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서문 앞 무장애 보행로 만든다더니 3단 계단 설치
환경단체 “꼴랑 계단 만들자고... 세금 낭비”

 

충북도(도지사 김영환, 국민의힘)의 일관성 없는 행정에, 환경단체 관계자가 ‘세금낭비’라고 비판했다.

6일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이성우 사무처장은 SNS에 “충북도청 서문에 나무 뽑고 계단 만들고, 다시 나무 심고”라며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그는 “2개월 전쯤 도청 서문 향나무가 사라졌다”며 “도청 관계자에 물었더니 인도가 좁아서 넓히고 무장애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 (향나무를 뽑았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향나무가 사라진 자리에 맥문동이 심어졌다가, 결국 맥문동도 사라지고 옆에 있던 나무도 함게 사라졌다. 그런데 지난 주말 그 자리에 계단이 생기고 나무가 다시 심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왜 이런 공사를 한 것인가?”라며 “무장애 도로가 된 것도 아니고 인도가 넓어 진 것도 아니고 꼴랑 계단 좀 만들자고 이렇게 한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성우 사무처장은 “이럴 거면 향나무 사이 몇 군데만 계단을 만들었으면 되는 것”이였다며 “이번 도청 공사에 들어간 돈은 남의 돈이나 꽁돈이 아니라 충북도민의 세금”이라고 밝혔다.

인도 확장공사라더니...

충북도가 보행로를 확장하고 장애인도 이동할수 있는 무장애 도로를 만든다며 향나무를 철거하고 새로 조성한 공사 현장 모습(사진=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충북도가 보행로를 확장하고 장애인도 이동할수 있는 무장애 도로를 만든다며 향나무를 철거하고 새로 조성한 공사 현장 모습(사진=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 5월 김영환 도지사가 발표한 ‘청사 시설개선 구상안’에 따라 충북 도청 서문앞에 수십년간 자라고 있던 향나무를 제거했다.

김 지사는 당시 보도폭이 협소하고, 경관이 단조롭다며 담장 역할을 하고 있던 향나무를 철거해 개방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도는 향나무를 제거한 자리에 초본류인 맥문동을 식재했다. 식재된 맥문동도 한 달을 버티지 못했다. 7월 중순경 도는 인도확장 공사를 한다며 맥문동이 심겨져 있던 터를 비롯해 맥문동까지 모두 철거했다.

환경단체는 이 상황에 대해 이럴 거면 왜 굳이 맥문동을 심었냐는 볼멘 소리를 냈다.

현재 충북도청 서문 일대 보행로 확장공사 및 무장애 도로 건설공사는 마무리 상황이다.

결과는 어떨까?

박종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충북도가 돈 자랑 하는 것 같다”며 “바로 없앨 맥문동을 왜 심었는지 모르겠다. 심각한 예산낭비다”라고 지적했다.

이성우 사무처장이 지적한 것처럼, 보행로는 확장되지 않았다. 기존 향나무가 식재됐던 담장터는 3단 계단이 들어섰고, 맥문동이 제거될 당시 함께 뽑혀진 목백합 나무가 다시 심겨졌다.

계단은 휠체어 등이 이동할수 없기 때문에 ‘무장애’라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았다.

충북도 “공사를 나누어서 하다보니 이렇게 된 것”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한번에 진행하지 못하고 단계별로 나누어서 하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향나무를 제거한 자리에 맥문동을 심었던 것은 흙먼지 등이 날려서 임시로 조치를 한 것”이라며 “맥문동도 며칠 심었다가 없앤 것이 아니라 민원실 옆으로 다시 옮겨 심었다”고 말했다.

무장애 보행로에 대해서는 “도청에 접근을 쉽게 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며 “한쪽에 경사로 만들어 휠체어 이동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번에 딱 끝내지 못한 것은 중간에 장마 기간과 겹쳐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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