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체·학부모·교사·연구자들이 밝히는 교육 의제
AI교과서, 늘봄학교, 교사 정치기본권, 교육개혁 등
대학공공성, 경쟁교육 해소 등 교육개혁 없어 아쉬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윤석열 정부가 저물고, 이재명 정부가 탄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기간 내내 ‘내란 세력 종식’과 ‘진짜 대한민국’을 강조한 만큼, 앞으로 대한민국은 전 분야에 걸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교육 부문에서 △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 △미래인재 양성을 공약했다.

이를 위해 △온 동네 초등돌봄으로 돌봄 서비스 향상 △교사당 초등학교 학생 수 OECD 수준으로 조정 △기초학력 보장 △정부 책임형 유보통합 △EBS·AI를 이용한 사교육비 절감 △지역 거점 국립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상향 △교원의 정치활동 보장 △공공의대 설립 △AI디지털교과서의 자율적 사용 △국가교육위원회 개편 등을 약속했다.

그동안 충북지역 교육단체, 학부모, 교원단체가 요구했던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의 교육정책은 교육의 본질에 접근하기보다는 복지 정책 연장선에서 접근했다는 지적도 있다.

충북 교육계는 앞으로 이재명 정부의 공약 실행을 주목하고 감시하며 더 나은 교육과 사회를 위해 견인한다는 입장이다. 충북인뉴스는 충북 교육계가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을 싣는다.

 

“AI디지털교과서 교과서 지위 박탈해야”

그동안 충북 교육계는 윤석열 정부와 윤건영 충북교육감 체제하에서 크게 네 가지 의제를 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선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이다. 충북의 AI디지털교과서 도입률은 대구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국 최상위다.

그러나 충북 학교 현장에서는 AI디지털교과서는 물론 윤 교육감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플랫폼 다채움’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다수의 교사와 학부모들은 디지털 기기의 최대 장점이라고 알려진 학습격차 완화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교원단체 간부인 김민영 전교조 충북지부장은 새 정부에 “AI디지털교과서의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고 교육 자료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학부모이자 교육단체 활동가인 김성훈 충북교육발전소 사무국장 또한 “당장 AI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전환하고, 교사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교육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과학적인 분석이 있을 때까지 신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의 교사를 양성하는 이혁규 청주교대 교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AI디지털교과서 사업을 전면 재점검하고, 아동의 발달에 유해한 스마트폰 사용은 일정 연령까지 엄격히 제한하며, 놀이와 대면 활동 중심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충북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박정연 운영위원장은 “그렇지 않아도 다양한 형태로 컴퓨터나 핸드폰을 손에 놓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들에게 교육만큼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상호교류, 토론, 협업 등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문성· 공공성 없는 늘봄학교 폐지해야”

두 번째는 윤석열 정부에서 강행된 늘봄학교다.

전교조 김민영 충북지부장은 “‘리박스쿨’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전문성도 공공성도 결여된 늘봄은 폐지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박진희 충북도의원(교육위) 또한 “리박스쿨 사태로 인해 교육계와 학부모 우려를 무시한 채 졸속으로 전면 시행된 늘봄학교가 윤석열 정부와 교육부의 대표적 실패작임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이재명 정부는 교육부 장관과 리박스쿨에 대한 유착관계를 조사해 교육의 우경화 의혹에 대해 낱낱이 진상을 밝히고 학교-지자체-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공적 돌봄 체제를 전면 재설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북교육발전소 김성훈 사무국장은 늘봄학교를 넘어서 ‘돌봄’과 관련해 거시적인 정책을 촉구했다.

김 국장은 “지식의 전달을 넘어서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교육적 돌봄은 학교가 담당해야 한다”며 “늘봄학교, 초등돌봄교실, 방과후학교라는 파편적인 정책을 넘어 어떻게 하면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도울 수 있을지 교육계의 성찰과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이텔스바흐협약 통해 정치 교육 지침 만들어야”

교육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교원의 정치기본권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교사의 정치기본권과 민주주의 교육이 시급함을 피부로 절감했기 때문이다.

김상열 전 단재교육원장은 “교사·공무원에게 정당 가입, 공직 출마, 근무시간 외 정치활동 등 정치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혁규 교수는 “민주주의 성숙을 위해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며 “동시에 교실 안에서 민주시민교육을 할 때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엄격히 지켜야 하며, 권리와 책무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유윤식 충북교사노조 위원장은 “정치기본권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에게나 보장된 헌법적 권리이지만 교사들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정치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며 교사의 정치적 자유와 참여 보장을 요구했다.

김성훈 국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은 교사의 시민권을 살리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수업시간에 발생하는 정치적인 상황과 문제에 접근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한국식 보이텔스바흐협약을 통해 정치교육지침을 세우고 교사의 균형 잡힌 정치 교육, 민주시민교육이 가능할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4일 진행된 전교조 전국교사대회 모습.
지난 5월 24일 진행된 전교조 전국교사대회 모습.

 

“입시 중심 교육 넘어 교육체제 전반 바꿔야”

충북 교육계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교육 정책이 보다 교육의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즉 경쟁교육 완화와 대학의 공공성 확립 등이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명예교수는 “대학의 공공성 강화와 무상화, 고등교육생태계 건실화와 대학 평준화, 고등교육의 질과 격 강화가 중요하다”며, “이 중에서 ‘대학 공공성 강화와 무상화’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부모인 평등교육실현을위한충북학부모회의 조장우 사무국장은 “어떤 노동을 하더라도 적정한 임금을 받고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권리가 존중되는 사회가 된다면 교육의 문제도 많은 부분 해결할 수 있다”며 “새로운 정부에서의 교육은 학생 이후의 노동하는 삶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정규 교육 과정에서 노동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혁규 교수는 “대학 입시 중심 교육 체계를 넘어서기 위해선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대학 특성화 및 구조조정 등이 필요하다”며 “어느 대학 출신인가가 삶의 기회를 좌우하지 않도록 교육체제 전반을 바꾸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훈 국장 또한 “이재명 대통령 교육 공약에 교육개혁이 없어 아쉬웠다”며 “개인의 욕망이 얽혀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지만 이것을 풀어야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행정부와 의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사회적으로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박정연 위원장은 “대학입시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모든 것이 도루묵이 되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정말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대학입시제도를 개혁하고 공교육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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