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초·수곡중 학부모, 충북교육청 행정에 반발
학급당 학생 수 증가, 근거도 없이 교장공모제 반대
학부모 1인 시위에 이어 학생들도 반발 움직임 확산

왼쪽부터 박혜진 수곡중학교 학부모회장, 우복남 한솔초등학교 학부모회장.
왼쪽부터 박혜진 수곡중학교 학부모회장, 우복남 한솔초등학교 학부모회장.

청주시 수곡동의 한솔초등학교와 수곡중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학부모들은 충북교육청이 근거도 없이 교장공모제를 반대하고 있고, 지난 수년간 큰 성과를 거둔 교육정책을 일방적으로 폐기하려 한다며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이들은 도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학생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일 수곡중과 한솔초 학부모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솔초의 교장공모제와 수곡중의 교육복지사 전출 반대 및 학급당 학생수 유지 등을 주장했다.

한솔초 학부모회는 “학교구성원 80% 넘게 요청한 교장공모를 충북교육청이 받지 않기로 하면서 ‘놀이학교’로의 기반이 흔들리게 되었다”며 한솔초의 교장공모 시행을 촉구했다.

또 수곡중 학부모회는 “교원축소와 교육복지사 전출, 행복씨앗학교 예산 삭감 등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수곡동의 긍정적 변화를 위해 10여 년간 함께한 교직원, 학부모, 학생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윤건영 충북교육감은 공교육의 의무를 다하라”고 주장했다.

수곡중과 한솔초 학부모회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솔초의 교장공모제와 수곡중의 교육복지사 전출 반대 및 학급당 학생수 유지 등을 주장했다.
수곡중과 한솔초 학부모회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솔초의 교장공모제와 수곡중의 교육복지사 전출 반대 및 학급당 학생수 유지 등을 주장했다.

 

한솔초 상황, 어떻길래…“교육청X들이 나를 무시해서”

과거 한솔초는 교사들 사이에서 '기피학교'였다. 학교폭력 비율이 타 학교보다 높아 어려움이 많다보니 한솔초에 근무하길 희망하는 교사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는 교직원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인정하고 있다. 

우복남 한솔초 학부모회 회장은 “과거 한솔초에 부임한 한 교장선생님은 교육청 X들이 나를 무시해서 한솔초로 발령을 냈다고 말했다. 직접 들었다”라며 “그만큼 한솔초는 교사들로부터 기피학교로 유명했다”고 전했다.

윤재화 한솔초 교장도 “어떤 교장도 여기 와서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한솔초는 그런 취급을 받던 학교다. 여기에 오는 교사는 타지에서 오는 교사이거나 아니면 신규교사가 대부분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던 한솔초는 10여 년 전부터 놀이를 교육과정의 하나로 도입, 놀이를 통한 회복적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사들이 수곡동으로 이주하면서 지역과 함께하는 축제 등 지역과 연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4남매를 키우고 있는 우복남 회장은 “큰 아이도 한솔초를 졸업했다. 지금 23살이다. 그때 학교와 지금의 학교는 너무 다르다”라며 “학교폭력 비율이 줄어들고 아이가 학교를 좋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모교장이 아닌 발령제 교장이 오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게 될까봐 걱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충북에선 교장공모제 사실상 차단

한솔초 학부모와 교사들은 놀이 교육과정을 보다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자율학교를 신청, 2018년 자율학교로 지정받았다. 자율학교로 지정을 받으면 교장공모제를 도입할 수 있고 교사초빙제도 도입할 수 있다. 현재 윤재화 교장은 한솔초가 자율학교로 지정받으면서 선출됐다.

한솔초는 윤재화 교장이 내년 2월 명예퇴직을 앞두고 있어 도교육청에 교장공모제를 신청했다. 설문결과 학부모의 88.1%, 교직원의 92.3%가 교장공모제를 원한다는 것이 근거였다.

그러나 충북교육청은 사실상 한솔초의 교장공모제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충북교육청 교원인사과의 한 관계자는 “교장공모 학교 선정은 학교에서 신청을 하면 공모교장운영위원회가 심의를 하고 이를 교육감에게 전달한다. 최종결정은 교육감이 한다”라며 “한솔초 교장공모제가 승인이 안 된 것은 운영위원회 결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운영위원이 누구인지, 그런 결정을 한 기준이 무엇인지는 공정성을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한솔초가 운영위원회 심의에서 탈락한 이유는 지난 4년 동안 한솔초가 너무 잘 하셔서 이제 더 이상 정책적으로 배려받을 필요가 없다고 위원들이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충북에서 교장공모제가 진행되는 학교는 삼성초등학교와 청원고등학교, 충북생명산업고등학교 등 3곳이다. 청원고와 충북생명산업고는 각각 자율형공립고등학교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미래농업선도고등학교로 규정상 반드시 교장공모를 해야 하는 학교다. 사실상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 많은 삼성초를 제외하면 충북에서는 교장공모제가 차단됐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윤재화 한솔초 교장은 “윤건영 교육감과 면담을 했는데 특별한 근거도 없이 교장공모제를 거부했다. 윤 교육감은 한솔초가 그만큼 단단해졌으니 누가 교장으로 와도 잘 할 수 있다고 하더라.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본인들이 원하는 교장을 뽑고 싶은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솔초, 수곡중 학부모들은 매일 충북교육청 현관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한솔초, 수곡중 학부모들은 매일 충북교육청 현관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수곡중 변화의 근간이 “흔들린다”

한솔초 졸업생의 50%가량이 입학한다는 수곡중학교 상황은 더욱 어렵게 됐다.

수곡중 또한 한솔초와 마찬가지로 교원들 사이에서는 기피학교로 유명했었다. 박혜진 수곡중 학부모회장은 “과거 수곡중은 학교폭력이 많은 기피학교였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노력으로 변화되었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은 수곡중이 변할 수 있었던 근간에는 25명 이내 학급당 학생 수와 교육복지사, 행복씨앗학교 프로그램, 행복교육지구 사업 등 지역연계 활동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충북교육청이 내년부터 수곡중의 학급당 학생 수를 현재 25명 이내에서 28명~30명으로 늘리고 교원 수도 6명을 감축(기간제 교사2명 포함)한다고 밝힘에 따라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교육복지사가 전출되면서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이 방치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16년 행복씨앗학교에 선정된 수곡중은 올해 행복씨앗학교의 심화버전인 ‘행복자치미래학교’로 지정되었다. 2025년까지 운영되지만 앞서 도교육청이 발표한 ‘행복씨앗학교 단계적 운영방안’에 따라 학급당 학생 수는 일반학교 수준으로 되돌아간다.

박혜진 회장은 “교원감축은 학급당 인원을 다시 확대하고 교사의 업무가 증가하여 결국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영향을 만들기에 충분하다”며 수곡중 교사 증원과 교육복지사 배치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은 교원감축은 교육부 정책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전국에서 3000여명, 충북에서는 332명의 교원을 감축한다고 밝힌바 있다.

한편 한솔초·수곡중 학부모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수곡동에 있는 청주교육대학교 총장을 지낸 윤건영 교육감님. 당신은 수곡동을 모릅니까?”라며 “수곡동은 영구임대아파트부터 대형아파트까지 다양한 거주계층이 함께 살고 있다.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까지 수곡중 행복씨앗학교와 한솔초 놀이학교를 통해 지역의 갈등을 해결하며 긍정적 공존으로 전환해왔는데 이제 두 학교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수곡동 교육 현실 자체가 암울해졌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충북교육청 앞에서 무기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향후 학생들에게도 이와 같은 사실을 공지, 대안마련을 함께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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