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여울고 한 학부모 “학생을 정치 선전선동 도구로 이용”
사회주의 선동교육 주장, 충북교육청에 철저한 조사요청
진천군여성농민회, “학생 배려 못한 점 책임 통감”
도교육청, 학생 27명 전수조사 및 감사관에 감사 의뢰
은여울고 교사, “협동조합 교육 내용일 뿐…사실 아냐”

 

은여울고등학교 학부모 김경준 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자녀가 정치 선전선동 도구로 이용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여울고등학교 학부모 김경준 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자녀가 정치 선전선동 도구로 이용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여울고등학교 2·3학년 학생들이 지난달 영화관에서 ‘윤석열 정권 거부한다’는 종이피켓을 든 것과 관련 인권침해, 정치집단 개입, 국가보안법 위반 논란까지 그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은여울고 학생들은 지난달 26일 영화관람을 위해 영화관으로 체험학습을 갔다. 그런데 당시 현장에 있던 진천군여성농민회 회원들이 학생들에게 ‘윤석열 정권 거부한다’는 종이피켓을 들으라고 권유했고, 이 과정에서 교사들의 대처가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평소 은여울고 수업시간에 교사들이 자본주의와 이승만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은여울고 3학년 학생의 학부모인 김경준 씨는 9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이번 일로 자신의 자녀가 “심한 충격을 받았다”며 “몇몇 교원들의 일탈행위인지, 학교의 최종관리자가 재가한 행사인지, 특정 정치집단과 협의하고 계획한 것인지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주장했다.

또 “엄격한 처결을 통해 학교와 교원들에게 부여된 정치적 중립과 건강한 사상과 올바른 이념이 교수되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경준 씨는 특히 사회주의 선동교육이 자행되고 있다며 충북교육청은 이를 파악해 조처해 달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자녀에게 은여울고의 평소 수업행태와 교육내용을 물어본 결과, 은여울고 모 교사가 동아리 모임 때 ‘사회주의 체제가 더 좋다’고 가르쳤다는 것이다.

김 씨는 “2020년 코로나 시기 비대면 수업에서 모 교사가 ‘이승만은 미꾸라지 같은 X’이다. 독립군자금을 보내주면 그 돈으로 바람을 피우고 다녔다라고 발언한 것을 자신이 직접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교육을 받은 우리 아이들에게 뭘 어떻게 하라고 요구하는 겁니까? 대한민국은 나쁜 체제를 가진 나라니까 테러라도 하라는 겁니까?”라며 “우리 아이들을 건강한 이념과 사상을 가진 교원에게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교육청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충북교육청 김흥준 공보관은 “지난 1일 은여울고 학생 27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학부모님이 언급한 내용을 서술한 학생은 5명이다”라며 “8일 감사관에 정식으로 감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치선동 아냐…아이들 선택에 맡겼을 뿐”

이에 대해 은여울고 교사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4월 26일 영화관 상황과 관련, 은여울고 신현규 교장은 “학생들의 노동인권 교육을 위해 영화 관람을 했다. 마침 진천군 8개 단체에서 영화 ‘다음 소희’를 관람하고 있었고, 진천군여성농민회에서는 양곡관리법 때문에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피켓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교사들은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교사들도 특별하게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켓을 드는 것과 사진 찍는 것을)아이들의 선택에 맡겼고, 일부 학생이 거부를 해서 존중해 주었다”고 전했다.

실제 학생들에게 피켓을 들도록 권유했던 진천군여성농민회도 9일 기자회견을 한 은여울고 학부모 김경준 씨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유주영 진천군여성농민회장은 “농업문제를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였다. 원하지 않으면 피켓을 들지 않아도 된다고 사전에 공지를 했다. 사전에 학교나 교사들과 상의한 것이 전혀 아니다”라며 “이번 일로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까봐 너무 걱정이다. 의도치 않게 피해를 주게 되었다”고 밝혔다.

진천군여성농민회는 10일 보도 자료를 통해 “갑작스럽게 준비하면서 참여단체들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못한 채 진행한 점과 상영장에 학생들이 참석했다는 사실에 대해 좀 더 배려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일들이 마치 학생들을 정치도구로 이용하고 정치편향적인 교육을 위해 진행된 것처럼 왜곡되고 있는 현실에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고 전했다.

김경준 씨의 두 번째 주장, 은여울고 교사들이 사회주의 선동교육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교사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박명진 교사는 “2020년 당시 은여울중학교 내에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회주의와 관련된 내용을 공부한 적이 있다. 왜 사회적협동조합이 생겨났는지 등 협동조합의 역사와 사회주의 모델로서 협동조합에 대해 공부를 했다. 사회주의 체제가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 협동조합이 생겨났다는 것을 교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여러 명의 외부강사를 초청했었다. 학부모님이 지적하신 발언이 실제 있었는지는 사실상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사실이 왜곡·과장, 정치화되고 있어”

현재 은여울고 교사들은 언론보도, 학부모 기자회견, 국민의힘 충북도당의 성명 등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면서 사실이 왜곡·과장, 정치화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언론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 언론사는 5월 7일 ‘충북 대안학교 교사들, ‘북한 찬양’·‘정권 비판’ 이적행위 논란’이라는 기사를 통해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대안학교 교사들의 북한 찬양 수업에 문제를 제기했고 시정되지 않자,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한 사안”이라며 “수업 시간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건 학생들에게 확인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은여울고 교사들은 왜곡보도, 허위사실이라며 학교와 교사 명예를 실추시켰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충북·청주시기독교연합회 관계자와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 이재수 대표도 참석했다. 이재수 대표는 "지인으로부터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용을 알고 싶어서 참석했다"며 "다른 분들과 논의 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밝힐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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