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청, 기초학력 진단검사 매년 1회→매년 2~3회
지식 교과인 사회·과학 교과 향상도 검사 실효성 의문
“진단이 중요한 것 아니라, 어떻게 교육할지가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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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표 평가’ 2년…충북 학생들의 현주소는? ⓵

윤건영 충북교육감이 취임한 지 3년이 지났다. 취임 초기부터 ‘실력’을 강조했던 윤 교육감은 학교 내에 ‘다채움’ 등 디지털 도입을 적극 추진했고, (진단검사)평가를 확대했다. 교육계에서는 실효성을 지적하며 파생되는 문제를 우려했지만, 교육청 정책은 달라지지 않았다.
윤 교육감 취임 3년이 지난 현재, 그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누구를 위한 검사이고 평가냐’라고 반문하면서,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윤 교육감 취임 이후 (진단검사)평가와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점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주)
윤건영 교육감이 진단 검사를 강조하는 이유는, ‘맞춤형 교육’과 ‘교육격차 해소’ 때문이다. 맞춤형 교육을 위해서는 학생을 정확히 진단해야 하고, 이를 통해 교육격차가 해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윤 교육감은 우선 진단검사 횟수를 늘렸다. 기존의 진단검사는 매년 3월에 년 1회 실시됐었다. 그러나 윤 교육감 이후 2학기가 시작되는 9월에도 진행, 년 2회로 늘어났다. 다채움 선도학교들은 1회가 더 추가돼 년 3회를 진행했다.
달라진 두 번째는 방식이다. 기존 진단검사는 상당수 학교들이 진단보정시스템(진보템)을 이용했으나, 윤 교육감 들어 ‘진보템’에서 ‘다채움’으로 변화됐다. 윤 교육감은 디지털 기반으로의 변화를 강조했고, 충북교육청이 개발한 다채움에 충북지역 교사들이 만든 문항을 탑재했으니 우리 지역 학생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홍보와는 달리 다채움은 한꺼번에 많은 학생들이 접속, 과부하 등의 문제가 발생했고 그 결과 상당수 학교들은 온라인 검사가 아닌 종이로 출력해 보는 방식을 택했다. 문항의 정확성과 실효성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늘어난 진단검사 횟수와 더불어 굳이 왜 온라인으로 검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있었다.
사회 배웠는데, 진단은 역사 문제로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향상도 검사도 논란이 되고 있다. 향상도 검사란, 3월과 9월에 실시한 기초학력 진단검사에서 ‘미도달’로 판단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6월과 12월에 또다시 각각 실시하는 검사다. 기존에는 이 향상도 검사가 실효성이 없다며 상당수 학교들이 진행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윤 교육감은 학생들의 실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학교 2학년 학생이 3월 진단검사에서 ‘미도달’이 나왔으면 6월에 다시 검사를 하는 것이다. 문제는 6월에 보는 검사 내용이 1학년 때 배운 내용이라는 것이다. 얼핏 같은 범위를 검사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지만 사회, 과학 등 지식 교과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암기하는 내용이 많은 교과를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검사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얘기다.
충북지역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A씨는 “국어, 수학과 달리 사회, 과학은 단원별로 내용이 다르다. 연계성이 별로 없다”며 “교사들은 현재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 보충해주고 지도한다. 하지만 향상도 검사를 받은 아이들이 하나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냥 찍어’라는 말이 입에서 맴돌았지만 차마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현재 배우고 있는 교과가 아닌 다른 교과를 검사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사회 교과에서 ‘미도달’이 나온 학생의 경우, 향상도 검사는 현재 배우고 있는 사회교과가 아닌 1학년 때 배운 역사교과에 대해 검사한다는 점이다. 역사교과는 매년 배우는 교과가 아니기 때문에 올해 공부한 내용(사회)이 사실상 향상도 검사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
이에 대해 교사 B씨는 “어제 학부모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다. 왜 문제가 그렇게 나왔냐고 하셨다. 할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배운 것을 잘 알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향상도 검사를 통해서 학생들이 오히려 박탈감과 실패감을 느끼고 교육적으로도 너무 비교육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충북 교육계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향상도 검사가 진단과 평가가 불일치하고, 교육과정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학교 상황과 교육과정에 맞춰서 자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A씨는 “중요한 것은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보조교사 등과 함께 하면서 학생들이 수업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진단만 하는 꼴이 되었다”라며 “왜 (진단검사, 향상도 검사)해야 하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향상도 검사는 공교육의 책임?
이에 대해 충북교육청은 “지식을 묻는 과목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교육부에서 하는 검사와 동일한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도교육청 C씨는 “어쨌든 기초학력은 학생들이 꼭 알고 넘어가야 하는 수준의 굉장히 기초적인 문제들이다”라며 “그 정도는 학교에서 꼭 해주셔야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향상도 검사는 필수로 실시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제 문항이 깊이 들어가는 내용이 아니라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알고 넘어가야 하는 최소성취기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업 중에 선생님들이 (학생들이)잘 따라올 수 있도록 천천히 안내해 주신다거나 아니면 수준 낮은 과제를 (별도로)준다거나 이런 식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로만 맞춤형 교육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윤건영 교육감이 진단검사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른바 맞춤형 교육을 위해서이고, 나아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진단검사가 맞춤형 교육과 교육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단검사와 향상도 검사는 맞춤형 교육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검사를 위한 검사일뿐 교육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
교사 A씨는 ”3월 진단검사에서 미도달이 나온 학생이 6월 향상도 검사에서도 미도달이 나오는 확률이 크다. 오히려 더 나빠질 수도 있다"며 "관리가 하나도 안된다. 진단만 해놓고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선생님들이 원하는 건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검사해서 판별하는 것이 아니다. 검사를 하지 않아도 수업안에서 이미 다 판별이 된다”며 “그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