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하고, 표현하고, 생각하는 수업
행복씨앗학교 3년째, 청주 성화초등학교

행복씨앗학교 3년째를 맞아 충북인뉴스에서는 6회에 걸쳐 충북지역 행복씨앗학교의 목적과 현황, 행복씨앗학교의 핵심가치인 창의성, 자발성, 민주성, 공동체성이 실제 교육현장에서 얼마나 잘 구현되고 있는지 알아본다. 두 번째 연재로 창의성교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청주시 성화초등학교를 통해 살펴본다.<편집자 주>

 

<공부가 다가 아니야, 시험과 맞바꾼 체험학습>

80~90년대에 초·중학교를 다닌 세대라면 요즘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어도 이렇게 많이 변하리라 생각하진 못했을 것이다. 한 반에 70~80여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일렬로 의자에 가만히 앉아 선생님의 입만 바라보던 과거와는 전혀 딴판이다.

곤충의 모습과 생활을 보기 위해 수업시간에 직접 산에 올라 나무에 붙어있는 벌레들을 돋보기로 살펴본다. 벌레모습을 흉내내보고 서로의 모습을 보며 깔깔깔 웃는다. 벌레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떤지 교구를 이용해 알아본다. 사람의 눈과 벌레의 눈이 어떻게 다른지 생물학적인 용어는 모르지만 그래도 그냥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언덕길을 오를 땐 뒤에 있는 친구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가자고 말한다. 뒤의 친구가 손을 잡자 그만 쭈욱 미끌어지고 만다. 그래도 좋다. ‘너 때문에 넘어졌다’기보다 미끄럼을 탄 것 같아 오히려 재밌다.

산길을 따라 동물의 흔적을 찾아보기도 하고 흔적을 보며 동물들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유추해본다. 한낱 미물이지만 먹이를 구하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또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내가 소중하듯 작은 벌레도 소중한 ‘생명체’다.

손거울을 눈 밑 또는 눈 위에 바짝 대고 하늘과 땅이 거울을 통해 어떻게 비춰지는지 관찰한다. 어려운 과학원리를 금방 터득하진 못했지만 산에서 하는 공부는 참 재밌다.
 

지난 10월 24일 오전 11시. 청주시 성화초등학교 3학년 1반 학생들 모습이다. 얼핏 보기에 공부를 하는 건지, 그냥 아무렇게나 노는 건지 구분이 안 간다. 하지만 가끔씩 던지는 박정미 교사의 질문에 아이들은 서로 손을 들어 대답한다. “애들아~ 벌레는 왜 나무에 집을 지었을까?, 곤충의 눈이 되어보니 기분이 어떠니?”, “벌레들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너무 어지러워요”, “곤충이 불쌍해요” 물론 정답은 없다.

 

놀 듯이 공부한다

 

올해로 벌써 행복씨앗학교 3년째를 맞고 있는 성화초등학교 학생들은 성화동 구룡산 자락에서 그렇게 수업을 했다. 25명의 초등학생들이 좁은 산길을 걷다보니 위험하고 산만하기 짝이 없다. 사고의 우려도 있어 박 교사는 한시도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45분의 시간은 훌쩍 지났다.
 

혹자는 물을지 모른다. ‘그게 노는 거지 어떻게 공부하는 거냐?’고. ‘그렇게 하니 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겠냐?’고. 물론 맞다. 학생들은 ‘공부를 했다’기보다 ‘놀았다’고 표현한다. 곤충에 대해 무엇을 배웠냐고 물으면 아이들마다 다 다른 답을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은 미래세대 주역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항목, 바로 창의성 향상으로 귀결된다. 창의성은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으로 민감성, 융통성, 참신성 등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신세호 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그의 논문에서 창의성은 그 자체가 지적능력이 아니라 문제에 임하는 개인적인 태도이며, 그것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서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 속에서 보이는 자기표현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아이가 즐거워하고, 하고 싶은 것은 마음껏 하게 내버려두는 것이야말로 창의력 향상의 지름길이라는 게 여러 논문을 통해 이미 밝혀진 만큼 놀듯이 공부하고 표현하며 협력하는 체험학습은 학생들의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주변 환경과 사물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며 생각하지 않던 문제들을 생각하면서 창의적인 사고가 시작되는 것이다.

성화초 이순화 교사는 “그저 아무렇게나 노는 것 같지만 사실 교사들은 이 한 시간의 수업을 위해 수시로 회의와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며 “3학년 교사들은 매월 한 번씩 공개수업을 하고 주 1회씩 교육관련 책모임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 환경이나 수준에 맞춰서 즐겁게 배우고 활동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성화초에서는 창의력 향상을 위해 수업방식도 토론과 토의, 실험, 탐구, 체험, 프로젝트 등을 시도한다. 여러 교과가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통합 수업을 하기도 한다. 지역과 협력하여 마을이 공부의 장이 되고, 배움의 결과가 마을로 투입되는 배움 중심의 수업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체험학습과 공부는 여전히 별개인가?
 

물론 몇 번 구룡산을 오르고 벼를 베는 생태수업을 했다고 해서 창의성이 대단히 많이 계발되는 것은 아니다. 또 현재 성화초 등 행복씨앗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업이 완벽한 수업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교사가 창의성 향상과 협력, 표현력 향상을 의도했음에도 학생들이 느끼는 것은 단순한 재미, 거기에 머무를 수도 있다. 학생 수준과 흥미도, 창의성계발을 고려한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한 교사들의 노력이 꾸준히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행복씨앗학교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교육관계자 및 국민들의 의식개선, 사회전반의 문화와 환경개선 또한 필수다. ‘체험학습은 학교에서 하고 공부는 학원에서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행복씨앗학교의 기본적인 취지는 동의하면서도 ‘그러다 나만 손해 보면 어쩌나?’하는 걱정에서 많은 학부모들이 자유롭지 못하다.

일부 교사들조차 ‘체험학습은 체험학습, 공부는 공부’라고 말한다. 즉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를 따라갈 수 없다는 얘기다. 공부해야 하는 양을 대폭 줄이지 않고서는 어쩌면 행복씨앗학교의 정착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초·중·고 교육이 어떻게 하면 일관성 있게 이어질지는 여전한 숙제다.

하지만 즐거운 배움과 깊이 있는 교육을 위해 공교육이 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상당부분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순화 교사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지, 교육다운 교육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공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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