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방치한 학교장, '일방통행' 행정에 비판 제기
협의 없이 학생자치부·자습실·세월호그림·여교사 휴게실 변경
반론 듣기 위해 학교 측에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답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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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만든 ‘평화의 소녀상’을 학교 구성원들과 협의 없이 지하창고로 옮긴 교장이 이번에는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학생회실을 자습실로 바꾸고, 학생자치부를 없애는 등 일방적인 학교 운영으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청주지역 A고교의 교장 B씨는 최근 학생들이 사용하는 학생회실을 자습실로 바꿨다.
이 학생회실은 2023년 학생회실 용도에 맞게 리모델링을 한 곳으로, 리모델링 이후 2년도 채 사용하지 못한 것이다. 이유는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학생회실을 이용하는 학생들 때문에 다른 학생들 학습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결정을 교장이 일방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C학생은 “야자 시간에 학생회 학생들이 학생회실을 왔다 갔다 하고 자습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이 있어서 옮긴 것으로 알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리모델링 한 곳에 서랍들이 있고 그곳에 물품이 있어요”라며 “(학생회 학생들이)반대했지만 잘 안됐어요. 협의라기보단 반강제적으로 (결정)한거죠”라고 전했다.
특히 이 학교엔 학년별 자습실이 최근 만들어졌는데, 그중 한 곳은 여교사 휴게실을 자습실로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여교사 휴게실 또한 학생회실과 마찬가지로 2023년 리모델링한 곳이다. 휴게 공간이 사라진 여교사들은 남교사들과 같은 공간을 사용하게 됐다. 그러나 이곳은 사물함을 사이에 두고 남녀 교사가 나누어 쓰는 곳으로, 실제 여교사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학생자치문화부(인성·통일·세계시민 교육, 동아리 축제 등 주관 부서)가 없어진 것 또한 교사들과 어떠한 협의 없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부서가 통합될 경우에는 부장협의회 등 회의를 통해서 결정되지만, 이 학교의 학생자치부는 교사들의 의견 수렴 없이 결정된 것.
교사 D씨는 “바꾼다는 결정을 통보만 받았어요. 교사들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이런 건 없어요. 어느 날 봤더니 이렇게 돼 있고, 어느 날 봤더니 또 이렇게 돼 있고, 그렇게 하기로 했대, 늘 이런 식의 결정이 이루어졌어요. 학교의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고요”라고 토로했다.
특히 최근에는 학생들이 만든 학교 달력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 그림을 삭제한 것도 교사와 학생들의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사 D씨는 “의사결정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반복 되다 보니 선생님들 사이에서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요. 또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지나치게 입시 위주 교육으로 치우쳐져 있고 민주시민이나 세계시민 지도는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한 반론을 듣기 위해 A고교에 수 차례 전화했고, 교장과의 통화를 원한다는 의견을 남겼지만 전화가 오지 않았다. 또 교장 B씨의 임기는 오는 8월 말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학교 어떤 교장인지 매우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