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가칭)단재고 2025년 발전적 개교를 위한 포럼’ 열려
더 나은 단재고 위해 이정범 도의원·유윤식 위원장 제안

<기자수첩>'단재고 2025년 발전적 개교를 위한 포럼'을 보며…

 

충북교육청은 24일 청주 S컨밴션에서 ‘(가칭)단재고 2025년 발전적 개교를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충북교육청은 24일 청주 S컨밴션에서 ‘(가칭)단재고 2025년 발전적 개교를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지난 4월 이후 단재고등학교와 관련된 기사만 40여 편을 썼다. 5년 전부터 단재고를 계획했던 충북대안교육연구회 교사들의 주장부터 충북교육청의 주장까지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했고, 첨예한 갈등 양상을 정확히 보도하려 애썼다. 지나친 욕심이지만, 기사를 통해 독자들이 단재고 뿐 아니라 미래교육 방향과 방법론에 대해 고민해주길 바라기도 했다.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지난 기사들을 돌아보니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첨예하게 대립했던 충북교육청과 대안교육연구회 교사들이 바라보는 미래교육의 정의가 어이없게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달라질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교육적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으며 그 핵심은 창의력과 인성, 비판적 사고·의사소통·협력 등 기본 역량 함양에 있습니다.”(윤건영 교육감 ‘디지털전환 시대의 미래교육’ 특강 중)

“학습자의 자기주도성을 근간으로 삶과 연계된 학습을 통해 공동체 역량을 함양하고, 자신의 삶을 변혁적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을 기르는 것”(충북대안교육연구회)

 

두 곳 모두 창의성과 비판 능력, 주도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방법이다. 비슷한 정의를 내리면서도 방법에 있어서는 천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안교육연구회 교사들은 창의성을 갖추고 비판적 사고·의사소통·협력 등 미래사회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학생이 스스로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하고, 프로젝트 수업, 다양한 협력관계를 맺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5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교육과정이 그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단재고 교육과정에는 교과목이 명시되진 않았지만 학생들이 원하면 국어, 영어, 수학 등의 교과목을 개설해 공부할 수 있으며 교사(강사)의 역할도 달라져 대면 수업 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미래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공교육기관이 ‘명확하지 않은’ 교육과정에 아이들을 ‘내모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며 교육자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안교육연구회가 만든 교육과정이 많은 고민을 바탕으로 설계된 것은 알지만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교육기관으로서 ‘불명확성’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이해하고, 나중에 뒤따르는 평가 또한 신경 쓰일 수 있다.

그래서 도교육청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는 단재고 TF팀 결과물이 더욱 궁금했다. 기존 단재고 교육과정의 ‘불명확한 점’을 과연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윤건영 교육감과 도교육청이 주장하는 미래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고 그래서 그 결과는 어떨지.

그런 면에서 24일 열린 ‘(가칭)단재고 2025년 발전적 개교를 위한 포럼’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자리였다. 새로 조직된 TF팀의 책임자와 구성원이 발표하는 자리인 만큼 기존 단재고 교육과정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내용이 발표될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날 포럼은 기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매우 실망스러웠다.

우선 더 나은 단재고를 위해 제안을 하겠다며 제안자로 나선 이정범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과 유윤식 충북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의 발언이다.

이정범 도의원은 폐교 위기에 놓였던 제주도 볍씨학교가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학생 수가 증가했다는 점을 들며, 특화된 프로그램을 주문했다.

이어 “미래학교인 단재고가 완벽한 시설에서 완벽한 교육과정을 가지고 다양한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개교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학교는 지역사회발전을 견인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유윤식 위원장은 “기존 대안교육연구회 교사들이 만든 단재고 교육과정으로는 보통교과 시수가 부족해 학업 역량에 문제 제기가 있고 수도권 대학 입학 전형에 적합하지 않다”며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처음(입학할 즈음)에는 대학을 원치 않더라도 나중(졸업할 즈음)에는 대학을 원한다. 대입에 유리하도록 조정을 한 학교가 많다”며 보통교과 추가 편성을 강조했다.

특히 단재고 TF팀의 팀장인 나재준 양업고 교사는 “학업역량, 진로역량 개념은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국영수사과가 들어가면 기본적인 교육이라고 본다. 국영수사과 공부 속에서 학생들은 새로운 것을 도전할 수 있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국영수를 한다고 입시학교라고 보면 안 된다’는 양업고 나재준 교사의 말처럼, ‘미래학교라고 해서 무조건 국영수가 없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윤건영 교육감이 말한 미래교육, 대안교육연구회가 밝힌 미래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국영수를 아우르면서도 미래사회 역량과 교육의 본질에 좀 더 근접할 수 있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TF팀은 앞으로 이것을 제안해야 할 것이다. 포럼이든, 토론회든, 간담회든 그 형식이 무엇이든간에 ‘교육과정은 잘 모른다’는 이정범 도의원 말고, 교육과정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리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는다면 단재고 개교 연기는 대안교육연구회의 발목을 잡기 위해, 또는 전임 교육감 흔적 지우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듯 싶다.

특히 윤건영 교육감은 인사말에서 자신이 밝힌 바대로 공교육기관의 수장으로서 단재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어째튼 이날 포럼은 동일한 미래교육을 주장하고 있지만 관점에 따라 엄청나게 다른 방법론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또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이번 포럼을 준비했다지만 발제자 외 방청객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은 단 10여 분에 불과해 아쉬움이 크게 느껴지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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