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5일 벌어진 오송참사는 명백한 인재이자 중대시민재해입니다. 하지만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할 충북도와 청주시는 지금도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시민들의 기억에서 참사가 지워지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이에 오송참사시민대책위는 오송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의 요구를 알리기 위해 연속기고를 진행합니다. (오송참사시민대책위)

지난 7월 15일 발생한 오송궁평제2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14명이 사망하는 끔직한 일이 발생했다. (사진=충북인뉴스DB)
지난 7월 15일 발생한 오송궁평제2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14명이 사망하는 끔직한 일이 발생했다. (사진=충북인뉴스DB)

글 : 4‧16연대 사무처장 김선우

 

2014년 4월 16일, 476명의 승객을 태운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당연히 구조할 것이라 믿었지만 승객들은 스스로 탈출해야 했고, 국가의 부재로 인해 304명이 희생되었다.

그날 국가는 없었다. 세월호참사 이후 국가는 진실을 원하는 피해자와 시민들을 향해 국가가 가진 모든 공권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탄압했다.

모든 국민들이 슬픔에 잠겼고, 우리는 희생자들 앞에 ‘잊지않겠다’,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세월호참사 이후 재난과 안전에 대한 국가의 대처가 달라졌으며, 재난안전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2022년 10월 29일, 이번에는 서울 한복판 이태원 거리에서 159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당하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에 이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서울시청광장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피해자 권리 보장을 외치고 있다.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발생

2023년 7월 15일 오전 8시 30분경 충청북도 청주시 오송읍 508번 지방도에 위치한 궁평2지하차도에서 550여m 떨어진 철골 가교 끝의 제방 둑이 터졌다.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6만 톤 정도의 물이 단 2~3분 만에 지하차도로 들어찼다.

이로 인해 8시 40분경 터널 구간이 완전히 침수되며 14명이 사망했다. 세월호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탈출한 사람만이 살아남았다.

 

지자체와 구조 세력의 부실한 대처와 책임 숨기기

미호천교에는 사고 전날인 7월 14일 오후 5시 20분에 홍수주의보, 7월 15일 오전 4시 10분에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그리고 같은 날 오전 6시 30분경 금강홍수통제소는 흥덕구청에 홍수경보와 미호천교의 수위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으므로 교통통제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달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긴급상황이었으나 흥덕구청은 청주시청 안전정책과와 하천과로 각각 보고했지만,

도로통제 관할구역인 충청북도에는 보고되지 않아 결국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궁평2지하차도는 읍/면 지역의 지방도이기에 관할 도로관리청은 충청북도청이다.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골든 타임인 사고 전 2~4시간 동안 2번 이상의 방지 기회가 있었음에도 지하차도에 대한 어떠한 교통 통제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해당 지자체와 공무원의 책임이 명확히 드러났다.

더구나 금강홍수통제소가 충북도청에도 주민통제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충북도청은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

직접적으로 도로 통제에 관한 법적 권한을 부여받은 지자체인 충북도청의 정작 상황전파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고 발생 1시간 30분 전인 7시 1분에 인근 공사현장의 감리단장이 제방이 넘칠 것 같으니 주민을 대피시켜야 한다고 112에 신고했다.

7시 56분에는 궁평지하차도를 통제해야 한다고 재신고하였으나 통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경찰은 어느 지하차도에도 출동하지 않았고 심지어 국무조정실에 출동을 했다며 허위로 보고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자체의 대응 부족과 부실한 대처, 구조 세력의 직무 유기로 인해 발생한 인재이며, 참사 발생 이후 본인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시스템을 조작했으며, 부처들 간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

 

우리는 재난참사에서 책임을 제대로 묻고 있는가

우리는 세월호참사를 겪으며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물었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밝히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왜 침몰했는지, 왜 구하지 않았는지”를 밝히고자 했지만, 국가는 국민이 부여한 공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하여 피해자와 시민들을 탄압했으며, 자신으로 쏠리는 국가의 책임을 가리고 숨기기기에만 급급했다.

3번의 독립적인 조사 기구(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선체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거치면서 침몰 원인과 구조 방기, 진상규명 방해 행위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발표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함께 국가의 책임, 추가 조치, 재발 방지 대책 등 정부와 행정기관을 향한 80개의 권고를 함께 내 놓았다.

그러나 세월호참사의 책임자들에게 사법적 판결을 통해 사회 정의를 세워야 하는 법원은 무죄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다.

대통령은 사면복권을 통해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추가적인 진상규명 조치 또한 정부의 세월호 지우기로 인해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세월호참사에서 국가 책임을 묻는 과정은 아직 진행중이다.

10.29 이태원 참사는 참사 발생 이후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까지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지 못했다. 기억과 애도의 권리 또한 부정당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반대에 부딪힌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특별법>이 8월 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아직 국회 법사위의 문턱을 넘어야 하며, 본회의의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법 제정을 위한 한고비를 넘은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정부나 정치인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닌 피해자와 시민들이 함께 연대하는 과정을 만들어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독립적 조사기구는 왜 필요한가?

책임을 묻는 과정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재난참사는 운 나쁜 개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세월호참사 이후 달라졌어야 할 재난참사를 대하는 국가의 대응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았다.

그러하기에 재난참사에서 우리는 또다시 독립적 조사기구를 통해 인과관계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책임 소재를 묻고 있으며,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조 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ᆞ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ᆞ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ᆞ시행하여야 한다”고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현재,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재난참사 피해자들과 산재 피해자들, 시민사회 단체는 <당신과 나의 안전을 지켜주는 법,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국민동의청원>을 진행중이다.

생명안전기본법(안) 제15조에는 독립조사기구 설치 등에 관한 규정이 들어있다. 재난참사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조사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재판을 진행한다.

그러나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다.

사회적 재난참사가 발생한 구조적인 원인을 들여다보고,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이 과연 적절했는지를 따지지는 못했다. 이것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게다가 조사 대상자가 위에 언급한 재난참사처럼 국가와 지자체, 공무원에게 책임이 있는 재난참사라면 더욱 진상규명에 접근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후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려면 구조적인 원인을 파헤치는 독립적인 조사기구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독립적 조사기구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미 항공·철도사고나 해양사고는 독립적인 조사기구에서 사고조사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별도의 조사기구를 구성해서 원인조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았다.

2017년 5월 1일 발생한 거제의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 사고에 대해서도 조사위원회가 구성됐다,

태안 화력발전소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에도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특별법 제정을 통한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요구하고 있다.

독립적 조사기구의 설립이 늦어질수록 생존자들과 조사 대상자들의 기억이 왜곡되거나 감찰과 경찰 수사를 거치며 소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

한시라도 빨리 독립적 조사기구를 구성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지자체와 경찰, 소방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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