’의 한복판이라는 것을 말이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조차 지난 7월 폭우 당시 ‘기후변화로 인한 전 세계의 천재지변’을 언급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에게 기후변화는 여전히 천재지변일 뿐이었다. 자신이 앞장서고 있는 온실가스 대량배출 산업정책과 생태계 파괴 개발 사업이 기후위기의 원인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정부는 ‘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2030년까지 산업계가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810만 톤을 면제해주고, 해당 배출량을 방법도 불분명한 해외감축으로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30%까지 늘리겠다던 재생에너지 비중은 21%로 줄었고, 핵발전은 그만큼 늘었다. 이 정도면 기후위기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한다기보다, 기후위기를 초래하더라도 온실가스는 배출해야 하고 핵발전은 확대해야 하며, 개발 사업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이윤추구 ‘확신범’이라고 봐야 한다.

 

재난대응체계의 총체적 실패가 ‘기후재난’을 참사로 만들다

14명이 희생된 오송참사는 기후재난에 사회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때 어떤 결과에 직면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7월 28일 발표된 국무조정실의 감찰조사결과 역시 재난대응체계의 총체적 실패를 짚고 있다.

국무조정실의 감찰조사 결과 드러난 주요 내용은 △지하차도 관리주체로서 충북도의 교통통제 미실시 및 미호천 범람에 따른 대응 부재 △청주시는 관할 행정구역 내의 미호강 범람위험 통보에도 대응 조치 미실시 △행복청은 임시제방에 대한 관리감독 위반과 재난상황 비상대응조치 부재 등이다.

그밖에도 당일 현장 대응과정에서 충북소방본부와 충북경찰청의 신속대응이 없었다는 것도 확인됐다. 그럼에도 국무조정실은 참사의 원인을 ‘현장 대응 부재’로 특정하고 5개 기관 현장 공무원 36명에 대한 검찰 수사의뢰로 감찰을 마무리했다.

어떻게 5개 기관 현장 공무원 36명이 하필 7월 15일에 동시에 안이한 현장 대응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국무조정실은 자신들의 감찰 결과가 재난대응체계의 총체적 실패를 명확히 드러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말단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물었다.

이는 기존 재난대응체계는 문제가 없었고, 이를 이행하는 현장 공무원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14명이 희생됐지만, 변하지 않는 사회의 모습이다.

자신들이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조차 모르니, 오송참사 희생자 49재 직후 분향소를 기습 철거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그들에게 오송참사는 자신들과 상관없는 ‘사고’일뿐이며,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24일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충북지역 시민단체들 모습. (사진=청주충북환경련)
지난해 9월 24일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충북지역 시민단체들 모습. (사진=청주충북환경련)

 

923 기후정의행진, 기후재난 속에서 함께 살기 위한 싸움

오는 9월 23일, 서울 도심에서 923 기후정의행진이 펼쳐진다.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을 사회적으로 드러내고 지지를 모으기 위해서다.

923 기후정의행진은 5대 대정부 요구를 내걸고 있다. 그 중 첫 번째 요구가 ‘기후재난으로 죽지 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이다. 몇 년째 반복되는 ‘이상기후’는 이제 더 이상 ‘이상기후’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과거와는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오송참사에서 보듯이, 한국 사회는 이 위기에 함께 대처하기 위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수 십 년째 똑같은 대책이 반복된다. 현장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묻고 주민이 아닌 지자체에 지급되는 ‘특별재난구역’ 선포를 반복하고 가용자원을 총동원 하겠다고 한다. 이는 결국 기존 재난대응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말이다. 그냥 열심히 하겠다는 공염불이다.

기후위기 시대, 재난대응은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기후재난’이 초래할 피해의 강도와 규모는 이전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가 이 기후재난을 함께 겪고, 함께 살기 위한 원칙과 방향 아래 재난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 재난에 그 누구도 홀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원칙 말이다.

오송참사 유가족과 대책위의 싸움은 바로 이러한 재난대응체계의 근본적 전환을 위한 싸움이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기후재난을 함께 겪어내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 기후재난 속에서도 존엄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싸움을 시작하자. 9월 23일 기후정의행진에서 함께 외치자.

‘기후재난으로 죽지 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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