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괴산에 정착한 청년 농부 정승환 씨 인터뷰

청년들이 온다 ⓷

청년들이 농촌으로 오고 있다. 극한의 경쟁시스템이 지배하는 도시를 버리고, 농촌에 둥지를 틀기 위해 과감히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들에게는 극한의 경쟁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대신 공동체를 꾸리기 위한 열정이 있다. 농촌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꾸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을 충북인뉴스가 만나 봤다.(편집자 주)

 

2021년부터 괴산에서 살고 있는 정승환 씨(만 39).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서울에서 중학교를 졸업했고, 졸업 직후 뉴질랜드로 조기 유학을 떠나 30살까지 법을 공부했다. 그러다 돌연 한국으로 돌아와 건설과 건축일을 했다. 그랬던 그가 현재는 괴산에서 살고 있다.

그는 농사를 짓는다. 1만 5000여 평에는 콩을, 그리고 2000여 평에는 갖가지 조경수를 길러 판매한다. 최근에는 대출을 받아 땅을 사기도 했다.

이력 못지않게 그의 첫인상도 예상을 뛰어넘는다. 자유롭고 독특하며 거침없는 언변으로 자신의 주장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상대방을 설득해낸다.

‘뭐지? 전형적인 MZ’세대다.

잠시 의아한 느낌도 들었지만, 어느새 그와의 대화가 재미나다.

그는 현재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더 좋은 괴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서른 살에 뉴질랜드서 한국 돌아와 괴산에 정착

일단 그가 뉴질랜드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하필이면 왜 괴산으로 온 것인지 이유가 궁금했다.

‘MZ세대’답게 그의 답은 깔끔하면서도 솔직했다.

 

“큰 이유는 없어요. 괴산은 부모님이 계시는 서울과도 가깝고, 농촌의 정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면서 인구소멸지역이라 혜택도 많잖아요.”(웃음)

 

이웃과 교류하고 공동체를 이루며 농촌의 정서를 느끼길 원했던 그에게 괴산은 딱 맞아떨어지는 곳이었다.

우선 그는 교통이 복잡하고 사람이 넘쳐나는 서울이 싫었다. 열심히 살았지만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곧 떠날 준비를 했다.

농식품부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5개월간 괴산에서 ‘농촌살이’를 본격적으로 느꼈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간과했던 자신의 성향과 적성도 알게 됐다.

 

“서울에 살면 옆집에 누가 사는지 사실 관심도 없고 만날 일도 없잖아요. 그런데 괴산은 땅이 굉장히 넓은데도 지나다니는 사람을 다 알아요. 지나가다가 길거리에서 차 세워놓고 인사하는 것도 재밌게 느껴지고, 이게 진짜 사는 재미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작물로 승부를 낼지도 연구했다.

그가 선택한 작물은 콩이다. 콩은 특화작물로 벼농사와는 달리 차별화된 정부 지원이 있다. 정부는 콩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5개 지자체를 선정해 특화단지 모델을 육성하고 있는데, 괴산은 5개 지자체 중 하나다.

‘농촌살이’가 힘들고 어렵다지만, 그는 농부만 한 직업이 없다고 단언한다. 큰돈은 안되지만,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일’이라고도 말한다. 그리고 이를 원하는 청년들이 많을 거라고도 생각한다.

그는 농촌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과감히 시도해 보라고 권한다.

 

“물론 어느 정도의 초기 자본이 필요하고, 적성에도 맞아야 합니다. 저도 콩 농사 시작할 때 트랙터 사고 이것저것 하느라 1억 원 정도는 썼던 것 같습니다. 혹시 청년 농부를 꿈꾸는 청년들이 있다면, 농촌에 잘 정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조언해 주고 싶습니다.”

 

 

괴산군 20여 개 단체서 맹활약

정승환 씨는 현재 괴산군 발전을 위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충북 괴산청년연합회 ‘사잇점’을 비롯해 20여 개 단체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직을 맡은 단체만 5개다. 그는 자신이 ‘맹활약’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젊은 사람이 없다는 것도 그 이유가 되지만, 젊은이들이 나서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기에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과도 있었다.

‘사잇점’은 지난해 괴산 청년아카데미, 괴산청년 페스타 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괴산청년 페스타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40%를 육박하는 괴산에서 처음으로 열린 청년 주도 축제로 청년들간의 소통자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승환 씨는 “청년들이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청년들이 원하는 정책, 괴산군에 필요한 정책을 계속 이야기해서 실제 정책으로 만들고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살기 좋은 곳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농부라는 직종이 가난하고 힘든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5년째 농촌에서 살고 있는 정승환 씨에게 농촌은 매력적인 공간이자 직장이다. 그리고 청년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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