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40분 갑자기 검은 물 ‘콸콸’ … 악취 진동
수위, 2배 급상승 …부유물+폐수, 수시간 흘려보내

▲ 3월 24일 밤 10시 40분경 금왕하수처리장 최종 방류구에서 갑자기 시커먼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 금왕하수처리장에서 정상적으로 처리한 폐수를 방류하는 모습(촬영 3월 25일) 사진/육성준 기자
▲ 금왕하수처리장 방류구에서 나온 물이 응천 지류와 만나고 있다. 경계면의 탁도가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사진/육성준 기자
▲ 정상적으로 처리과정을 거친 방류수(오른쪽)과 야간에 무단 방류된 방류수(왼쪽). 무단 방류된 방류수에는 정체를 알수 없는 부유물이 섞여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 금왕하수처리장 최종 방류구 하류 지점의 응천 전경. 바닥에 쌓인 퇴적물이 검게 썩어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 응천 바닥을 들춰내자 검게 썩은 퇴적물이 심한 악취를 풍기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음성군이 운영하는 공공하수처리장에서 생활하수와 분뇨를 무단으로 방류한 사실이 본지에 단독 포착됐다. 음성군 금왕 공공하수처리장에서 배출되는 방류수는 낮에는 1급수였지만 밤에는 오폐수였다. 낮에는 청정수였지만 밤에는 ‘분뇨라떼’였다.

방류구에서 쏟아져 나온 검은 물에선 악취가 풍겼다. 7㎝ 정도에 불과하던 수위는 갑자기 14㎝ 정도로 높아졌다. 방류된 물을 비이커에 담아보니 먹물을 풀어놓은 듯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유물이 둥둥 떠다녔다. 소문으로만 돌던 오폐수 무단방류가 사실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한때는 강아지도 금 목걸이를 두르고 다녔다는 음성군 금왕읍. 금광 폐광이후 쇠락의 길로 내몰렸지만 지금은 기업도시 음성을 상징하는 신성장지역이다. 2008년 인구 2만명을 회복한 이래 지난해 말 기준 2만3000여명으로 음성읍을 제치고 음성지역 최대 인구도시로 탈바꿈했다.

응천은 신 성장도시 금왕읍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생극, 감곡을 지나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감곡면과 장호원에서 청미천으로 합류하여 북류하는 유일한 하천으로 여주를 지나 수도권 2000만 주민의 상수원인 팔당호로 합류한다.

도시의 성장은 이율 배반적인 욕구를 만들어낸다. 늘어난 인구와 공장으로 인해 오염원은 늘어지만 역설적으로 더 쾌적하고 더 생태적인 자연환경을 추구한다.

음성군도 이런 요구에 충실히 응했다. 응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해 사업비 37억6100백만원의 국·도비를 지원받아 관찰장, 어도, 목교, 데크, 야생초화원, 생태 호안조성 등 시설물등을 조성했다. 이와는 별도로 매년 꽃길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1억7000만원을 투입해 가섭교량과 하천을 연계하는 징검다리를 설치했다. 축제 때에는 이곳에서 맨손 물고기 잡기 대회도 열었다.

 

피라미는 사라지고 악취만...

금왕읍 주민들은 응천에 조성된 산책로와 꽃길을 따라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한다. 그런데 마을 주민들은 수년전부터 응천에서 이상한 악취를 맡았다. 응천에서는 1급수에 서식한다는 피라미가 사라져갔다. 대신 오염된 물에도 잘 견디는 붕어만 남았다.

주민들의 후각은 한곳으로 쏠렸다. 읍내에서 약 1㎞ 하류에 위치한 금왕공공하수 처리장. 이 시설은 관내에서 유입되는 생활 오폐수와 가정분뇨를 각 1일 6000톤과 40톤을 처리하는 시설이다. 이곳에서 처리된 생활오폐수는 응천에 최종 방류 된다. 그런데 이 방류구를 지나면서 물이 탁해지고 냄새가 심해졌다.

주민들이 품고 있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금왕공공하수처리장 방류구를 기준으로 상류와 하류지점을 확인해 봤다. 차이는 확연했다. 방류구를 기준으로 상류는 바닥이 보였다.

반면 방류구 아랫 지역은 바닥이 검게 보였다. 상류 700m 지점에 있는 용담교 밑에는 비록 바닥은 찌든 때 때문에 청결하지 않았지만 피라미들이 노니는 모습까지 보였다. 반면 방류구 하류 100m 지점까지는 하천 속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단방류가 드러난 순간

지난 3월 24일 본보 취재진은 날이 야간 촬영장비를 갖추고 금왕하수처리장 최종 방류구 주변에 잠복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으로부터 시료 채취를 위한 물품도 협조 받았다. 밤 10시경 방류구에서 나오는 물을 확인해봤다. 냄새도 없었고 수돗물처럼 맑은 상태였다.

지루했던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밤 10시 40분, 갑자기 물소리가 커졌다. 방류되는 물의 양이 많아졌다. 물이 많아질수록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야간 조명을 켜자 방류되는 물의 색이 확연히 드러났다.

검은 구정물이었다. 금왕 공공하수처리장에 처리되지 않은 채 모여 있는 오폐수의 색과 동일했다. 방류구를 지나 응천과 합류된 지점에 야간 조명을 비추었다. 합류점의 물의 탁도도 확연히 구분됐다. 합류점 상류지점은 바닥속의 자갈까지 훤히 드러났다. 반면 방류구로부터 나온 물길이 자리한 곳은 시꺼먼 구정물이었다.

방류된 물의 양도 2배 정도 증가했다. 무단방류 전 약 7㎝ 정도에 불과하던 수위는 어느새 14㎝를 기록했다. 방류 지점 위쪽과 방류구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야간이지만 두 시료의 물 색깔은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방류구에서 채취한 시료통에서 부유물이 둥둥 떠다녔다. 분뇨와 섞여 있는 것을 알고 있어 냄새가 더욱 역하게 올라왔다. 약 한 시간 정도가 지났지만 방류는 끝나지 않았다. 시료를 싣고 청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도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 음성군 금왕읍 중심지 용담교 인근 응천에서 수십마리의 물고기가 폐사된 채 썩어가고 있다. 사진/육성준기자.

혈세 먹은 생태하천…폐사된 물고기는 둥둥

응천 생태하천복원 사업, 지금까지 50여억원 투입

2007년부터 현재까지 응천 생태하천 복원 및 환경개선사업으로 50여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응천은 생태하천은커녕 물고기는 폐사되고 바닥 흙은 썩어가고 악취가 넘쳐나는 불량하천에 불과했다.

지난 3월 25일 음성군 금왕읍 중심지인 금왕교 하류 200m 지점인 용담교 부근. 물막이 보 시설이 설치돼 있어 상대적으로 물이 고여 있는 곳이다. 바닥은 겨우내 쌓인 퇴적물로 인해 청결해 보이지 않았지만 수백마리의 피라미 떼가 이동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런 모습도 잠시 하천에 설치된 보를 따라 이동한 결과 수십마리의 물고기가 폐사된 채로 방치돼 있었다. 보 가운데에는 한눈에도 20㎝ 이상 돼 보이는 붕어가 폐사한채 썩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보 주변에서 발견된 물고기만 수십마리.

자전거 전용도로에 꽃길까지 조성된 생태하천의 최상류 지역은 썩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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