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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특별법’(이하 반도체측별법)이 국회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법이 통과되면 정부는 반도체 기업에 직접적인 재정지원을 하게된다. 세액공제율을 확대해 기업에 반도체기업에 대한 세제지원도 늘어난다.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할 때 인허가처리가 용이해진다. 전력과 용수(물)과 같은 공공자원에 대한 반도체기업의 접근권과 사용권이 수월해진다.
노동법에 명시된 주52시간상한제에 대한 예외조항 적용 부분만 빼면 정부와 민주당, 국민의힘 등 여야 사이에 이견이 별로 없다. 현재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상태로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유력시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매우크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환경단체등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특별법에는 노동권 침해, 기후·환경 파괴, 재벌 특혜 조항 등 심각한 문제가 포함돼 있다고 우려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공급을 위해 전라·충청권에 신규 송전선로 설치가 추진돼 지역민들의 삶터 위협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물 사용 독점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25일 충북지역에서도 민주노총과 충북기후위기비상행동이 공등으로 반도체특별법을 반대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이들이 반도체특별법을 반대하는 이유를 연속으로 전한다. (편집자 주)

지금 국회가 통과시키려는 반도체특별법은 이름만 ‘국가전략산업 육성’일 뿐, 실제로는 삼성·SK 같은 재벌 대기업을 위한 맞춤형 특별법입니다. 사업 인허가 완화, 예타 면제, 조세 감면, 물·전력 우선 배분, 기반시설 국가 부담까지, 지원은 거의 무제한으로 열어 두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고용·노동권·지역·환경에 대한 책임은 비어 있는 법입니다. 이익은 재벌이 가져가고, 위험과 부담은 지역민과 노동자, 시민 모두에게 떠넘기는 구조입니다.
우리는 이미 청주에서 그 현실을 겪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청주 테크노폴리스에 585MW 규모의 LNG발전소를 짓겠다고 했을 때, 그 발전소 하나가 청주시 온실가스 배출량의 20%에 해당하는 150만 톤이 넘는 온실가스를 내뿜고, 질소산화물도 청주 주요 오염원 수준으로 배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발전소는 주거지와 밀접했고, 미세먼지와 발암물질, 온실가스의 위험은 고스란히 청주시민 몫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기업은 “전기 품질 안정”을 내세우며, 사실상 자기 이윤을 위한 자체 발전소를 강행했습니다. 그 계획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싸움을 다 했습니다. “재벌기업의 에너지 이윤을 위해 시민의 숨 쉴 권리와 삶터를 내줄 수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지금 반도체특별법은 청주에서의 경험을 전국으로, 그리고 훨씬 더 거대한 규모로 확대하는 법입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한 곳을 위해 전국의 물,전력, 송전선로망 체계를 뒤흔들면서도, 정작 그 피해를 감당해야 할 지역 주민과 노동자, 시민의 목소리는 논의에서 빠져 있습니다.
법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뒤, 우리는 수없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국회는 제대로 된 공청회와 영향평가 한 번 하지 않고 날짜까지 정해 “언제까지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속도전만 벌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상적인 입법 절차가 아니라, 재벌의 투자 일정에 맞춘 강행 처리, 입법 폭주입니다. 재벌의 계획서를 ‘국가의 미래’로 포장하고, 반대 목소리는 협의 테이블에 올려보지도 않은 채 밀어붙이는 것입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재정과 우선순위입니다. 반도체특별법으로 쏟아붓겠다는 세제 감면, 기반시설 지원, 전력·용수 공급 비용은 모두 공짜가 아닙니다. 그만큼 돌봄·주거·교육·보건의료, 기후위기 대응 예산은 뒤로 밀립니다. 삶이 불안정한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와 국회는 이런 문제 앞에서는 “재정 여력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재벌 대기업 앞에서는 수십·수백조 단위 지원을 약속하는 것, 이것이 바로 재벌공화국의 우선순위입니다.
우리는 반도체 산업정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최소한, 생명과 삶터를 지키는 안전선도 없이, 민주적 논의도 거치지 않고, 재벌에게 특혜를 몰아주는 특별법을 강행 처리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요구는 분명합니다. 국회와 정부에 촉구합니다. 재벌의 투자 일정에 맞추기 위해 민주주의와 삶터를 내다 파는 입법 폭주를 당장 멈추십시오. 기후정의와 지역정의를 기준으로, 노동자·시민·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공개적인 논의 자리에서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십시오. 재벌의 이윤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일터와 삶터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한 법과 예산부터 먼저 논의하라고, 청주에서 SK하이닉스 LNG발전소에 맞서 싸웠던 우리 시민들의 이름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