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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충북지역 시민과 노동자들이 <9.27 충북 기후정의행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충북인뉴스>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역에서 존엄하고 평등한 삶과 일터를 만드는 기후정의의 바람이 더 많은 시민에게 닿기를 바라면서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 9·27 충북 기후정의행진】의 목소리를 연재합니다.(편집자주)
글 : 길한샘 ‘747 오송역정류장’ 활동가
2025년 9월 15일, 충북도의회는 오송참사 추모조형물 설치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재석 의원 28명 중 21명이 찬성했다. 오송참사의 기억을 누가 지우려 하는지 분명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하지만 2023년 7월 15일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지워도 되는 사건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인이라면 그날을 기억하며,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물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참사 이후 2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기억을 담을 상징물조차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지금, 그날을 기억하고, 진실을 밝히고,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움직이는 일은 결국 시민의 몫이 되어버렸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시민들은 그날을 떠올린다. 기상청의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참사 당일인 2023년 7월 15일 청주 지역의 일일 강수량은 256.8㎜에 달했다. 이는 1967년 기상 관측 이래 세 번째로 많은 기록이었다.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 동안 누적 강수량은 455.2㎜였고, 특히 14일과 15일 이틀간에만 427.8㎜가 쏟아졌다. 이는 2023년 여름철 전체 강수량(1,096.7㎜)의 40%에 해당하는 양이 단 이틀 만에 집중된 셈이다. 말 그대로 기록적인 폭우였다.
그러나 문제는 단지 비의 양이 아니었다. 오송참사는 총체적인 재난 대응 실패로 인해 발생한 ‘인재(人災)’였다. 충청북도, 청주시,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그리고 임시 제방을 쌓은 시공사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대응한 곳이 없었다.

인재란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재난을 뜻한다. 오송참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인재였다. 하나는 앞서 말했듯이 책임 있는 기관들의 총체적인 재난대응 실패다. 다른 하나는 ‘기후위기’에 따른 기후재난이다. 기후재난은 사람이 만들어낸 재난이다.
이미 기후위기는 우리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되었고, ‘집중호우’와 ‘극한호우’ 같은 이상기후 현상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과거 방식에 머물며, 변화된 기후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충북도의회는 도민의 뜻을 따라야 할 곳이다. 그러나 오송참사를 추모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포스트잇은 ‘도의회가 그 뜻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안다. 그날의 빗물이, 단지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에게만 닿은 것이 아니라, 이 사회 모두에게 닿아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오는 9월 27일, 기후위기를 멈추기 위한 걸음을 내딛고, ‘기후정의’로 광장을 이을 것이다.
* 집중호우: 1시간 동안 30㎜ 이상, 하루 80㎜ 이상 비가 내리는 경우 또는 연강수량의 10%에 달하는 비가 하루 만에 내리는 경우를 의미한다.
* 극한호우: 1시간 동안 50㎜ 이상, 3시간 동안 90㎜ 이상 비가 내리는 경우 또는 1시간 동안 72㎜ 이상 비가 내리는 경우를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