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제한 없는 비상임조합장으로 전환…장기집권 지속
제천시장 등 선거 출마로 봉양지역에서 인지도 굳혀
‘보기 드문 인사성’, ‘주민 애로사항 해결사’로 통해
평소에 선거운동…현직 프리미엄 톡톡히 누리는 선거제도

제천 봉양농협이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 차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 무려 36년 동안 조합장을 지낸 홍성주 조합장의 갑질 등 수십 년 간 곪을대로 곪았던 문제가 한꺼번에 터졌다. 봉양농협 노동자들은 현재 파업과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아본다.(편집자 주)

 

홍성주 제천시 봉양농협 조합장은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장수 조합장’이다. 무려 36년째, 10선이다. 지난 3월 8일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무투표로 당선됐으니, 4년 후엔 40년을 꽉 채운다. 더욱이 그는 11선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홍 조합장은 “선거로 정정당당하게 당선된 것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홍 조합장을 ‘고인 물’, ‘제왕’, ‘지역발전 저해’라고 표현하며 봉양농협은 이미 비판·견제 능력을 상실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현재 파업 중인 봉양농협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홍성주 조합장을 ‘봉양의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며,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2014년에 있었던 일

그렇다면 홍성주 조합장이 이토록 오랫동안 조합장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1988년 35세 나이에 처음 조합장이 됐다. 간선제로 조합장이 된 홍 조합장은 당시에는 연임 제한과 상임·비상임조합장 구분이 없었기에 2014년까지 내리 26년을 조합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2004년 농협법이 개정되면서 홍 조합장은 더 이상 조합장을 역임할 수 없게 됐다. 상임조합장은 최대 12년까지만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이미 두 차례 연임을 했기 때문에 조합장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홍 조합장은 2014년 봉양농협을 연임에 제한이 없는 비상임조합장 체제로 전환, 현재에 이르고 있다.

상임과 비상임은 농협 규모에 따라 결정되는데, 자산규모가 2500억 원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비상임조합장을 두고 상임이사가 경영의 전문성을 꾀해야 한다. 다만, 2500억 원 미만 농협에서도 대의원 의견에 따라 비상임조합장을 둘 수는 있다. 그러나 작은 농협에서 비상임조합장을 둘 경우, 상임이사 인건비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상임과 비상임의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역할과 임기가 다르다. 상임은 매일 출근을 해야 하고 농협 업무의 전반을 총괄해야 하지만 비상임은 임원 의사수렴과 대외교류·복지후생 업무 정도만 담당한다. 경제·신용사업 등 대부분의 사업과 실질적인 인사권을 상임이사가 갖는다. 급여 또한 비상임은 상임보다 낮고, 임기도 상임이 최대 12년, 3선까지만 할 수 있는 반면 비상임은 연임이 무제한이다.

당시 봉양농협이 자산이 2500억 원에 미치지 못함에도 비상임으로 전환됐다. 그 이유를 두고 ‘홍 조합장의 무제한 연임’때문이라는 말은 이미 지역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히 2014년 비상임조합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봉양농협에선 석연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2014년 봉양농협이 비상임조합장으로 전환됐던 당시 상황을 농민 A씨는 이렇게 전했다.

“홍성주 조합장이 비상임조합장으로 전환하자는 안을 냈습니다. 그런데 이사회에서 부결되었습니다. 그래서 홍 조합장이 대의원총회를 소집했어요. 그때 총회자리에서 조합원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홍성주 조합장이 일어선 사람들을 가리키면서 찬성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하면서 방망이를 두드렸어요. 그래서 잘못됐다고 봉양읍 농민회와 조합원들이 대의원들에게 알리고 투쟁을 했는데 결국은 이기지 못하고 지금까지 계속 온 거죠. 농협중앙회에도 문의를 했는데 거기서도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이상 못한 거죠.”

그러나 홍 조합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대의원총회에서 정당하게 정관을 바꿔서 가결됐는데 뭐가 문제인가요? 10년이나 됐는데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박수를 몇 명 치는지 정확히 알 수도 없고, 손을 들으라고 하니까 드는 사람도 있고, 안 드는 사람도 있고, 눈치를 보는 사람도 있고, 쭈뼛거리는 사람도 있고… 내가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기립으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민원이 있었는데 아무런 문제없이 됐어요.”

그는 또 이렇게 설명했다.

“그때 제천시장 선거에 나가려면 상임에서 비상임으로 바꿔야 한다고 해서 바꿨습니다. 시장이 되면 조합장 사표를 내면 되고 떨어지면 그냥 조합장 하려고요.”

2014년 제천시장 선거에서 낙선할 경우 돌아갈 곳을 마련하기 위해 비상임조합장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2017년 가뭄으로 식수난을 겪고 있는 제천지역 주민들에게 생수를 전달하고 있는 홍성주 조합장.(뉴시스)
2017년 가뭄으로 식수난을 겪고 있는 제천지역 주민들에게 생수를 전달하고 있는 홍성주 조합장.(뉴시스)

 

톡톡히 누리는 현직 프리미엄

물론 홍성주 조합장이 수십 년 간 조합장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을 제도(비상임조합장으로 전환)의 ‘악용’ 때문 만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는 지역에서 ‘인사성 밝은 사람’, ‘농민의 애로사항이라면 끝까지 해결해주는 사람’으로 통한다.

A씨는 “솔직히 인사성은 홍성주 따라갈 사람 없다. 외지에 사는 조합원 자녀가 직장에서 승진한 것도 어떻게 알았는지 축하인사를 하는 사람이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농민 B씨는 “홍 조합장 차에는 호미, 바지, 음료수 등이 쌓여 있다. 지나가다 농민을 만나면 물품을 건네며 인사를 한다”고 말했다.

홍 조합장의 이러한 선행(?)은 선거에서 크나큰 현직 프리미엄으로 작용한다. 평소에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홍 조합장도 인정한다.

홍 조합장은 “선거 운동은 평소에 하는 것이지 선거 기간에만 반짝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늘 선거운동을 한다. 선거기간에 놀아도 나한테 30~40%는 그냥 오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봉양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김기정·이해선·진상권 씨(왼쪽부터)가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홍성주 조합장이 현직의 지위를 이용해 불법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뉴시스)
지난 2015년 봉양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김기정·이해선·진상권 씨(왼쪽부터)가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홍성주 조합장이 현직의 지위를 이용해 불법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뉴시스)

 

문제는 이런 모든 활동을 선거기간이 아닌 기간에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조합장은 또 “밖에서 아무리 파업하고 소리 질러도 나는 눈도 깜박 안한다. 농민들도 조용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번의 시장선거와 3번의 국회의원 선거 출마도 36년 집권의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비록 낙선을 하기는 했지만, 그는 선거를 통해 조합장으로서의 명성을 더욱 굳혔고, 이는 농협 선거에서 장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활동 덕에 홍 조합장은 봉양에서 이른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되었다. 최근 10여 년 동안에는 대적할 경쟁자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비상임이라는 비교적 자유로운 신분 덕에 그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홍 조합장이 가지고 있는 직함은 12개에 이른다.

 

선거는 조합장 교체하기 힘든 구조

‘36년 조합장’의 가장 큰 문제는 봉양농협이 비판능력을 상실했고 혁신과 변화를 꾀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50여명의 대의원 중 대다수는 홍 조합장의 측근이고, 이들은 일 년에 두 번 예산총회와 결산 총회에 나가 거수기 역할을 하며 수당을 받는 것이 고작이라는 비판이 있다.

더 이상 다양한 시각과 의견이 반영되기 힘들다는 얘기이고, 이는 부실한 경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현재 봉양농협 경영은 예금·대출 사업을 제외하고 모든 사업장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에 터져 나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 또한 장기집권의 폐해라고 볼 수 있다.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때 혼자 힘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농협직원들의 힘을 동원했고, 이 과정에서 갑질이 발생했으며, 이는 직원들의 불만으로 이어졌다.

 

봉양농협 노조 제공.
봉양농협 노조 제공.

 

비상임조합장 제도는 봉양농협 내부에서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안경수 상임이사가 권한을 가지고 경영의 전문성을 꾀해야 함에도, 실제 농협의 모든 권력은 여전히 홍성주 조합장에게 있다는 것.

한 관계자는 “실제로는 조합장이 인사권과 권한을 다 가지고 있다. 보수도 더 많고 말만 비상임이지 솔직히 권한은 다 누린다. 비상임조합장의 연임은 제한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20년 이상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물론 조합장의 장기집권이 문제가 된다면 조합장을 새로 뽑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밝힌 대로 현직 프리미엄이 허용되는 조합장 선거는 쉽게 조합장을 바꿀 수 있는 구조가 결코 되지 못한다.

노동자들은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는 불만을 터트리며 홍 조합장의 갑질과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며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외부에서는 농협 파산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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