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안녕~신짜오 충북민예총·베트남푸옌성 2025 문화예술교류 동행기 1편
묶음기사

‘파도를 타고 구름을 넘어 20주년’. 이 문구는 지난 해 베트남 푸옌성 문화관광청이 문화교류를 위해 충북을 찾았을 때 발표된 공식 슬로건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했다고 하는데 20년 동안 변치 않고 진행됐으니, 교류의 깊이는 ‘종가집 묵은 된장 맛’처럼 깊다고 해야 할까?
충북민예총(이사장 김덕근)은 지난 2004년부터 베트남 푸엔성과 문화교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충북민예총은 민간예술단체인데 베트남 푸옌성은 정부조직이다.
올해도 충북민예총과 베트남 푸옌성의 문화예술교류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 28일부터 4월 2일까지 25명으로 구성된 충북민예총 문화예술교류단이 베트남에 방문해 공연과 전시, 교류행사를 진행했다.
본보는 8박9일 동안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 동행해 ‘종가집 깊은 된장 맛’처럼 우러나는 우애의 뒤편에 있는 우정어린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

30일 새벽 0시 30분. 한국을 떠난 충북민예총 문화예술교류단(이하 교류단)이 베트남 푸예성 뚜이호와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28일 오호 5시 50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지 이틀하고도 8시간만에 행사가 열리는 곳에 도착했다.
충북 청주에서 푸옌성으로 갈 때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하면 8시간 30분이면 된다. 청주공항에서 나트랑으로 가는 비행시간 5시간 30분, 그리고 나트랑에서 버스편으로 푸옌성까지 이동하는 데 3시간이면 이동한다.
교류단이 이 여행경로 대신 먼 길(인천공항→호치민→나트랑(항공편)→푸옌성 뚜이화(버스편))을 선택하는 이유는 샛길로 새기 위해서다.
샛길로 새는 목적은 오직 한 곳. 그곳을 찾아 눈으로 보기 위해서다.
“눈으로 보시면 됩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29일 아침 6시, 교류단은 이른 아침 호치민 숙소 호텔에서 조식을 먹었다. 오전 8시에 교류단 전원이 1차 목적지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을 먹은 교류단이 찾은 곳은 베트남 전쟁박물관! 베트남식 의미를 살려 표현하면 ‘베트남 전쟁 증적(증거) 박물관’이 되겠다.
박물관에 도착한 교류단 중 일부 인사들이 김강곤 음악인에게 박물관 해설을 요청했다.
김강곤 음악인은 초기부터 충북민예총과 베트남 푸옌성의 문화교류에 참여한 인물이다.
그는 해설 요청을 거절했다. 김강곤 음악인은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있는 그대로 눈으로 보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호치민 전쟁증적박물관은 1층, 2층, 3층으로 구성돼있다. 전시물은 미국과 치른, 한국군도 참전한 전쟁인 베트남 전쟁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사진 사료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그에게 전쟁기념관 설명을 거부한 이유를 다시 물었다. 마찬가지 대답만 돌와왔다.
전쟁증적박물관을 둘러본 교류단의 표정은 굳어졌다.



이곳을 처음으로 방문했다는 이은지(37, 음악인)씨는 “인간이 인간한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뱃속에 있던 아이가 살아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죽어갔다는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진에 나오는 아이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봤다고 했다. 이은지 씨는 “그 슬픔의 표정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봤다”며 “(특수처리된 유리병에) 보전된 뱃 속에 있던 아이와 신생아의 모습을 봤다. 전쟁의 처참함을 보여주는 내용증명서 같았다”고 말했다.
서예가 장미란(32, 서예위원회 사무국장)씨도 문화교류전으로 베트남을 방문하는 것을 올해가 처음이다.
장미란 씨는 “전쟁의 참상이 사진에 적나라하게 찍혀 있다”면서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크게 들었다”고 말했다.
캘리그래퍼 박수정(서예위원회 기획부장)씨는 “미안한 마음과 함께 무섭다는 공포감이 밀려왔다”며 “고엽제 후휴증으로 기형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충북민예총과 베트남 푸옌성의 문화교류가 시작하게된 것은 바로 베트남인들의 고통에 대해서 아파하고 미안함에 대해 사과의 마음을 전하는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 안다”며 “20년이나 됐다고 하는데 얼마나 대단한가. 상처와 사과, 아픔과 용서 등 이런 것들이 예술로 융합돼 승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우리는 화해와 용서라는 그런 관계가 되지 못했지 않았나”라며 “우리는 베트남하고 화해와 용서의 관계가 됐다. 우리가 전쟁박물관에 가는 것을 보라”고 밝혔다.
“아픈 상처를 문화와 예술로 치유하자는 것이 교류의 목적”

“문화예술교류는 전 세계 다양한 나라와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베트남과 교류하는 것은 이유가 분명하다”며 “한국과 베트남은 전쟁이라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 서로가 남긴 상처가 있다. 한국군에 의한 피해가 있었고, 그것을 문화로 치유해 보자는 것이 20년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교육의 목적이다”
교류행사를 총괄하고 있는 나혜경(국악인) 충북민예총 국제교류위원장이 밝힌 푸옌성과의 문화예술 교류를 하는 이유이자 목적이다.
호치민 전쟁기념관을 방문하는 이유는 베트남인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전쟁의 역사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나혜경 위원장은 “전쟁기념관을 방문하는 것은 베트남 전쟁이 어떻게 시작됐고, 한국군이 참천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하는 첫 출발점”이라며 “여기 사는 이들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전반적인 것을 알아가는 필수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더디 가더라도 이곳 호치민을 방문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