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6>'습속의 보수' 넘는 타협과 설득의 지혜 필요

행복씨앗학교 3년째를 맞아 충북인뉴스에서는 6회에 걸쳐 충북지역 행복씨앗학교의 목적과 현황, 행복씨앗학교의 핵심가치인 창의성, 자발성, 민주성, 공동체성이 실제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또 미흡한 점은 없는지 알아본다.

이번호는 기획연재 마지막 순서로 충북지역에서 혁신학교(행복씨앗학교) 일반화가 과연 가능한지, 또 걸림돌은 무엇인지 청주교육대학교 이혁규 교수를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혁신학교 일반화는 시대적인 과제

충북교육청은 행복씨앗학교 평가에 대해 ‘대박은 아니지만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판단했다. 4년에 걸쳐 40개의 혁신학교를 지정, 혁신학교의 핵심가치들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고 그 속도도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갈등도 있었다. 일례로 최근 제천고등학교에서는 학부모와 교사, 학생과 학부모, 지역동문과 학교간의 갈등으로 지난 2년 동안 교사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행복씨앗학교의 긍정적인 효과와 그 필요성 또한 꾸준히 제기되면서 행복씨앗학교 일반화에 대한 논의도 조심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혁신학교 일반화란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의 구분이 없어지면서 혁신학교가 보편화되는 것을 말한다. 구지 행복씨앗학교라는 타이틀이 없어도 학교 구성원간의 생활협약 만들기, 교사들의 교육력을 제고하는 교사학습공동체 구성, 민주적 의사소통과 협력의 경험들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또 충북교육청과 지자체 주도로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통한 혁신교육의 확산도 본격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행복교육지구 사업은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하에서 혁신교육의 확산 및 일반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혁신학교 일반화에 대한 필요성과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열망’, ‘목마름’은 사실 심각한 수준이다. 일례로 2009년 경기도 지역 남한산초등학교 교사들의 교육철학, 학교운영 방법이 TV전파를 타면서 인근지역으로 전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전세 값이 오르고 그나마 품귀현상으로 집을 구할 수조차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본래 작은학교였던 남한산초등학교는 현재 전교생 162명으로 더 이상 작은학교가 아닌 ‘제법 큰 학교’가 되었다. 30명이 넘는 학급도 있다.

혁신학교 일반화 취지이자 목표는 멀리까지, 힘들게 ‘좋은 학교’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집 근처 가까운 아무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행복하고 미래역량을 키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혁신공감학교’라는 이름으로 일반화를 시도하고 있다. ‘학교란?’, ‘교육이란?’, ‘수업이란?’ 등 교육구성원들이 함께 교육의 기본적인 철학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각 학교 특성에 맞는 변화를 꾀하고 있다. 혁신공감학교의 목표는 △새로운 학교문화 형성으로 공교육의 신뢰제고 △학생중심 교육실현으로 학생이 행복한 학교구현 △학교혁신의 성과와 개방으로 교육공동체가 신뢰하는 교육실현이다.

학교문화의 민주화, 수업의 다양화, 공부하는 교사로의 변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고 역량중심의 변화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교육자라면 누구나 그 필요성을 인정한다. 이런 의미에서 행복씨앗학교의 일반화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지 행복씨앗학교라는 이름이 없더라도 모든 학교들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인 과제인 셈이다.

청주교육대학교 이혁규 교수

생각, 의식 전환이 핵심

“교육의 변화를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불필요한 논쟁을 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감 한사람의 치적 또는 교육감의 성과로 보고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반대하는 것 또한 매우 잘못된 생각입니다.”

행복씨앗학교 일반화를 연구하고 있는 청주교육대학교 이혁규 교수는 행복씨앗학교, 즉 혁신학교 일반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학교 및 교육의 변화를 정치적인 논리로 인식하는 ‘불필요한 논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의 변화는 이미 세계적으로 합의된 내용이고 흐름인데 이를 진보교육감이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또는 보수교육감이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는 얘기다.

이 교수는 또 “교육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현재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모습 또는 중학교 모습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는 큰 틀은 누구나 인정하는 담론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정책과 선거당락,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여전히 변화의 걸림돌은 산적해 있다. 이는 반대하는 이들에게 또 다른 구실을 제공해 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한국 학생들을 보며 불쌍하다고 말하는데 교육자들이 이 말에 자극을 안 받고 정치논리로 진보와 보수를 이야기하는 것이 도대체 맞는 것이냐?”고 이 교수는 반문했다. 그는 이어 “변화에 주저하지 말아야 하고 이를 정치에 이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혁규 교수는 행복씨앗학교의 일반화가 쉽지 않은 것은 한마디로 ‘습속의 보수’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습속이란 예로부터 어떤 사회나 지역에 내려오는 고유한 관습과 풍속을 말하는 것인데 교육 구성원들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 생각, 마인드를 바꾸지 못해 행복씨앗학교 일반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누구에게든지 변화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수십 년간 익숙해져 있는 방식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 많은 교사들은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수업을 공개하고 평가받는 것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교수는 “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해서 변화하고 바꿔야 한다. 관행이나 습성을 버리는 일을 이제는 과감하게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이 교수는 “혁신교육을 추진하면서 발생하는 교육부와 교육감, 교장과 평교사,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부모와의 갈등은 끊임없는 설득과 타협, 공유 속에 해결해야 한다. 학교가 어떤 곳이어야 한다는 교육철학 공유를 기본으로 하면서 실제 교사들이 공부를 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특히 학교장에게는 매우 강력한 연수프로그램을 도입해 교장들이 실질적으로 공부를 하도록 시스템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이혁규 교수는 일반화를 너무 서두르지는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혁신학교의 수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두기보다는 모델학교로서 혁신학교가 거둔 성과를 유지하면서 일반학교가 자발적으로 학교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혁신학교 일반화는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학교문화의 변화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수의 확대보다 확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력저하, 지원금 지출의 불투명성 등 지금 이 순간에도 행복씨앗학교는 수많은 갈등과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기성세대들이 과거에 힘들었듯이 지금 우리 아이들도 여전히 힘들고 행복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 이유가 교육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행복씨앗학교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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