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A고 2학년 학생들, ‘여성과 전쟁’ 주제로 심화탐구활동
탐방·독서 등 다양한 활동 이후 학생들이 직접 모금 활동 벌여
1년 전시 후 학교 관리자가 구성원과 협의 없이 지하실로 옮겨
학교 측, “소녀상 옮긴 곳 확인해 줄 수 없어…앞으로 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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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제작해 전시해 놓았던 '평화의 소녀상'을 학교 관리자가 아무런 협의 없이 지하실로 옮긴 것으로 알려져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3년 청주에 소재한 A고교 2학년 학생들은 ‘여성과 전쟁’을 주제로 심화 탐구 활동을 진행했다. 당시 학생들은 일제 강점기 시기 ‘싸우는 여성’, ‘잡혀간 여성’, ‘남겨진 여성’에 대해 공부했고 박물관 탐방, 독서 활동 등을 했다.
활동 이후에는 일부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도 평화의 소녀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이 의견은 이후 학생자치회 대의원회에서 안건으로 다뤄져 통과됐다.
학생들은 평화의 소녀상 제작을 위한 모금 활동(약 400여만 원)을 진행하는가 하면, 조형 작가에게 직접 연락해 소녀상을 제작했다. 이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해 1년 동안 학교 2층 로비에 전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탐구활동을 했던 학생들이 올 초 졸업하자 소녀상은 돌연 학교 지하실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의 지하실은 부서진 책상과 못 쓰는 기자재를 모아놓는 곳으로 창고로 쓰이고 있다.
교사들이 이에 대해 학교장 B씨에게 항의하자, B교장은 ‘하나의 전시물을 한 공간에 오랫동안 두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관계자 C씨는 “학교 1층에는 몇 년째 똑같은 전시물이 있다. 그 전시품은 그대로 두고 평화의 소녀상만 치운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화의 소녀상은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는 조형물이다. 소녀상 이름짓기, 소녀상 팔찌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며 "학교가 아픈 우리 역사를 부정하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일제시대 때 끌려간 소녀들을 추모하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만든 조형물을 학생과 교사 누구와도 상의도 하지 않고 치웠다는 것이 관리자가 할 수 있는 일인지 너무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 학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학교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고 교장과의 통화를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다만 이 학교 관계자 D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평화의 소녀상이)설치되어 있는 공간(복도)은 공용 공간이기 때문에 교과 교실 등 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어서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디로 옮길지 학생들과 논의하는 협의회를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현재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곳이 지하실이 맞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확한 공간은 지금 확인해 드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뿐 아니라 전국의 여러 학교에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어 있다. 충북에도 서전고, 교원대부설고 등에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