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골프장 건설은 기후위기 역행”
공동생태조사 합의서 내용 두고 갈등

대청호골프장반대범유역대책위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에 대청호 골프장 건설을 불허하라고 촉구했다.
대청호골프장반대범유역대책위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에 대청호 골프장 건설을 불허하라고 촉구했다.

 

충북은 물론 대전·충남·세종지역 등 충청권의 시민단체들이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에 대청호 골프장 불허를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골프장 조성 업체가 시민단체와의 공동 생태조사에 합의해 놓고 구체적인 기간과 조사 방법 등이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시민단체에 ‘공동생태조사 합의서’에 사인할 것을 요구, 일방적이고 무례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6월 발족된 대청호골프장반대범유역대책위(이하 대책위)에는 충청권 62개 시민단체가 속해 있다.

이들은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진정으로 충청북도를 위해 우선해야 하는 일은 골프장 건설 허가가 아니라 대청호 맑은 물 보전으로 충청권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일임을 명심하길 바란다”며 대청호 골프장 불허를 촉구했다.

 

충북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서 결정 예정

옥천군은 지난해 11월 ‘골프장 예정지역의 용도변경 및 체육시설 입안서’를 충북도에 제출한 바 있다. 대청호 골프장은 대청호 인근 옥천군 지양리 일대 110만여㎡ 규모다.

입안서의 주요내용은 농림·보전관리·생산관리 지역인 골프장 예정지역을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한 뒤 체육시설(골프장)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앞서 대책위는 옥천군에 △골프장 예정부지 마을의 역사문화, 인문학적 가치 보전 및 계승방안 마련 △정밀현장조사 실시 △빛 공해 피해 재검토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서의 가치 재검토 등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옥천군은 이에 대한 검토 없이 충북도에 입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건설 여부는 향후 열리는 충북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대규모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인 옥천군 동이면 석탄리 일원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2급 수리부엉이와 서식지가 발견됐다. (사진 :옥천신문 제공)
대규모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인 옥천군 동이면 석탄리 일원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2급 수리부엉이와 서식지가 발견됐다. (사진 :옥천신문 제공)

 

수리부엉이, 팔색조 사는 곳에 골프장을?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골프장 예정부지는 멸종위기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이 발견되는 등 생태적 가치가 입증된 곳”이라며 골프장 건설로 대청호 상수원 수질오염, 멸종위기종이 파괴될 것을 우려했다.

지난해 5월과 6월 대책위가 골프장 예정부지 생태환경조사를 실시한 결과, 골프장 예정부지에서는 △팔색조(멸종위기야생생물, 천연기념물) △새호리기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삵(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하늘다람쥐(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맹꽁이(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청음) △애기뿔소똥구리(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등이 발견됐다. 또 지난해 10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이곳만은 지키자’ 시민공모전에서 ‘아름다운 자연유산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들은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산림을 파괴하고 수질오염을 유발하는 대청호 골프장 건설을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청호 골프장을 건설하는 업체의 관계자가 대책위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대청호 골프장을 건설하는 업체의 관계자가 대책위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동네 깡패나 하는 문서질” VS “환경단체 무대응”

한편 골프장 건설업체와의 공동생태조사를 위한 합의서 내용과 관련,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지난해 11월 22일 대책위 및 대책위 추천 전문가, 업체 측 전문가가 참여한 간담회에서 공동생태조사를 하기로 협의해 놓고 대책위가 제안한 수정안은 무시한 채 업체가 합의서에 사인을 하라고 강요했다는 것.

기자회견에서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은 “공동생태조사와 관련된 합의문을 업체에서 추천한 기관의 대표가 초안을 작성했고 초안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합의문을 작성하는 과정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업체가 서명을 빨리 하라고 한다”며 “이것은 횡포이고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용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다시 검토하자고 요청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장 합의서에 서명하라고 한다”며 “이것은 동네 깡패나 하는 짓이다. 공동생태조사를 하려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동조사가 안되더라도 대책위 차원에서 지역의 전문가들과 함께 다양한 생물조사를 진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공동생태조사와 관련, 양측 전문가 간 조사방법, 기간, 횟수, 시기 등을 수차례 협의하여 ‘공동생태조사 협정서’를 작성했다는 입장이다.

업체 측의 한 관계자는 “골프장 예정부지에는 자연식생이 식생보전 3등급 이상은 전체의 20% 정도로 양호하지 않고 이미 4계절 조사를 다 마친 상태다”라고 전했다.

이어 “환경단체가 날인을 하지 않고 2개월 이후에 내용을 수정하자고 했다. 1월에 공동조사를 하기로 했었는데 무산이 됐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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