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초, 행복씨앗학교 사업 일몰됐지만, 그 문화 이어가
학생들 스스로 규칙 정하고 교내 스마트폰 사용 안 하기로
학생 의견 수용하고 반영하는 민주적 문화 자리 잡아

 

교내 또는 수업 시간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 법안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법과는 상관없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규칙을 정해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학교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등교와 동시에 스마트폰 전원을 끄고 각자 가방 속에 넣는다. 수업 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후 시간에도 스마트폰에 손을 대지 않는다.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켜는 여느 학교 아이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신 이 학교 아이들은 쉬는 시간 점심시간 또는 방과후 시간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보드게임을 하며, 책을 읽는다. 이 학교에서는 스마트폰과 관련해 교사와 학생들간에 벌이는 실랑이를 볼 수 없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의견 내고 따라

청주시 내수읍에 위치한 수성초등학교 이야기다.

수성초 학생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스마트폰 기기 수업 중(학교 내) 사용 금지’와 전혀 무관하다. 법안에 규정된 스마트폰 기기 사용 금지가 수업시간은 물론 방과후 시간에도 이미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비결은 학생회에 있다. 수성초 학생회에서는 매일 학생들이 시간을 정해놓고 순찰(?)을 돈다. 학생회 소속 학생들은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을 다니며, 스마트폰을 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경고는 학생회 교사에게 전달되고, 이 경고가 3회 이상 반복되면 교사는 학부모에게 연락해 ‘가정지도’를 부탁한다. 이러한 활동은 지난 4월부터 시작됐고, 현재까지 교사가 학부모에게 연락한 적은 없다.

물론 논의 초기 일부에서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 학생이 학생을 지도한다는 데 강한 거부감이 있었다. ‘비교육적’이라는 지적이 있었고, 학생들 간 또 다른 갈등으로 확대될까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의견은 학생들에게서 자발적으로 나왔고, 학생들이 선택한 것이기에 과감히 실행하고 있다.

 

수성초등학교는 올 초 학교 내 스마트폰을 자제하는 활동을 하면서 작은도서관을 마련, 학생들의 이용을 독려하고 있다.
수성초등학교는 올 초 학교 내 스마트폰을 자제하는 활동을 하면서 작은도서관을 마련, 학생들의 이용을 독려하고 있다.
수성초 작은도서관에 마련된 공간.
수성초 작은도서관에 마련된 공간.

 

몇몇 학생에게서 나온 의견, 학생회 안건으로 다뤄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성초에서는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과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다. SNS에 자신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사진을 올려 문제가 되었고, 친구들과의 놀이보다는 게임에 열중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다 몇몇 학생들의 발언이 문제해결의 화두가 됐다.

 

“작년에도 스마트폰을 자제하자는 약속은 있었어요. 그런데 3월 개학하면서 그 약속이 점점 흐려졌어요. 그러던 중 학생 몇몇이 학생회 회의에서 안건으로 다뤄보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무조건 스마트폰 하지 마’라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할지 논의했습니다. 먼저 학급 회의에서 의견을 모았고 그 모아온 의견으로 대의원회 학생들이 또 어떻게 하면 좋을까 회의를 했습니다.”(수성초 교사 A씨)

 

회의 중 나온 의견은 그야말로 다양했다. ‘무조건 뺏어 버리자’는 의견부터 ‘선생님에게 스마트폰을 맡겨 두자’는 의견, 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순찰을 돌자’는 의견,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이 왜 안 되는지 공부하자는 의견까지 지난 4월 열린 학생회 회의에서는 다양하고도 재치 있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학생들은 여러 의견 중에서 ‘학생회 순찰’이 좋겠다는 의견에 동의했고, 3번 이상 ‘경고’를 받으면 학부모에게 ‘가정교육 의뢰’를 한다는 약속 또한 학생들 사이에서 나왔으며, 학생들은 이를 선택했다. 학생회 소속 아이들이 언제 어디를 다니며 학생들의 스마트폰 이용을 점검할지 시간표를 정하는 것 또한 자발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했다.

5개월여가 지난 현재 수성초 학생들은 수업 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 점심시간, 심지어 늘봄교실을 기다리는 시간과 하굣길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는다. 긴급한 일이 생기면 담임교사를 먼저 찾는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합의한 ‘수업 중 스마트 기기 사용 금지’ 법안을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 학교 교사 A씨는 “아이들도 스마트폰을 많이 하는 것을 걱정하고 조절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어요. 문제는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모른다는 거예요.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규칙이 왜 필요한지 알기 때문에 불편하더라도 참고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수성초가 최근 스마트폰 금지 법안 논란에서 비켜갈 수 있었던 비결은 학생들의 자발성과 민주성을 인정해주는 학교 문화가 있었던 셈이다.

 

“혁신학교 하면서 만들어진 문화”

수성초 학생회 역사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생회는 행복씨앗학교로 불렸던 혁신학교의 일환으로 시작됐으며, 현재 학생들은 학교의 모든 행사에서 결정권자가 되고 주인공이 된다.

 

“물론 첫해에는 정말 선생님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아이들에게 시키고 지시했어요. 그러다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행사 주제도 사업 계획도 모두 아이들이 하고 결정합니다. 저희 학교의 모든 행사에는 항상 아이들이 있습니다.”

 

충북교육청의 행복씨앗학교 사업은 일몰사업으로 올해 종료된다. 그러나 수성초 구성원들은 혁신학교 사업의 가장 중요한 1~2가지는 지속시키자는데 동의했고, 학생회 사업과 교사의 자율성을 지키자고 합의했다.

그리고 이 두가지는 이미 문화로 자리 잡았기에 별다른 예산은 들지 않는다고.

수성초 교사 B씨는 “예전 행복씨앗학교 예산이 있을 때는 학생들에게 상품도 주고 다양한 행사도 기획했지만, 지금은 상품이 아닌 본인의 성취감 또는 필요성에 의해서 운영하고 있다”며 “혁신학교만의 결과물은 아니고 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만들어진 문화”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