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SPC 규탄 결의대회 개최
노동자 등 2천여 명 참여…경찰과 큰 충돌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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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 파리바게트 매장에 빵을 배송하는 화물노동자들이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30일 청주에서 대규모 규탄 결의대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SPC청주공장 인근 도로에서 ‘SPC자본 및 공권력 투입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SPC청주공장 일대를 수십 대의 경찰차와 병력이 원천봉쇄, 사실상 SPC청주공장으로 진입이 불가능해 대회 참가자들은 인근 도로에서 3시간가량 집회를 이어갔다. 당초 집회 시작 시간은 오후 2시였으나 경찰이 집회 장소 진입을 막아 30여 분간 지연됐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결의대회에 수도권·충청권·전북·대구경북지역 본부 조합원 등 2천여 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노동자들의 요구는 단 하나이다. 노사 합의다”라며 “민주노조 짓밟고, 제빵사도 탄압하고, 화물노동자도 탄압하는 것을 이제 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장은 “자기들이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는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SPC는 그 대화마저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28일 공공운수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SPC는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화물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라는 상식적인 요구를 묵살하며 화물연대와 맺어왔던 합의를 파기하고 화물노동자에 대한 모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진전시켜온 모든 노동자에 대한 권리를 후퇴시키는 시대착오적이고 악질적인 행태”라고 비판했었다.

코로나 시국에 결의대회 연 이유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화물노동자들이 파업과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SPC측이 노동자들과 한 약속을 파기하고 노조를 탄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대구경북SPC에서는 △공정배차 △공정한 휴무지원 △월 1회 현장문제 해결을 위한 운수사·센터장·화물연대 협의진행 등을 사측과 노동자들이 합의한 바 있다. 또 서울경기SPC에서는 지난 6월 화물연대 투쟁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공공운수노조는 SPC측이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경기SPC에서는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액(1인 20~80만원)을 화물노동자 운임에서 일방적으로 차감했고, 광주SPC에서는 증차를 위한 노선 조정안을 수용한다고 해놓고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박상남 씨는 “SPC는 증차문제를 해결해 줄 것처럼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고 합의한 내용을 뒤집었다. 합의서를 쓰려는 20~30분 사이에 SPC본사에서 전화가 와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했다고 노동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임종린 씨는 “파리바게트의 경우, 조합원이 관리자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SPC회장 지시로 노조를 없애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진급을 미끼로 노조 탈퇴를 종용, 주간고정근무를 통해 추가 수당을 받지 못하게 했다”고 전했다.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은 그동안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려 왔다고 주장했다. 매장 오픈 시간에 맞춰 운행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12시간에서 14시간 노동을 강요받았고, 휴무는 한 달에 고작 4번뿐이었다고 전했다. 게다가 4일 휴무마저도 사측의 배차에 따라 날짜가 달라지고 이를 거절하면 다음 달 배차에서 불이익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2일 광주SPC를 시작으로 한 파업은 화물연대 전국SPC지부가 15일 전면파업을 선언하면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충북시민·사회·노동단체도 지지 선언
결의대회에 앞서 충북지역 시민·사회·노동·농민·정당 등 17개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SPC자본에 맞선 화물연대 파업 지지선언과 조속과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지난 10년간 SPC 물량은 두 배로 늘어났지만 차량과 인원, 운송료는 동결됐다. 화물노동자들은 새벽 1시에 출근하고 12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휴일도 한 달에 4일밖에 되지 않는다”며 “SPC삼립은 영업이익이 2020년 대비 55.3%가 증가했지만 화물노동자들은 도로에서, 일터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화물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몬 SPC자본에게 신속한 해결을 촉구한다. 당장 계약해지를 철회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충북경찰은 기동대 21개 중대와 형사 등 2천여 명의 병력을 SPC삼립 청주 공장 진입 주요 길목에 배치해 노조원들의 집결을 원천 봉쇄했다. 큰 충돌은 없었으나 대회 도중 수차례 해산 요구 방송을 했으며 화물연대 차량을 견인조치하기도 했다. 청주시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을 감염병 예방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