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청, 아침간편식 시범 학교 명단 비공개
“학교 명단 공개되면 담당자 부담스러워해”
전교조, “명분만으로 강행하는 정책 실행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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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교육청이 당장 6월부터 도내 9개 학교에서 아침간편식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히면서도, 정작 9개 학교가 어디인지 그 명단은 공개하고 있지 않다.
아침간편식 사업은 학생건강 증진 및 수업 집중을 통한 학업 성취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또 향후 운영을 위한 기초자료 활용될 예정이다. 각 학교는 학교 실정에 맞게 직영 또는 위탁 운영을 자체적으로 결정해 운영한다.
도교육청은 5월 한 달간 학교를 공모했고, 최근 9개 학교를 선정했다. 그러나 학교 명단을 공개하고 있지 않아 학부모들은 물론 교직원들은 주변 지인들을 통해 알음알음 소식을 듣고 있을 뿐, 어떤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될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도교육청 급식팀의 A씨는 학교 명단 비공개 이유에 대해, “앞으로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고, 사업 시작 전에 학교 명단이 공개되면 담당자들이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의 원칙·신청 자격,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아”
도교육청에 따르면 아침간편식 사업의 신청 자격은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구성원 합의 및 민주적 절차에 의한 담당자 지정이 가능한 학교, 둘째는 간편식 제공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보유한 학교다. 또 학교 구성원들의 업무 부담 최소화를 원칙으로 하며, 자원봉사자와 교육지원청 단기인력의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관계자들에 따르면, 애초 이 사업의 원칙이자 신청 자격인 ‘민주성’이 학교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전교조 충북지부에 따르면, 9개 학교 중 최소한 절반 이상이 담임교사와의 논의나 협의 과정은 없었다.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학교가 (아침간편식 사업 결정은)교장·교감, 부장회의에서 결정됐다”고 전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성명을 통해, “구성원의 합의나 민주적 절차를 지킨 학교는 드물었다. 우려했던 대로 해당 업무 담당자를 교사로 지정한 학교도 여럿 있었다”며 “교육청이 칼자루를 쥐고 현장에서 답을 찾으라는 것은 불통이고 강요일 뿐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교육청 해당 과는 신청 결과가 알려지면 학교에 피해 갈까 염려된다면서 공모학교 명단 공개를 꺼렸다. 학교 공문서를 통해 알려질 수밖에 없는 내용을 기밀 사항처럼 취급하며 사업을 강행하는 행태라면 학교 현장과 소통은 점점 어려워질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런 시각에서 질문하기 때문에 답변 어렵다”
도교육청 담당자는 본보의 취재 과정에서도 학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도교육청 급식팀의 A씨는 “학교에서 좋은 마음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외부에 대한 부담을 느끼시는 부분이 있어서 저희가 편하게 준비하시라고…”라고 명단 비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또 오히려 기자에게 “어떤 이유로 학교 명단을 알고 싶은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에 “전교조 충북지부의 주장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자, “그런 시각에서 질문을 하기 때문에 답변이 어렵다”고도 말했다.
6월 1일 이후에는 명단이 공개되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전교조 주장이 맞다면 이미 전교조는 학교 명단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교조는 (충북교육청에)학교 명단을 요구했다. 결국 전교조의 주장이 해당 학교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9개교 모두가 민주적인 방식으로 구성원들이 협의와 합의를 거쳐 이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전교조의 주장은 아침간편식 사업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학교에서 나온 이야기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A씨의 주장이 맞다고 치더라도 학교 구성원들이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결정된 사항을 정작 도교육청에서는 ‘비밀’로 취급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한편 전교조 충북지부는 “윤건영 교육감에게 학교에서 일주일만 생활해보길 제안한다”며 “해외 선진지 사례도, 교육부의 디지털 고도화 방안도, 행정업무 경감 체제 구축 발표도 당면한 학교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얼마나 허무한 소리인지 제대로 알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제도적 뒷받침이나 지원 없이 단지 학생들에게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강행하는 정책이 온전히 교육적으로 실행되기 어렵다는 것을 교육 당국이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