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이라던 초5·6학년 총괄평가 올해부터 의무화
맞춤형 교육?…“틀린 문제 확인할 시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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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표 진단평가’ 2년…충북 학생들의 현주소는? ⓶

윤건영 충북교육감이 취임한 지 3년이 지났다. 취임 초기부터 ‘실력’을 강조했던 윤 교육감은 학교 내에 ‘다채움’ 등 디지털 도입을 적극 추진했고, (진단검사)평가를 확대했다. 교육계에서는 실효성을 지적하며 파생되는 문제를 우려했지만, 교육청 정책은 달라지지 않았다.
윤 교육감 취임 3년이 지난 현재, 그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누구를 위한 검사이고 평가냐’라고 반문하면서,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윤 교육감 취임 이후 (진단검사)평가와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점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주)
10여 년 전 사라졌던, 성적과 등급을 매기는 ‘시험’이 윤건영 교육감 취임 이후 초등학교에서 다시 진행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6월 ‘초등 실력다짐 주인공 프로젝트’ 일환으로, 충북지역 초등학교 5·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국영수사과 교과에 대해 지필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발표 직후 교원단체와 교육단체는 일제히 반발했다. 일제고사의 부작용과 사교육 증가를 우려한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도교육청은 초등 총괄평가는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교육’, 나아가 경쟁교육 조장은 절대 아니라며 오히려 교사들의 업무경감을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었다. 무엇보다 ‘자율적 시행’이라고 강조했었다.
당시 도교육청은 담당자는 “그동안 교사들은 개인적으로 사교육 업체 문제집을 발췌해 각자 평가를 진행해 왔는데 이러한 수고를 덜고 교사들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서열 경쟁교육 조장은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

초등학생이 모의고사를?
그러나 교육계가 우려했던 문제는 현실화되고 있다.
‘자율’이라던 총괄평가는 올들어 ‘의무’로 바뀌었고, 일제고사와 사실상 동일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선생님들도 그렇고, 교장 선생님도 되게 신경을 많이 쓰시는 분위기다. 충북교육청 차원에서 중요하게 계속 밀었던 사업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반별로 선생님들이 총괄평가를 대비하기 위해 모의고사를 보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을 복사해서 아이들에게 연습을 시키고 있다”며 “당연히 아이들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최근 들어 선행을 하는 학생들이 많이 늘어난 느낌이다. 초등학교 6학년 수학 교과에 경우 한 반에 절반 이상은 중학교 2~3학년 문제를 풀고 있다. 그렇다고 그 학생들이 중2~3학년 문제를 잘 푸는 것은 아니다”라며 “불안한 심리가 더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일한 문제, 성적에 따라 4등급으로 구분…사실상 일제고사
도교육청은 초등총괄평가가 일제고사가 아니라며 도교육청이 배부한 평가 문항을 각 학교가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선별해 사용해도 된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이 또한 현실에서는 탁상행정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도교육청에서는 각 학교 상황에 맞춰서 변형해 사용하라고 했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도교육청에서 제공한 문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학교별로 등급을 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초등총괄평가는 도교육청이 정한 기준에 따라 총 4등급으로 구분할 전망이다. 각 학교에서는 등급 기준을 정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문항을 수정할 수 없고, 도교육청에서 배부한 문항을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초등총괄평가는 도교육청에서 홍보하는 다채움을 통해 진행되지 않는다. 이는 서·논술형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충북교육청 입장을 듣기 위해 담당자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부재중이라는 답변을 받았고, 수일 동안 연락이 오지 않았다.


초등총괄평가로 맞춤형교육?…“현실을 모른다”
앞서 언급한 대로 윤 교육감은 초등총괄평가를 실시하면서, ‘맞춤형 교육’과 이를 통한 ‘교육격차 해소’를 강조했었다.
그러나 이 또한 교육 현장에서는 비현실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초등학교 교사 B씨는 “맞춤형 교육을 할 시간이 없다. 우리 학교는 17일 평가를 보고 24일 방학을 한다. 점수를 채점하고 통지할 시간도 사실상 부족하다. 물론 선생님에 따라 2학기 때 평가결과를 활용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은 자기가 뭘 틀렸는지 볼 시간도 없다. 결국 아이들에게는 내가 몇 등급이라는 숫자만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전교조 충북지부는 이와 관련 오는 23일 도교육청 유초등교육과 담당자들과 면담을 진행한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도교육청에 초등 5·6학년 총괄평가 의무, 서논술형 강제 의무 철회를 요구할 계획이다.
박현경 사무처장은 “초등총괄평가는 결과적으로 교사들의 수업 자율성과 평가권을 훼손하게 될 것이고, 사교육 조장은 당연한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