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어디서나 운동장’, 정서 위기 대책으로 홍보
설문 이후 인성교육으로 변화…“현장과 교육청 같은 마음”
정서 위기 극복과 인성교육 목표는 엄밀한 의미에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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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 위기를 겪는 학생들을 위한 대안으로 ‘언제나 책봄’, ‘어디서나 운동장’을 홍보하던 충북교육청이 최근 교원 대상 설문조사 이후 ‘언제나 책봄’, ‘어디서나 운동장’ 등이 인성교육 일환이었다고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윤건영 충북교육감은 그동안 ‘언제나 책봄’과 ‘어디서나 운동장’ 정책이 학생들의 정서 위기 극복 방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 4일 주간 정책회의에서 윤 교육감은 “우리 교육청은 정서 위기 예방의 출발점을 몸근육과 마음근육을 함께 길러주는 데서 찾고 있다”며 “뛰든, 걷든, 자전거를 타든, 춤을 추든, 자기 방식대로 긴장을 풀고,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인체의 큰 근육을 움직이는 활동은 분노나 좌절 같은 감정을 해소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많으며, 뇌과학, 마음에 대한 성찰 등을 보면 과학적으로도 검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 여러 학교를 방문해보면 정말 많은 학생들이 뛰어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운동장에서 친구들끼리 서로 어울려 같이 뛰며 자신의 삶을 성장시키고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경험은 앞으로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힘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이 최근 실시한 교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교원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이 인성교육’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언제나 책봄’과 ‘어디서나 운동장’ 정책이 마치 인성교육의 일환인 것인양 홍보하고 있다.
도교육청 정책기획과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충북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언제나 책봄’, ‘어디서나 운동장’, ‘체인지(體人智) 플랫폼’ 등의 정책이 학생 인성 함양을 위한 정책과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충북교육청은 향후, 현장의 의견에 발맞춰 지난 6월 말에 발표된 두근두근 학생건강지원 센터 설립, 명상‧필사 활동 등 인성교육 관련 다양한 정책들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교육감도 “이번 설문 결과는 교육 현장과 교육청의 정책이 같은 마음으로 학생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물론 정서 위기 극복 정책과 인성교육은 무관하지 않다. 상담과 명상 등 구체적인 방법에 있어서 중복되는 경향도 강하다.
그러나 정서 위기 극복 정책과 인성교육의 목표는 다르다. 정서 위기 극복 정책은 치유에 방점을 두는 반면, 인성교육은 학생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함양에 더욱 가깝다.
결국 도교육청은 상황에 따라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한편 도교육청은 지난 6월 19일부터 26일까지 도내 교원 14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주요 문항은 △2026년 충북교육의 확대되어야 할 정책 △5대 정책이 교육 현장에 변화의 유무 △현문 현답의 정책 추진 방향 등이다.
설문 결과 참여 대상자의 46.4%인 685명이 내년에 확대되어야 할 정책으로 인성교육을 꼽았다. 디지털 활용·AI교육을 꼽은 응답자는 18.84%(277명), 수학·과학교육을 꼽은 응답자는 8.05%(119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도교육청은 이외에도 ‘아이성장 골든타임’, ‘작은학교 활성화 및 큰학교 교육활동 학교지원’, ‘교육활동 보호’ 정책에 각각 86.1%, 81,7%, 78.1%의 만족도를 보였다며 “학교 공동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정책 내용과 실질적인 학교 지원사업이 주효했음을 시사했다”고 자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