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여울중·고 교장, ‘윤석열 거부’ 피켓 관련 입장 발표
“예기치 못했지만 학생 좀 더 세심하게 배려했어야”
"정상적인 학교운영 위해 함께 노력해 달라" 당부

 

은여울고등학교의 학부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최현주
은여울고등학교의 학부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최현주

 

진천의 한 농민단체가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정치적 문구가 쓰여 있는 종이피켓을 들게 하고 사진을 촬영, 이를 SNS에 올려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학교가 입장문을 발표했다.

은여울중·고등학교는 12일 ‘‘정치적 의사표현’ 보도와 관련한 입장문’을 통해 “학생들이 정치적 피켓을 든 행위로 학부모님들과 도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었지만, 좀 더 교육적인 차원에서 대처해야 했고 불편해 할 학생들의 입장을 세심하게 배려해야 했다는 비판은 달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의사표현에 대한 올바른 교육적 접근에 대해 좀 더 성찰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일로 학생들의 심리적 동요와 혼란이 치유와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 교사들은 노심초사하고 있고 억울함이 있어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자중하고 있다. 도교육청 감사를 받고 온당하게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언론보도 및 충북교육청의 태도에 대해 ‘사려 깊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고 국가보안법 운운하며 선정적인 보도로 학교와 교사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킨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는 정론직필을 지향해야 할 언론본연의 태도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

또 도교육청은 민원인의 입장만큼 학교의 입장에서 살펴보려고 하지 않아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렸고 학교현장과 도교육청간의 신뢰관계를 훼손하는 사려 깊지 못한 태도라는 것이다.

은여울중·고등학교는 “언론과 도교육청은 학생들이 상처받지 않고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심과 애정으로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달 26일 은여울고 학생들은 체험학습(영화관람)을 하는 과정에서 진천군여성농민회 회원들로부터 ‘윤석열 정권 거부한다’는 종이피켓을 들것을 권유받았고 촬영된 사진이 SNS에 게재, 논란이 불거졌다.

한 학부모는 10일 기자회견(본보 5월 10일 보도)을 열고 이번 일을 통해 자신의 자녀가 정치적 선전·선동 도구로 이용당했다며 분노했고, 평소 은여울고에서 사회주의 선동교육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는 교사들을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국가보안법 위반, 아동학대 등 혐의로 충북경찰청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은 전수조사 및 감사관에 정식으로 감사를 요청한 상태다.

이와 관련 충북의 일부 언론들은 ‘충북 공립학교에 재직 중인 모 교원단체 소속 교사들이 북한을 찬양·고무하고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는 등 이적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충북 공립 대안학교 일부 교사들이 북한을 찬양·고무하고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는 등 이적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한바 있다.

한편 은여울중고등학교 교사들은 학교장 명의의 입장문을 도교육청 공보관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흥준 공보관은 "저희한테 온 내용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학교와 교사들의 개인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교육청 공식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보도자료를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