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생존자협의회 창립, 도지사 등 6명 고소
참사의 철저한 원인 규명, 책임자 엄벌 우선돼야
"온전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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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궁평 2지하차도 참사 생존자들이 생존자협의회를 만들고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오송 궁평 2지하차도 참사 생존자들이 생존자협의회를 만들고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7월 15일 오송 궁평2 지하차도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당시 상황이 담겨 있는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20여분짜리 영상에는 성인 목까지 차오른 물살을 헤치고 지하차도를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시민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747버스가 지하차도로 들어가는 모습과 버스가 뒤로 밀리지 않도록 화물차가 뒤에서 지지해주는 모습, 생존자들이 허둥대며 탈출을 시도한 흔적, 차 지붕으로 피신한 시민이 물이 급격하게 불어나자 지하차도 천장 난간을 붙잡고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미 임시제방이 무너진 지 1시간 가량이 지난 시간, 8시 51분에 지하차도 내에 있던 한 시민이 119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자 수화기 너머 119대원은 오히려 위치가 어디냐고 묻는 대화내용도 공개됐다.

생존자들은 “고인이 된 분들을 살리지 못해서, 구하지 못해서, 같이 빠져나오지 못해서 죄책감을 느끼며 잠을 못 이루고 그분들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며 “우리가 왜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유책기관에 묻고 싶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 버스 안에서 물이 차오르자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오로지 버스 손잡이에만 매달려 모든 승객들이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던 당시 상황을 본 생존자

△ 버스 창문으로 한 여학생이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외치는 목소리를 듣고 버스 기사님이 창문을 깨는 장면을 본 생존자

△ 쏟아지는 물살에 승용차 안에서 공포에 휩싸인 목소리로 도와달라고 외치던 아주머니가 뒷좌석으로 옮겨 탈출하다 끝내 물에 쓸려가는 걸 본 생존자

△ 쏟아지는 물에 의해 앞 차가 다른 차를 덮치던 순간, 옆을 보니 또 다른 피해자가 물에 휩쓸려가는 장면을 본 생존자

△ 지하차도 중간에서 같이 탈출하다 끝내 물에 휩쓸려간 사람을 본 생존자

 

차량 블랙박스에 담긴 참사 당일 영상이 공개됐다.
차량 블랙박스에 담긴 참사 당일 영상이 공개됐다.

 

생존자협의회 창립…김영환 도지사 등 6명 고소

오송 궁평2 지하차도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단체행동에 나섰다. 11명의 생존자들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 생존자협의회(이하 생존자협의회)’를 창립했다. 이들은 △철저한 원인 규명 △책임자들의 엄벌 △공직기강 확립 및 시스템 보강, 관련 공무원 근무환경 개선 △조사 및 수사과정 공유 등을 요구했다.

또 당시 지하차도 내에 있었지만 아직 생존자협의회에 합류하지 않은 이들(4명으로 추정됨)에게 함께하길 바란다는 점과 생존자들도 엄연한 피해자임을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생존자협의회는 이날 창립과 함께 △김영환 충북도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행복청장 △장창훈 충북소방본부장 직무대리 △김교태 충북경찰청장 △정희영 흥덕경찰서장 등 6명을 고소한다. 김 지사와 이 시장, 이 청장은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이고, 장 직무대리와 김 청장, 정 서장은 직무유기 혐의다.

생존자협의회는 “홍수경보에 따른 홍수통제소와 행복청의 연락을 받은 청주시, 충북도는 불통으로 업무협조가 되지 않았고, 차량통제 등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112, 119마저도 우리의 안전을 방관했다”며 “어느 기관 하나 책임을 지지 않은 총체적 행정 난맥상은 오송지하차도 참사를 만들었고 사망자 14명, 부상자 10명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참사의 원인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을 원한다”며 “그러기 위해 최고 책임자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참사 한 달, 충북도에서 연락 한 번 없었다

생존자들은 공통적으로 불면증과 죄책감,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자력으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엄청난 트라우마로 당시 기억을 떠올릴 수조차 없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고 일상회복이 가능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암담한 상태”라며 “안전할 권리, 피해자로서 온전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권리를 보장받고 싶다”고 밝혔다.

생존자 A씨는 “자꾸 그때 상황이 계속 생각이 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잠도 2~3시간 이상 잘 수가 없다. 너무 고통스럽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B씨는 “치료도 내 돈으로 했다.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됐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며 “지원과 관련해서 받은 유일한 것은 충북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치료비 지원을 한다는 문자”라고 분노했다.

그는 “피해자에게 가장 필요한 치유는 가해자 처벌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C씨도 “참사 이후부터 지금까지 충북도나 도지사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현재 진행되는 것이 궁금해서 전화를 해봤는데 알아보고 전화해준다고 해놓고 아직까지도 연락이 없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생계유지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C씨는 “설비 업무를 하고 있는데 자동차가 침수되고 공구도 침수돼 일을 못하고 있다. 이미 예약돼 있던 일도 취소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타 시도에 거주하는 생존자들의 경우는 더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D씨는 “타 지역에 살고 있다. 국가재난지원금 때문에 청주시에 전화를 걸었더니 제가 살고 있는 지자체로 이관을 해준다고 했다. 공문도 보냈다고 했다. 그런데 청주시에서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그분은 전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정말 속상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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