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선 충북지역아동센터 정책연구소장

김양선 충북지역아동센터 정책연구소장.
김양선 충북지역아동센터 정책연구소장.

정부는 새 학기부터 전국 5개 광역단체 초등학교 200곳에서 늘봄학교를 시범운영하고, 2025년까지 전체 초등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늘봄학교의 요지는 학교에서 8시까지 아동들을 돌본다는 것인데, 정작 중요한 당사자인 아이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묻지도 않고, 공급자의 입장에서 임의적으로 ‘이렇게 하면 돌봄공백 문제가 해결되겠지’라고 판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동들은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반드시 보호와 돌봄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의 돌봄정책을 들여다보면 때론 정책을 위한 정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돌봄 공백이 큰 아이들이 문제가 되어서 늘봄학교 정책을 세웠다면 차라리 노동정책을 통해 양육자의 근무를 유연하게 하여 아이를 돌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저출생 문제로 인해 돌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이 위기를 타파해 보겠다는 방법론은 필요할 수 있으나, 돌봄의 공백을 줄이기 위해 아이들만 학교에 오래 붙잡아 두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저출생 문제는 복합적인 문제로 얽혀 있다. 주거문제, 일자리문제, 소득수준과 생활환경, 결혼관과 개인의 삶의 질에 관한 문제 등 노동·교육·경제·보육 문제가 함께 뒤엉켜 있다.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이 얽히고 설켜 출산을 회피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늘봄학교 돌봄을 통해 학교에서 하교시간을 연장해서 돌봄을 한다면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는 당장은 도움이 되겠지만, 한 공간에서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12시간을 버텨내야 하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운 고문이 될 것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돌려도 외부의 시선에 노출된 아이들은 누군가의 감시와 통제를 받는 느낌이 들 것이다. 돌봄교사는 설령 그런 의도가 없이 사랑으로 돌본다 하더라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불편한 동거가 될 것이다.

내 마음대로 뒹굴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율적이고 편안한 공간이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그런 장소는 누가 뭐라고 해도 가정만한 곳이 없다.

늘봄학교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돕는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가 지역아동센터에서 13여 년간 일하면서 아이들 프로그램 제공을 해본 결과 아이들은 프로그램이라고 명명된 것에 참여하는 것을 꺼려한다는 것을 알았다. 놀이도 ‘○○프로그램’이라고 명명하고 참여를 유도하면 먼저 거부반응부터 보인다. 아이들은 프로그램에 묶이는 것보다는 비공식적인 활동과 자율성을 목말라 한다. 또래끼리 정해서 또래들끼리 놀이를 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척도는 무엇일까? 아이들 입장에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타인의 시선에 12시간 이상 노출되어 피곤함과 스트레스를 견디게 할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아무것도 안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가정이라는 공간 안에서 쉬게 하는 것이 좋은 돌봄이라고 본다. 아무리 좋은 돌봄을 한다고 해도 부모의 돌봄을 넘어설 수 없으며, 부모의 돌봄이 미숙하여 보완이 필요하다면 지역사회 내의 돌봄시설을 활용하고, 돌봄의 기능을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보조적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유럽국가들은 돌봄노동의 ‘탈가족화’와 ‘사회화’를 추구하던 흐름에서 다시 ‘재가족화’되면서 ‘부모권’의 개념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좋은 돌봄이란 어떤 돌봄이라고 생각하는지 귀 기울여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봐 주길 바란다.

돌봄은 단순한 보살핌을 넘어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건강한 인격체를 길러내는 일이다. 건강한 인격체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가정의 양육과 사회의 교육이 균형을 이루며 조화롭게 가기 위한 다양한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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