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일렉트릭 노사 갈등 ②]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노사 갈등 중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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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장님은 43억 원 벌면서 노동자 임금 5천 원 올렸다  

LS일렉트릭은 LS그룹 계열사로 산업용 전력·자동화기기 제조업을 맡고 있다. △충북 청주 △충남 천안 △부산까지 전국 3개 사업장을 둔 대기업이다. 1975년 럭키포장으로 세워져 금성산전, LG산전, LS산전으로 이름을 바꿔 왔다. 기업명만 바뀌었을 뿐 명맥은 이어져 왔다. 

노동조합 역사도 길었다. 1987년 7월 27일 금성산전 노동조합으로 출범해 이름만 바뀌었다. 한국노총 전국금속노조연맹 LS일렉트릭 노동조합은 30년 넘게 노사 관계를 유지했고, 전체 조합원만 해도 965명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 노사 갈등이 번지면서 ‘투쟁 사업장’이 되고 말았다. - 편집자 주 

벌써 두 달째 LS일렉트릭 노사는 대화의 끈을 놓아버렸다. 현장에서도 마찰이 빚어졌다. 지난 4월에는 작업모 착용 지시를 거부한 43명의 LS일렉트릭 청주공장 노동자들이 징계를 받았다. 무더기 징계도 이뤄졌다. 근무복 환복을 노동시간에 포함해달라고 맞서다 LS일렉트릭 천안공장 노동자 189명이 징계를 받았다. 

봉합되지 않는 갈등에 지난 4일(수)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이하 더불어민주당)이 LS일렉트릭 1공장에서 ‘노동존중 현장방문 간담회’를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조 및 회사 측과 분리 면담을 진행했다. 두 달 넘게 장기화되고 있는 노사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자리였다. 

“남기원 대표이사가 (LS일렉트릭으로) 오기 전에 LS메탈 장항공장에 있었는데 거기서도 노동조합 탄압에 자기가 선두적인 역할을 하는 게 먹히니까 구자균 회장도 묵인하고 가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고….”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조 연맹 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노사 갈등의 원인으로 남기원 대표이사를 지목했다. 이들은 1년 사이 노사 갈등이 심각해진 이유는 남기원 사장의 갈등 관리 방식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부임하면서 작업모 착용 지시, 조합원 전달 시간 금지 등 현장에 변화가 생기자 노동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급기야 대표이사 퇴출 서명을 받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LS일렉트릭지회는 청주사업장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 김다솜 기자
현재 LS일렉트릭 노동조합은 청주사업장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 김다솜 기자

임단협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지난 9월 9일(수) 열린 8차 임단협은 서로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LS일렉트릭은 임금 동결, 5,000원 경조금 및 경조 휴가 10일, 정년퇴직 기념품, 10년 이상 근무 시 코로나 격려금 70만 원을 제안했다. 

“현대자동차가 임금동결 받아들인 이유가 임원진 임금을 30% 삭감해서예요. 그러니 받아들이죠. 우리는 오히려 가져갔어요. 우리가 어떻게 그걸 받아들일 수 있나요? 그게 같이 고통을 분담한다는 자세인가요?” 

유영식 한국노총 금속노조연맹 LS일렉트릭 노동조합 위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받은 보수는 43억 2,600만 원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쌓인 장기성과급 21억 4,500만 원도 포함된 액수다. 

3년 치 성과급이 포함된 금액인 데다 실제 임원 급여는 몇 년째 동결 수준이지만, LS일렉트릭 노동조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 위원장은 “코로나로 인해 경영이 어려우니 노사가 같이 고통을 분담하자고 해놓고 구자균 회장은 43억 원을 가져갔다”며 “성과급이 아니라 그만큼 받아 간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4일(수) 더불어민주당이 노동존중 현장방문 간담회에 참석했다. 분리 면담을 통해 노조와 회사 양측의 요구사항과 입장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다솜 기자
4일(수) 더불어민주당이 노동존중 현장방문 간담회에 참석했다. 분리 면담을 통해 노조와 회사 양측의 요구사항과 입장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다솜 기자

임금피크제도 문제가 됐다. LS일렉트릭 노동조합은 그동안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를 ‘박근혜 정부가 강행한 최악의 정책’이라고 여러 번 지적했다. 실제로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는 없었고, 장기근속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와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했다는 것이다. 

LS일렉트릭 노동조합은 동일 시간에 동일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끼리 임금에서 차별당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나 현대엘리베이터는 임금피크제를 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마다 정년퇴임하는 노동자만 3~40명에 이른다. 임단협에서 사측은 정년 연장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완화가 임금피크제 실시 목적이었으나, 갈수록 생산직 노동자들의 노화로 인한 체력적 어려움이나 현장 능력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임금피크제로 인한 손실은 학자금 대출 등 혜택으로 충분히 보전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LS일렉트릭 노동조합은 오히려 숙달된 경험을 가진 장기근속자들이 현장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회사에서 장기근속자에게 제공하는 학자금 대출 등의 혜택도 임금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위원장이 노동조합 측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기업이 노사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적극적인 중재를 통해 민생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 김다솜 기자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위원장이 노동조합 측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기업이 노사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적극적인 중재를 통해 민생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 김다솜 기자

임단협 재개 가능성 있나?  

노사 갈등 쟁점은 △임금인상안 △임금피크제 폐지 △노동조합 활동 보장 세 가지로 압축된다. 박정호 LS일렉트릭 청주사업장 지원혁신팀 매니저는 “임금피크제나 임금 관련해서는 앞으로 임단협이 재개되면 충분히 협의를 거쳐 합의를 이룰 여지가 있다고 본다”면서 임단협에서의 타결 가능성도 남겨 뒀다. LS일렉트릭 노동조합도 이번 주 내로 임단협 재개를 요청할 예정이다. 

그러나 8차까지 결렬된 상황을 볼 때 LS일렉트릭 사업구조 및 산업 특징이 ‘경기 후행성’이다 보니 코로나로 인한 경기 영향이 올 하반기나 내년까지 영향을 미칠 거란 우려가 커지면서 임단협에서 적극적인 제안이 오가기 힘든 분위기로 읽힌다. 

이날 간담회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은 더불어민주당은 ‘양보와 협력’을 강조했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은 “노동 없는 기업도, 기업 없는 노동도 존재할 수 없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서로 인정하고 출발해야 한다”며 “다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공정한 협상이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며 “공정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것이 정치권에 주어진 공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왼)과 유영식 한국노총 금속노조연맹 LS일렉트릭지회장이 함께 간담회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최고위원회 산하에 '노동존중TF'를 구성하고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을 설치해 노동 현안 전반에 적극 대응하려고 하고 있다. ⓒ 김다솜 기자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왼)과 유영식 한국노총 금속노조연맹 LS일렉트릭 위원장이 함께 간담회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최고위원회 산하에 '노동존중TF'를 구성하고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을 설치해 노동 현안 전반에 적극 대응하려고 하고 있다.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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