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수원지법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3차 공판 열려
“참사 원인 알 수 없고, 대비할 수 없었던 화재였다”
죽은자에게 책임 묻고, 경영자는 “소박한 경영자라 잘 몰라”
유가족대책위, “인간이길 포기…이제라도 변호 전략 바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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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4일 23명의 노동자를 사망으로 이르게 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에서 아리셀 측은 참사의 원인을 사망한 이들에게 몰고 가는 파렴치한 행보를 보였다. 또한 박순관 대표는 실질적인 대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의 아들 박중언 본부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비정함을 보였다.
이에 유가족들과 대책위는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본부장은 인간임을 포기했다”며 크게 분노했다.
“참사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13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 아리셀과 박순관 대표의 변호를 맡은 김앤장 변호인들은 “이 사건은 불과 40초 만에 암전이 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 이례적인 화재였다”며 “대처를 했다 하더라도 막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미세발열과 열폭주가 관련이 있다는 검사 측 주장에 대해, ‘미세발열과 열폭주는 무관하다’는 고 김병철 연구소장의 의견에 따라 업무를 진행한 것으로, ‘아리셀 최고 전문가’의 의견을 따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부실한 안전교육에 대해서도, 고 김남협 책임에게로 그 책임소재를 돌렸다. 김앤장 측은 김남협 책임이 ‘평소 일을 똑 부러지게 잘 한다’는 말을 믿고, 교육을 맡겼다고 전했다.
특히 아리셀 측 변호인들은 앞서 드러난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수사 결과를 전면 부인했다. 지난 9월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아리셀이 군납 전지 시료를 바꿔치기 하다 적발돼 재생산량이 급격히 늘었고 이 과정에서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불량전지 분류조차 하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리셀 측 변호인은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안전교육과 위험성 평가가 제대로 되었다 하더라도 이번 사건을 막을 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리튬 배터리가 폭발한 근본적인 원인은 알 수 없고, 최고 경영자들은 배터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을뿐더러 대책을 세워 실행했다 하더라도 단 40여 초 만에 암전이 된 상황을 대비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복도에 적재해 놓은 전지 또한 폭발에 영향에 주지 않았고, 정규직원만 드나들 수 있도록 한 출입구 또한 연구소의 보안을 위한 것으로 통행과 대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벽이 탈출에 방해가 되었다는 검사측 주장에 대해서도 기존에 있던 벽을 허물었던 것으로, 공사로 인해 폭발 및 사고와 관련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중언 본부장은 소박한 경영인이라 잘 몰라”
무엇보다 이날 공판에서 아리셀 측 변호인들은 박순관 대표의 무혐의를 강하게 주장했다. 박순관 대표는 조직도상에만 대표로 있을 뿐 실질적인 아리셀 업무를 전혀 하지 않았으며 최종 결재권자는 그의 아들 박중언 본부장이라는 것.
박중언 본부장이 박순관 대표에게 200여 차례 업무보고를 한 것은, 박 대표가 최대 주주이자 투자자이기 때문에 재정상황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불법파견과 관련해서도 박순관 대표는 근로관계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박중언 본부장 또한 파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소박한 경영인에 불과, 보고만을 받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공판 이후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김앤장의 변호 논리 자체도 미약하고 코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사과한다고 하고서 죄는 없다고 한다”며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이라고 분노했다.
유가족 대리인인 손익찬 변호사는 “김앤장은 당초 6시간 동안 변호를 진행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2시간밖에 하지 않았다. 변호 내용 또한 궁색했다”며 “이제라도 변호 전략을 바꿔 형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길 제안한다”고 비꼬았다.
한편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4차 공판은 오는 20일 오후 2시 10분에 시작된다. 4차 공판에는 5명의 증인이 출석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