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DI정책학교인 서전고 올 교육과정, 타 일반고와 대동소이
은여울중고 특성 간과…3년전 대비 예산·교원 수 대폭 줄여

서전고등학교 홈페이지 캡처.
서전고등학교 홈페이지 캡처.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충북의 학교들이 최근 학력 신장을 목표로 하는 교육과정으로 다시 회귀했거나 당초 계획했던 교육을 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미래 교육을 지향하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로 설립됐지만, 학교 구성원들의 교체, 2022교육과정 도입, 충북교육청의 학력을 중시하는 풍토, 예산 삭감 등으로 그 방향이 퇴색되고 있다는 것.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7년 전국 최초로 한국교육개발원(KEDI) 정책학교로 개교, ‘전국 명문 학교’, ‘일반고의 미래’를 표방했던 서전고등학교다.

개교 당시 서전고와 도교육청은 학생 스스로의 선택과 참여를 통한 자율적 교육과정과 맞춤형 교육과정, 특성화된 융합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고 홍보했다.

서전고는 특히 진천 출신의 독립운동가 보재 이상설 선생이 설립한 서전서숙의 역사성을 계승한다는 취지로 교명을 서전고로 정하기도 했다.

이 학교가 주목받았던 교육과정은 △연극 △환경 △노작 △지속가능발전 탐구 △자율 연구 △독립운동가의 생애와 사상 등이다.

이러한 과목은 이른바 ‘고시 외 과목’으로, 특성화된 교육을 위해 교육과정에 제시되어 있는 과목 외에 새로운 과목을 개설하여 승인을 받은 교과목이다.

그러나 올해 서전고의 교육과정은 대폭 수정됐다. △노작 △독립운동가의 생애와 사상 △보건 교과는 없어졌고, 대신 △로봇과 공학 세계 △실생활 영어 회화 △금융과 경제생활 등의 교과목으로 채워졌다.

기존에 있던 ‘환경’ 교과목은 ‘생태와 환경’으로 변경되었고, ‘지속가능발전 탐구’는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세계’ 교과 등으로 편입되었다. 서전고의 교육과정은 사실상 다른 일반고와 큰 차이가 없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충북 교육계에서는 대입과 학력을 중시하는 도교육청의 방향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충북 지역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A교사는 “교육감이 학력과 대입 실적을 많이 강조하다 보니 실제 다양하고 특색있는 수업을 하는 학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원하는 공모 교장을 교육청에서 거절한 것부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교육과정 변경도 교직원들의 전체 회의 없이 패들렛에서 의견을 받는 수준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서전고 관계자 B씨는 “재작년부터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을 교육과정에 담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있었다”며 “지난해 굉장히 심도있는 논의를 많이 했고,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대폭 수정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교육과정이 변화된 이유에 대해 도교육청의 학력 중시 풍토 이외에 학부모들의 요구와 2022교육과정 도입도 중요한 이유라고 전했다. 올해부터 2022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기존 ‘고시 외 과목’을 2022교육과정에 나오는 과목으로 대체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대입에 초점을 맞춰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다는 것이다.

B씨는 “내부 구성원(교직원)들이 바뀐 이유도 있고, 어쨌든 학력에 있어서도 더 초점을 맞춰야될 것 같아서 (변경했다)”라며 “서전고는 예전에도 일반고였고 현재도 일반고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시 외 과목을 다 없앤 건 아니다”라며 “융합 선택 과목에 녹여서 할 수도 있고,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특수성 간과…예산·교원 수 대폭 줄여

2017년 전국 최초로 공립형 치유형 대안학교로 개교한 은여울중고등학교도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안학교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교원을 교체하고, 교사 정원을 대규모로 축소하는가 하면 예산 삭감, 도교육청의 관리 강화 등으로 당초 계획했던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은여울중고 교사 C씨는 “윤건영 교육감이 취임한 2022년부터 예산이 40% 이상 삭감됐고 교원 수도 무려 12명이나 줄었다”며 “인성·심리·치유 프로그램 등 학생 지원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고, 대안교육의 질적 성장과 안정성에 큰 제약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여울중고는 '치유와 성찰'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운영해왔으나, 시수 확대, 위탁학급 유도, 교원 축소는 본래 은여울의 철학을 실행 불가능한 형태로 변형시키고 있다”며 “대안학교 자율성과 정체성에 직접적인 압박이 되고 대안교육의 다양성과 본질적 역할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담당자에게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편 충북교육청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고교학점제 본격 시행에 맞춰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할 특화학교를 선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특화학교는 충북 도내 53개 일반고를 대상으로 하며, 이들 학교에서는 △과학정보융합 △글로벌 리더십 △인문사회융합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도교육청은 학생 개개인의 진로와 적성에 맞춘 과목 선택과 심화 학습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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