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국민주권정부에 바란다】 신대식 전국화섬노조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청주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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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산업단지는 1969년부터 조성된 중부권의 핵심 산업단지로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이차전지, 산업장비, 식료품, 지식산업, 정보통신 산업 등 다양한 업종의 750여 개 회사가 입주하고 있습니다. 청주산업단지에는 2만 5천여 명의 노동자가 근무하며 연간 약 17조원의 제품을 생산해 충북 경제의 버팀목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LG화학, 롯데네슬레코리아, 롯데웰푸드, 삼성SDI 등 청주시의 대표기업이라 할 수 있는 기업들이 줄줄이 사업 정리에 나서며 청주산업단지 노동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2023년 LG화학은 편광판, 편광판소재 사업을 중국 기업에 매각하고, 2024년 삼성SDI 또한 청주 편광필름사업을 중국 기업에 양도하였습니다.
올해 3월 롯데네슬레코리아가 내년 1분기 법인 청산을 선언한 것에 이어, 4월 말 언론을 통해 LG화학 청주공장 Water Solutions 사업부를 사모펀드 회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월 중순에는 롯데웰푸드 청주공장의 생산설비를 김천공장으로 이전하고 청주공장은 운영을 중단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하며, 3년 사이 청주산업단지를 대표하던 기업들이 줄줄이 사업을 매각하고, 청주를 떠나고, 공장을 전면 철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사업 효율화를 위해서, 또는 사양산업이기 때문에 사업을 개편하는 것이라 이해하려 해봐도 LG화학의 이번 Water Solutions 사업 매각은 ‘언 발에 오줌누는 격’의 매각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LG화학 Water Solutions 사업부는 2014년 미국의 선진 수처리 기술 기업인 NanoH2O사를 약 2,000억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RO(역삼투압) 멤브레인 사업에 진출하였습니다. 현재 1, 2공장이 가동 중이며, 2023년 1,237억원을 투자하여 2025년 8월 준공을 목표로 제3공장을 증설 중입니다.
RO멤브레인 기술은 삼투현상을 역으로 활용하여 바닷물을 담수화하거나 산업용수 생산, 하·폐수 재이용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핵심 수처리 기술로, 향후 기후 변화 및 산업 수요 확대에 따라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미래 성장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LG화학은 해당 사업부를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확정된 바 없으며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매각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추정 매각 금액은 약 1조 3천억 원에 달하며, 이는 글로벌 필터 시장(약 1조 5천억 원) 전체 규모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이는 곧 청주공장의 RO멤브레인 산업이 향후 글로벌 수처리 시장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방증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에 따른 물 부족 문제는 날로 심화되고 있으며, 수자원 확보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해수 담수화는 중동 지역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들이 주요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고, 특히 물 사용량이 많은 대표적인 업종인 AI 및 반도체 산업의 급성장으로 인한 고순도 공업용수 수요 확대로 RO멤브레인 기술의 중요성은 한층 더 부각 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상용화 된 해수 담수화의 주요기술인 역삼투(RO) 방식으로 고농도의 염(바닷물에 포함된 소금을 비롯한 무기 이온 물질)을 고압으로 처리하여 산업용수 및 해수에 포함된 유가 자원(리튬, 마그네슘, 나트륨 등)의 회수율을 높이는 차세대 해수 담수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사업이기도 합니다.
필터를 이용한 고효율 담수화 및 자원화 기술을 선도함으로써, 국가적 해수산업의 고부가가치화는 물론 관련 신사업 유치, 기술 인력 양성 등 해수산업 생태계 전반을 견인 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입니다.
또한, 공장 매연 등에서 필터를 통해 카본물질을 포섭하는 기술 및 일본, 중국에서도 진행하고 있는 해수에서 필터를 이용하여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 등 필터를 이용한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 중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Water Solutions 사업부가 해외 사모펀드 등에 매각될 경우, 핵심 수처리 기술의 해외 유출은 물론, 국내 수처리 산업의 주도권 상실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가적인 전략 자산의 상실을 의미하며,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 및 수자원 안보 측면에서도 중대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에 수처리 산업을 국가 핵심 기술 및 전략 보안 기술 분야로 지정하여, 해외 매각 및 기술 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적·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합니다. 또한, 수처리 산업을 국가 필수 인프라 산업으로 규정하고, RO멤브레인 기술의 연구개발 및 생산 역량이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유지·강화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육성 방안 수립이 필요합니다.
추가적으로 외국계 사모펀드 및 투기성 자본에 의한 핵심 기술 및 사업 매각이 국민경제와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관련 매각 절차를 제재하거나 제한하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Water Solutions 사업부의 매각은 지역 경제에도 미칠 영향이 너무나도 큽니다.
Water Solutions 사업부가 매각될 경우 청주시의 우수인재 유출과 고용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청주시의 주요 기업들이 연이어 청주를 떠나는 상황은 지역의 투자 안정성과 향후 기업 운영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도의 저하로 연결됩니다. 특히 LG화학처럼 청주시를 대표하는 기업이 핵심 미래 사업을 철수할 경우, 타 기업들의 청주권 내 신규 투자 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고, 청주산업단지의 경제적인 메리트는 급격하게 떨어질 것입니다.
청주는 대한민국 중심에 위치하여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고 충주 물류 창고에 인접하여 제조업을 하기에 좋은 도시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청주는 과거부터 LG그룹, SK그룹 등 대기업 공장을 기반으로 많은 젊은 층이 정착을 하고 삶의 터전을 만들어온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젊은 층의 취업 기회 등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으며, 이는 곧 지역 젊은 세대들의 이탈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청주지역의 식당, 상점, 서비스업 등 지역 소상공인들의 매출 하락과 생존 위기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매우 큽니다.
LG화학 Water Solutions 사업부는 단순히 하나의 공장, 하나의 사업부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청주지역의 산업 정체성과 경제 생태계, 그리고 청주시의 미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요소입니다. 또한 매각 여부는 기업의 경영 판단을 넘어서 지역과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문제로 지역사회, 정치권, 노동계 등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하며, 또한 이러한 중대한 문제에 대해 지역과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