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농촌자연부락에 독성가스‧폭발사고 전력 화학공장 위한 산업단지 조성
어수용 변호사, 보은군 탄부면 사직리 화학산단조성 저지투쟁 합류
어 변호사 “평화로운 농촌마을에 폭발사고 빈번한 화학공장이 웬 말?”
입주 거론 한국카본‧TEMC 2022년 폭발사고 연달아 발생, 2명 사망해

31일 충북 보은군 보은읍에서 열린 산업단지 반대집회에 판사출신의 어수용 변호사(맨 오른쪽)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남균 기자)
31일 충북 보은군 보은읍에서 열린 산업단지 반대집회에 판사출신의 어수용 변호사(맨 오른쪽)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남균 기자)
31일 보은군 탄부면 사직리 일대 주민들이 "보은군수 물러가라"라는 문구가 적힌 상여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김남균 기자)
31일 보은군 탄부면 사직리 일대 주민들이 "보은군수 물러가라"라는 문구가 적힌 상여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김남균 기자)

 

#1. 디보란, 그리고 폭발사고

2022년 4월 1일 아침 8시 경 , 만우절이었던 이날 충북 보은군(군수 최재형‧국민의힘) 삼승면 산업단지에 위치한 한 공장에선 거짓말 같은 폭발음과 함께 지붕을 뚫고 뿌연 연기 구름이 솟구쳤다.

폭발은 계속됐다. 두 번 째 폭발에는 화염이 어우러져 솟구쳤다. 출동한 소방차가 물을 뿌리는 와중에도 굉음을 일으키며 폭발은 계속됐다.

폭발은 20여분 사이에 4차례나 이어졌다. 폭발 충격으로 지붕 등 건물 잔해들이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사고가 발생한 회사는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특수가스 ‘디보란’ 등을 제조하는 티이엠씨(주)다.

폭발사고를 일으킨 ‘디보란’이라는 특수가스는 공기와 접촉하면 폭발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가스다.

다행히 이날 사고 당시 공장은 가동 전이여서, 노동자들은 없었고 이에 따라 인명피해는 없었다.

 

#2. 죽음의 공장! 민주노총 선정 ‘2023년 최악의 살인기업’ 한국카본

2022년 12월 15일 경남 밀양시에 위치한 한국카본(주) 사포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중이던 노동자가 중경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치료 도중 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폭발사고도 충격이지만 노조가 발표한 성명은 더 충격이었다. 회사가 소금을 뿌렸다는 것이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한국카본신소재지회가 2023년 1월 17일 성명을 발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금까지, 한국카본은 공개적인 사과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대재해로 사람이 죽었는데 소금을 뿌려놓질 않나, 자신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며 떳떳하다며 큰소리치지를 않나, 하다못해 공장에 추모 공간도 추모 현수막도 하나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국화섬노조가 2022년 12월에 발생한 한국카본 밀양공장 폭발사고에 대해 근로감독을 촉구하는 모습. 민주노총경남본부는 (주)한국카본을 '2023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 
전국화섬노조가 2022년 12월에 발생한 한국카본 밀양공장 폭발사고에 대해 근로감독을 촉구하는 모습. 민주노총경남본부는 (주)한국카본을 '2023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 

 

한국카본 공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는 이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노조에 따르면 2010년과 2015년에 프레스 끼임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2022년 폭발사고 일주인 뒤인 2022년 12월 22일 밀양2공 장에선 협력업체 노동자가 신체 절단 사고를 당했다. 2023년 4월에는 화재가 일어나 15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3. 보은군의 투자협약, 하필이면 죽음의 공장과...

2022년 9월, 최재형(국민의힘) 보은군수는 보은산업단지에 입주한 한 반도체 기업과 65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추가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최재형 군수가 당선 돼 업무를 시작한지 3개월도 안된 시기였다.

투자협약을 체결한 회사는 2022년 4월 1일 폭발사고를 일으켰던 티이엠씨(주)다. 당시 보은군은 “티이엠씨(주)가 투자가 완료되는 2026년이 되면 고용노동자가 85명에서 130명으로 늘어난다”며 “최재형 군수가 신규 고용 시 지역민을 우선 채용하는 등 지역과 함께하는 상생경영에도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티이엠씨(주)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민주노총경남본부가 선정한 ‘2023년 최악의 살인기업’ 한국카본과는 2020년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친일파 논란을 일으킨 전 정상혁 군수 시절이다. 한국카본은 그때 당시 보은산업단지 1공구에 입주해 있는 상태로, 보은산업단지 2공구 신규부지 3만여㎡에 200억원을 투자해 50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보은군은 이를 바탕으로 보은군 탄부면 사직리 일원에 제3일반산업단지를 추진하게 된다.

2022년 10월 국토교통부 산업단지 지정계획 고시가 진행됐고, 12월 도시계획심의원회를 마쳤다.

지난 해 10월에는 최재형 군수는 “산업단지 분양률이 100%에 육박한 제3일반산업단지 조기 완공에 힘을 쓰고 있다”며 “지방산업발전과 국토균형발전에 이바지 해 군민이 행복한 도시형 농촌을 건설하겠다”고 했다.

#4. 20년 판결봉 두드리던 전직 판사가, 머리띠를 묵었다. 왜?

“아마 (올 해) 2월 26일 날일 거에요. (사직리 주민들이) 최초로 보은읍 사거리에서 집회를 하게됩니다. 갑자기 연락이 오더라구요. (군에서) 이것 저것 설명하러 온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보은군에서) 시위를 겁냈던 거에요.... 저는 요. 집회 시위라는 것을 법률 배울 때 ‘아! 이런 권리도 있다’는 정도로 알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집회‧시위의 권리가 엄청난 거라는 걸 알았어요”(어수용 변호사)

어수용(법무법인 상승대표‧60) 변호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주로 대전과 청주에서 20년 넘게 지역법관으로 재직한 판사출신의 변호사다.

31일 어수용 변호사가 산업단지를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김남균 기자)
31일 어수용 변호사가 산업단지를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김남균 기자)

 

판사출신인 어 변호사는 요즘 고향인 보은군 탄부면 사직리 일원 마을 어르신들과 함게 ‘투쟁’ 머리띠를 묶고 집회장에 나선다.

집회에 참석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도 잡는다. 한번 마이크를 잡으면 40분 연설을 기본이다. 지난 3월 1일에는 혼자사 한 시간 30분 동안 투쟁 연설을 했다.

지난 30일 오전 11시, 어 변호사는 이날도 보은군 보은읍 문화원 앞에 있는 뱃들공원에서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투쟁 머리띠를 묶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행사에 마을 주민들은 ‘보은 군수는 물러가라’라는 문구가 적힌 상여를 들고 나왔다.

참석자는 대략 60여명. 대부분 70~80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참석자 면면을 살펴보니 어수용 변호사가 제일 젊어 보인다.

이날도 어수용 변호사는 어김없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집회 결사의 자유와 환경권, 생명권은 하늘이 준 권리”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일방통행식 밀실행정, 강압행정에 나는 분노한다”

보은군은 현재 어 변호사의 고향 마을인 보은군 탄부면 사직리 일원에 제3일반산업단지를 추지하고 있다. 이곳은 어 변호사의 고향마을이기도 하다.

보은군에 따르면 제3일반산업단지에는 폭발사고 전력이 있는 티이엠씨(주)와 ㈜한국카본과 자회사인 ㈜한국신소재가 입주의향서를 냈다. 이외에도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회사 2곳도 입주의향을 밝혔다.

이들 공장이 밝힌 입주희망면적은 92만여㎡다. 이중 폭발사고를 일으킨 티이엠씨(주)는 40만㎡, ㈜한국카본과 ㈜한국신소재가 40만㎡를 차지한다.

어 변호사는 우선 “주민들이 살고있는 자연부락에 폭발위험이 있는 화학공장이 입주할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상식적인가?”라고 반문한다.

보은군이 추진하는 제3일반산업단지는 2022년 10월 국토부 고시가 발표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어 변호사는 지난 해 초 보은군에 소재한 장례식장에서 이 이야기를 처음들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머리띠를 묶고 반대 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했다. 거리로 나서게 된 데에는 보은군의 행정을 지켜보면서 가만히 있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수용 변호사는 “화학공장이 들어온 다는 걸 전혀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어요. 지난 해 9월 주민 설명회에 참석했는데 공장코드가 C20인 거에요. 주민들이 C20이 뭔지 모르잖아요?”라며 “저는 행정재판을 수 없이 해봤기 때문에 그게 화학공장이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다행이였어요. 주민들은 전혀 모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은군이 입주예정인 티이엠씨(주)나 ㈜한국카본에서 폭발사고 전력이 있다는 것도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은군이 산업단지를 추진하는 과정에 대해 “가장 문제 삼는 대목이 뭐냐 하면 여기 이 대목에서 행정이라는 것이 소위 말해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척하고 그냥 밀어붙이는 일방통행식의 행정 그리고 불투명한 행정 밀실행정과 강압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어 변호사는 “집회를 해보니 군청 공무원이 겁박을 하고, 주민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주고, 경찰이 나서서 집회를 제대로 못하게 관여했다”며 “이런 행정에 대해서 따끔한 맛을 보여주겠다”며 “주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국민이 말하자면 주권자이고 이거를 보여줘야지만 된다”고 강조했다.

어 변호사는 “우리들의 투쟁이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주민들이 승리한 대표적인 사례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싸움을 하게 되면서 반도체관련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공부하기 위해 책을 한권 샀다”며 “공부를 해야 제대로 싸울 수 있다. 또 행정재판을 담당한 판사로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소송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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