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17일 환경실무사 실태 고발 기자회견
하루 5시간 동안 변기 100여 개 청소…쉴새 없이 일해도 역부족
급식비 15만 원 아끼려 도시락 싸오지만 정작 먹을 공간 없어
늘봄학교 이후 방학 중에도 환경실무사 있어야 한다는 의견 늘어

학교 내 보이지 않는 노동…“나는 환경실무사입니다”⓵

학교는 미래세대를 키우고 교육하는 곳이다. 교사·학부모·학생은 ‘교육 3주체’로 불리며 학교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이 3주체가 제대로 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이들의 노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교무실무사, 조리사, 돌봄전담사 등 이른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노동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소외되어 있는 이들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환경실무사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학교 내 구성원들이 가장 기피하면서도, 가장 ‘깨끗함’을 요구하는 화장실을 청소하는 사람들이다.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충북지역 학교 환경실무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안향미 환경분과장.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안향미 환경분과장.

 

하루에 닦는 변기만 150개?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일해요. 휴게시간 30분 빼고 5시간 30분 동안 화장실 20개(곳)를 청소하죠. 화장실 한 개마다 변기가 3개부터 6개까지 있으니까 매일 닦는 변기가 100개 정도 돼요, 올 10월부터는 건물이 증축되는데 거기에도 화장실이 12개가 있어요. 변기 50개 정도가 더 늘어나는 거죠. 그럼 5시간 30분 안에 변기 150개를 닦아야 돼요, 그거 말고도 중간에 변기가 막히거나 오염되면 수시로 청소해야 되고요.”

 

2023년 9월부터 음성 A중학교에서 환경실무사로 일하고 있는 안향미 씨(59). 그가 밝힌 환경실무사의 노동 강도는 생각보다 강했다. 출근 직후부터 퇴근 직전까지 쉴새 없이 문지르고 닦고 뚫지만 혼자 하기엔 벅차 보였다. 주 5일 이렇게 쉴 틈 없는 노동을 통해 받는 급여는 170여만 원. 여기에서 급식비를 제하면 160만 원이 조금 넘는다.

 

“꼼꼼하게 닦을 시간 자체가 없어요. 힘들고, 솔직히 말하면 대충 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야 살 수가 있어요. 전체 구역을 반으로 나눠 격일로 청소하는 분들도 계세요.”

 

안향미 씨는 그나마 A중학교 일이 수월한 편이라고 말한다. 환경실무사 중에는 화장실 이외에 계단, 복도, 체육관 청소까지 담당하는 이들도 상당하다며 노동 강도가 너무 심하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저는 다른 구역은 안 하고 화장실만 하는데 어떤 분들은 복도도 하고, 계단도 하고, 가끔이지만 교장실 대청소도 하고, 심지어 관사도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급식비 아끼려 도시락 싸오지만 먹을 곳 없어

학교 급식실에서 먹는 급식비 15만 원이 아까워 점심을 집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도시락을 먹을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학교 내에 환경실무사들의 휴게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계단 올라가는 계단 밑에서 쉬기도 하고 또 거기서 밥을 먹고… 대충 먹는 거지요.”

 

환경실무사가 휴게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공간.(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제공)
환경실무사가 휴게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공간.(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제공)
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제공.
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제공.

 

날씨가 25도만 넘어가도 화장실 몇 개 닦고 나면 땀이 비오듯 하지만 쉴 곳도, 씻을 곳도 없어 그냥 참는다고 말한다.

안향미 씨는 학교 측의 권고로 당직실을 휴게실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샤워를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성 교사와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서 샤워는 어렵기 때문.

 

“아무리 나이를 먹었다지만 남자 선생님이 쓰는 곳에서 사워를 하긴 어렵죠. 그냥 버티다 집에 가서 씻어요.”

 

그가 공개한 환경실무사들의 휴게공간 사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계단 밑, 폐기된 컴퓨터를 모아놓고 창고로 사용하는 전산실, 심지어 화장실에 의자를 갖다 놓고 잠시 앉아 쉰다고 한다.

교육부가 자랑하는 늘봄학교도 이들에겐 고충으로 다가오고 있다.

환경실무사들은 방학 중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 정도 출근하는 것으로 계약을 맺었는데 늘봄학교가 본격화되면서 방학 중에도 환경실무사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느꼈기 때문.

 

“방학 때 일주일 한번 학교에 가면 엉망이에요. 여름에는 부패가 되고 악취도 나고 휴지통의 쓰레기는 넘쳐나고 특히 초등학교는 말로 다 할 수가 없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는 17일 충북교육청 현관 앞에서 충북 학교 환경실무사 노동환경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는 17일 충북교육청 현관 앞에서 충북 학교 환경실무사 노동환경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람이 견딜 수 있는 환경 정도만이라도…”

그래서 이들은 환경실무사들의 8시간 상실 전일제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7일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가 개최한 ‘충북 학교 환경실무사 노동환경 개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명숙 수석부지부장은 환경실무사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를 꼬집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화장실을 청소하는 노동자를 반기며 손을 잡아주는 이는 없습니다. 관리자 사무실에 에어컨과 히터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없습니다. 하지만 화장실 청소노동자를 위해 화장실에 에어컨을 준비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환경실무사 김성란 씨는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남들만큼만. 아니 남들만큼이 아니어도 사람이 견딜 수 있는 환경 정도만이라도 만들어달라는 힘없고 약한 환경실무사들에 처절한 외침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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