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내부문서에 국가하천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명시
지자체 위임줬더라도, 환경부가 시행 공사구간은 장관이 경영책임자
사고 난 미호천 제방은 금강청 하천정비사업 공사 구간
검찰, 장관 대신 청주시장에 책임…환경부장관은 조사조차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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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앙부처·지자체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명시하고 있다.
공중이용시설·공중교통수단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면 중처법 적용 대상이다.
2023년 7월 15일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로 인해 14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을 입었다.
오송지하차도 참사는 제방붕괴라는 선행요인과 침수된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은 (참사)수행요인 두 가지로 구성됐다.
관리주체는 국가하천인 미호강 제방을 관리하는 국가기관과 오송궁평2지하차도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으로 나뉜다.
미호강 제방의 관리주체는 기본적으로 환경부다. 다만 지자체에 유지보수업무가 위힘됐을 경우 해당 지자체가 된다. 여기에 국토부 소속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은 환경부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도로확장 공사를 위해 미호강제방에 대한 점용허가를 받아 공사를 진행했다.
따라서 미호강제방의 국가 관리기관은 크게 환경부, 청주시, 행복청 등 세 기관이다.
이태원 참사가 그렇듯 중앙부처 장관은 처벌받지 않는다.

지난 2022년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재난 및 안전관리 총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직무유기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노조는 “이태원 참사가 재난관리 예방 및 사전 안전조치가 무너졌기 때문에 발생했다”면서 “재난안전법에 따라 행안부 장관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이 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또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 최고 책임자에게 중대재해 발생 시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취지를 생각하면 윤석열 정부는 반드시 이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소방공무원노조 외에도 시민단체와 희생자단체, 민주당도 이상민 장관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는 윤석열정부의 실세였던 이상민 장관에겐 미치지 못했다.
오송참사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오송참사 당시 윤석열정부의 중앙부처장인 한화진 전 환경부장관에 대해선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혐의로 이범석 청주시장과 행복청장만 기소했다.
또 오송궁평2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던 김영환 충북도지사에 대해선 무혐의 결론을 내려 면죄부를 줬다.
환경부장관은 책임이 없었을까?
지난 1월 청주지검은 이범석 청주시장을 기소하면서 참사 선행요인이었던 미호강 제방의 유지보수 주체는 청주시라고 밝혔다.
행복청은 제방이 터진 지점에 도로확장공사를 시행한 주체로, 공사구역의 하천첨용허가를 받은 수허가자로서 안전점검의 주체라고 밝혔다.
건설사는 제방부분 도로확장공사의 시공주체로, 공사구역을 직점 점유통제하고 있다고 결론냈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호강제방에 대한 관리주체 국가기관은 환경부(금강유역환경청)와 지자체, 점용허가를 받아 공사를 진행했던 행복청이다.
이중 환경부만 쏙 빠진 것이다.

그런데 검찰의 결론과는 상반되는 내용이 2023년 3월 환경부가 제작한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해당문서는 2023년 3월 환경부 하천계획과에서 작성한 ‘하천분야 중대시민재해 업무 참고자료’다.
문서 표지에는 “본 자료는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의 질의 결과와 법무법인의 자문등을 기반으로 하천분야 중대시민재해 관련 업무를 이행하는데 참고사항을 정리한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문서 5쪽에는 ‘국가하천 중 위임구간 등의 안전보건업무’ 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대상이 되는 ‘국가하천의 경영책임자’에 대해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국가하천의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는 환경부 장관이다.
다만 국가하천 중 지자체에 위임된 구간의 경영책임자는 지자체장이 된다. 오송참사 당시 붕괴된 미호강 제방의 경우 유지보수의 업무가 충북도에 위임됐고, 다시 청주시에 위임된 상태였다.
따라서 미호강제방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상의 경영책임자는 청주시장이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또 다른 단서 조항이 나온다. 이에 따르면 위임 구간 중 환경부가 시행하는 공사(유역‧지방환경청에 위임) 구간은 환경부장관이 경영책임자라고 명시했다.
참사당시 제방이 붕괴된 미호강 구간에 대해 금강유역환경청은 2017년 3월부터 하천정비사업을 시행중이었다. 다만 2020년 1월 1일자로, 공사중지 상태였다. 잔여공기는 20개월 총 589일이 남아있다.
공사가 일지 중지됐다 하더라도 해당 제방이 환경부가 시행하는 ‘공사 구간’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사가 (일사) 중지됐다 하더라도 공사구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이 문서에 따르면 오송참사가 발생한 미호강제방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대상인 경영책임자는 환경부장관인 셈이다.
이 같은 내용은 환경부가 작성한 또 다른 문서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3월 15일 환경부는 ‘하천분야 중대시민재해 의무 이행사항 지자체 실태 진달 및 컨설팅 용역 추진계획’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작성했다.
이 문서에서도 “국가하천 중 지자체 위임구간 제방은 유지‧보수 주체인 지자체장이 경영책임자이며, 환경부가 시행하는 제방의 공사구간은 환경부장관이 경영책임자”라고 명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 지자체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중대시민재해 예방을 위한 설명회까지 개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작성한 또 다른 문서 ‘2023년 하천분야 중대시민재해 예방을 위한 설명회 개최 알림’ 공문에 따르면 그해 5월 22일 각 시‧도 및 시‧군‧구 실무자를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렇게 환경부조차 오송참사 당시 사고의 선행요인이었던 미호강 제방의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는 환경부장관이라고 했지만 검찰은 이 부분을 외면했다.
말 바꾼 환경부 “해당 문서는 잘못된 것, 내용 변경하려고 한다”
환경부는 앞서 제시한 내부문서에 대해 법적 구속력도 없는 문서로, 단순히 내부 참고용으로 만든 것이라고 폄훼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냥 참고용으로 만든 것으로, 배포된 문서도 아니다”라며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 참고용 문서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용도 잘못됐다. 그래서 앞으로 해당 내용을 수정할 것”이라며 “환경부장관은 지자체에 위임된 국가하천에 대하여 경영책임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