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희 청주시의원
박완희 청주시의원

 

청주시 흥덕구 정봉동에 위치한 청주역 사거리부터 청원구 우암동 청주대학교 사거리에 이르는 총 9km의 도로는 ‘직지대로’다.

여기서 ‘흥덕구’는 그 이름을 운천동에 위치한 사찰 흥덕사(興德寺)에서 따왔다. ‘직지대로’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이자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직지심체요절’에서 따왔다. 청주시민이라며 누구나 알고 있듯이 직지심체요절은 흥덕사에서 만들어졌다.

가경동 터미널 사거리에는 네모난 조형물이 하나 서 있다. ‘세계속의 直指(직지)’라는 문구와 함께 청주시 주요 시설의 방향과 거리를 나타내는 이정표인데 누가봐도 직지심체요절을 형상화한 책자 형태다. 버스정류장에서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직지 直指’라는 문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올해 14회를 맞는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제1회 행사는 1999년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다. 당시 비엔날레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한 타지역에 사는 지인은 공예비엔날레가 열리는 예술의 전당과 고인쇄박물관, 흥덕사지로 연결되는 자연스러운 공간의 흐름이 꽤 흥미롭다고 했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을 만들어낸 기록문화의 본향(本鄕) 청주시는 ‘직지’라는 빼어난 아이템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컴퓨터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있다.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 등을 하드웨어, 윈도우나 한글, 엑셀 같은 프로그램이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하드웨어는 그냥 빈 껍질이다. 전원을 공급해봤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주어진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확장하느냐에 따라 그 컴퓨터의 활용도가 달라진다.

도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직지 관련 조형물도 좋지만 ‘직지’라는 좋은 하드웨어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고민하고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세계직지문화협회가 주관하는 ‘직지콘텐츠공모전’이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 3회째를 맞는 공모전은 지난 7월 진행했다.

문학 콘텐츠의 저변 확대와 더불어 직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직자나 청주를 소재로 한 시나 수필, 단편 홍보영상, 인스타툰에 대해 공모하고 시상한다.

이에 더해 내년 직지콘텐츠공모전에는 분야를 하나 추가했으면 한다. 직지나 청주를 소재로 한 ‘글꼴’에 대한 공모다.

서울시는 ‘서울한강체’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시청 누리집이나 공문서, 각종 행사 현수막 등에 널리 사용한다. 경기도는 ‘경기천년체’, 경기도 남양주시에는 지역 출신인 다산 정약용 선생의 얼을 담은 ‘남양주다산체’가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쇼핑몰 G마켓은 ‘G마켓 산스체’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 민족은 ‘배달의 민족체’를, 자동차 타이어 전문 넥센타이어는 ‘넥센타이어체’를 개발해 사용한다.

2021년 충북대학교는 575돌 한글날을 맞아 ‘충북대직지체’를 개발했다.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으나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사용하지는 않고 있다.

공모전을 통해 ‘청주직지체’, ‘청주가로수체’, ‘청주미호강체’, ‘청주우암산체’ 등 청주가 갖고 있는 하드웨어를 반영한 글꼴을 선정하고 청주시 공식 서체로 지정하고 활용하자.

손가락 끝에 무늬가 생물학적 지문이라면 글씨체는 인문학적 지문이라 할 수 있다. 청주만의 고유 서체가 있었다면 1999년 1회 공예비엔날레를 방문했던 지인의 기억속에는 예술의 전당, 고인쇄박물관, 흥덕사지로 연결되는 물리적 공간의 흐름이 글꼴이라는 가상의 공간으로까지 확장되어 청주를 꽤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하지 않았을까?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