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노동자, "당장 생계 끊기는데, 업체 교섭 거부만"
화물연대 충북본부, 서브원 화물노동자 생존권 보장 촉구
"일방적 운송료 삭감, 노조탄압 '노예 계약' 수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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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라면 순순히 나가야 하는 게 말이 됩니까, 화물노동자도 사람답게 안전히 일하고 싶습니다.”
신규업체와 기존 화물 기사간의 '노예계약'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서브원 오창메가허브, 2018년부터 해당 업체에서 일해온 조합원 A씨가 눈물로 호소했다.
신규업체와 계약을 맺지 못한 화물노동자들은 12월 31일 기존 계약이 만료된다. 화물차 번호판을 구하지 못하면 차량 운행도 불가능해 당장 생계가 끊기게 된다.
2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충북본부는 (이하 화물연대 충북본부)는 서브원 오창허브의 신규 위탁업체인 LX판토스(운영사), 대명물류(운송사)가 기존 화물기사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교섭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화물연대 충북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LX판토스와 대명물류가 화물노동자를 홀대하고 쓰고버릴 부품으로 생각하는 구시대적 발상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노조는 신규업체가 기존 화물기사들의 계약 체결과정에서 운송료 및 장거리 수당, 피킹(선별·적재) 수당 등 각종 수당 삭감과 더불어 화물 기사에게 운행 책임을 지나치게 강제하는 계약서를 제시해 ‘노예계약’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40만원에서 많게는 70만원까지 급여 하락 △대체인력 미충원으로 배송 불가 시 급여 3개월분 위약금 △안전 장구 미지급 등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금재성 분회장은 “LX판토스와 대명물류는 똑같은 입장만 고집하면서 나가라는 말만 반복한다”며 “우리는 10년여 동안 서브원이라 적힌 차를 운행하며 지시를 받아 일해왔는데, 운영사가 바뀌었다고 쫓겨나게 생긴 것”이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박옥주 본부장은 “이익을 위해 화물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은 안중에도 없는 LX판토스와 대명물류를 규탄한다”며 “이들은 손배를 들이밀며 노동3권을 탄압하려 한다. 10년, 7년간 열심히 일해온 노동자들에게 물가 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운송료를 제시하고 싫으면 나가라고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 충북본부 윤남용 본부장은 “화물노동자들은 새벽부터 하루 10시간 이상 장시간 운전을 해야만 생계를 이어갈 수 있으며, 물류가 멈추지 않는다”며 “화물노동자가 안전하게 일 할 수 있어야 국민과 도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규탄했다.

화물연대 서브원분회 조합원 A씨는 “계약서에는 조합원들을 쫓아내기 위한 내용으로 차있다”며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하면 3개월치 월급을 배상하라는 말도 안되는 조항과 단체행동을 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서브원 운송 업무에 맞춰 자비를 들여 차를 개조하기까지 했다. 시동을 끄고, 키는 것부터 위치까지 모든 운행을 업체에서 관리·감독해왔다”며 “우리는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회사는 교섭 의지조차 없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서브원 측에서 차량 도색을 지우라는 내용 증명을 보내왔으며, 이전 운영사인 CJ대한통운에서는 임대한 화물차 번호판 회수를 요구하고 있다.
A씨는 “개인 영업용 번호판을 구하려면 3000만 원가량 비용이 든다”며 “이번 달로 수입도 끊기게 되는데, 화물 일 자체를 그만둬야 하는 벼랑 끝에 놓인 상황”이라며 사측의 적극 교섭을 촉구했다.
화물노동자와 직접 계약을 맺는 대명물류 측은 “기존 업체와의 계약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없다”며 “업계 관행상 업체들이 기존 화물 기사들에게 지급되는 운송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입찰된 금액 내에서 운영이 가능한 수준의 운송료를 제시한 것”이라며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