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씨앗학교 3년째를 맞아 충북인뉴스에서는 6회에 걸쳐 충북지역 행복씨앗학교의 목적과 현황, 행복씨앗학교의 핵심가치인 창의성, 자발성, 민주성, 공동체성이 실제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또 미흡한 점은 없는지 알아본다. 이번호는 세 번째로 민주주의 교육이 실제 학교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 청주시 서원구에 위치한 수곡중학교를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교육의 주인은 원래 학생이었다>

“학생은 왜 자치와 참여를 허락받아야 하는가?”

2015년 10개교를 시작으로 현재 42개교로 늘어난 충북형 혁신학교 행복씨앗학교의 핵심은 △민주적 학교문화 △학생중심교육과정 △미래사회 역량강화교육에 있다. 학교가 진정한 배움의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인 문화형성은 필수요소다.

최근 ‘가장 민주적인, 가장 교육적인’을 펴낸 정용주(염경초) 교사는 학교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바로 민주시민교육이라고 주장했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소수에 의한 지배’, ‘소수가 주도하는 사회’가 아닌 평등하고 행복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성이고, 민주성이 담보되었을 때 좋은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학교현장은 어떤가? 정 교사는 “민주주의는 교과서 안의 활자로만 머무를 뿐, 학생들은 현재 시민으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미래의 시민으로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정 교사는 이렇게 반문한다. ‘왜 학교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의 일을 직접 결정할 수 없는가?’, ‘왜 학교에서 학생들은 자치와 참여를 허락받아야 하는가?’
 

청주시 서원구 수곡중학교 학생들이 자치회 활동을 하고 있다.

행복씨앗학교는 바로 이 점을 주목한다. 몇몇 탁월한 능력을 가진 학생만, 또는 성적이 상위 5%, 10%안에 드는 학생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행복하면서 즐거운 학교, 배움의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든다는 것이 행복씨앗학교의 주요 골자이자 핵심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선 학교에서 행복씨앗학교를 실천하고 있는 교사들은 민주적인 학교문화 형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금 느리지만 학생이 주최가 되어 의견을 모으고 결정하며 실천한다. 그리고 실천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해결방법 또한 교사의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학생들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과 오류는 생긴다. 하지만 실패는 아니다. 비로소 학생이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 ‘주최자’가 되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수곡중학교

대부분의 행복씨앗학교에서 학생들의 민주주의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수곡중학교는 눈에 띄는 곳이다. ‘학생자치’를 통해 민주주의를 배우고 실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행복씨앗학교 2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수곡중학교의 민주성 교육은 자치와 참여를 통해 이뤄진다. ‘자율과 자치의 생활공동체’, 즉 학생자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전담교사를 별도로 배치, 학생이 주인인 학교문화를 실현하고 있다.

‘학급-학년-대의회원회’라는 체계를 통해 학생이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총무기획부, 법무자치부, 홍보미디어부, 환경아가모부, 도서체육부 등 자치회에서 자율적으로 연간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근 열린 수곡중학교 축제모습. 수곡중학교 학생들은 체육대회와 축제를 직접 계획하고 진행했다.

또 28개의 자율동아리와 충북대학교 동아리와 연계된 10개의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방송우체통, 과학동아리, 또래상담반, 슬기주머니 등 다양한 동아리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게 활동하고 있다. 학교의 지원으로 동아리실이 마련돼, 보다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 열린 체육대회와 학교축제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진행, 큰 호평을 받았다. 자치회 활성화와 민주시민교육 업무를 하고 있는 이민숙 교사는 “축제와 체육대회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자치회에서 계획하고 진행했다”며 “소외되는 학생 없이 모든 학생이 즐기고 나누는 행사였다. 학생들이 직접 진행하니까 잘하는 아이들만 참여하던 기존의 체육대회나 축제가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즐기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이어 “자치회가 활성화되면서 아이들이 많이 변화되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학생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스스로 결정한 일에 책임을 지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활동 덕에 수곡중학교를 바라보는 인지도는 최근 많이 달라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실 수곡중학교는 ‘기피학교’였다. 인근학교에 비해 여러 가지 면에서 ‘열악한 환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수곡중학교는 피하고 싶은 학교였다.

하지만 달라졌다. 올해 신입생 148명 중 수곡중학교를 1지망으로 선정한 학생은 무려 143명이나 됐다. ‘아이들이 피하는 학교가 아니라 가고 싶은 학교’가 된 것이다. 이민숙 교사는 “그 변화의 핵심에는 바로 행복씨앗학교가 있다”고 전했다.

 

민주적인 학생회를 넘어 교육의 민주화를 위해

학교 내에서 민주주의 실현은 비단 학생들의 자치나 활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학생들의 자치와 민주성 이외에도 학부모회, 교사회가 민주적으로 구성·운영되어야만 비로소 행복씨앗학교의 열매를 맛볼 수 있다.

사실 교사들의 비민주적인 문화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비민주적인 회의문화, 관료주의와 권위주의로 갈 수 밖에 없는 교장승진제도 등 혁신의 대상은 산적해 있다. 경기도 운산고등학교 강범식 교장은 “학교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교장의 승진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말단 관료의 역할을 요구받는 학교장이 상급 관청의 지시에 따라 교사와 학생을 관리·통제했던 일제식민지 시대의 관행이 지금도 그대로 관철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학교가 스스로 자기혁신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없다. 교사들을 승진점수 따기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지금의 잘못된 교장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대안으로 교장공모제가 논의되고 있다.

교사들의 비민주적인 회의문화도 개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방적인 지시와 전달문화는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학교를 민주적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또 학교에서 민주적 시민을 길러 내기 위해 말없이 고군분투해 왔다. 하지만 학교는 여전히 비민주적이다.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 누군가를 이겨 성과를 내야만 올바른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지나친 능력주의와 경쟁의식, 성과주의 때문일 것이다.

구지 행복씨앗학교가 아니더라도 건강한 미래사회를 위해 학교의 민주화, 교육의 민주성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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