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은 43억 벌면서 노동자 임금 5천 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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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은 43억 벌면서 노동자 임금 5천 원 올렸다  
  • 김다솜 기자
  • 승인 2020.10.2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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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5,000원 인상…아직 임단협 재개 못 했다 

[LS일렉트릭 노사 갈등 ①] LS일렉트릭 청주·천안공장 노조, 천막 펼쳤다  

LS일렉트릭은 LS그룹 계열사로 산업용 전력·자동화기기 제조업을 맡고 있다. △충북 청주 △충남 천안 △부산까지 전국 3개 사업장을 둔 대기업이다. 1975년 럭키포장으로 세워져 금성산전, LG산전, LS산전으로 이름을 바꿔 왔다. 기업명만 바뀌었을 뿐 명맥은 이어져 왔다. 

노동조합 역사도 길었다. 1987년 7월 27일 금성산전 노동조합으로 출범해 이름만 바뀌었다. 한국노총 전국금속노조연맹 LS일렉트릭 노동조합은 30년 넘게 노사 관계를 유지했고, 전체 조합원만 해도 965명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 노사 갈등이 번지면서 ‘투쟁 사업장’이 되고 말았다. - 편집자 주 

모든 원인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하 임단협)에서 불거졌다. 지난 5월 28일(금) 1차 임단협을 실시했다. 임단협은 ‘코로나’로 시작해 ‘고통 분담’으로 끝났다. 임금동결이 결론이었다. 대신 한 달 급여 5,000원 인상과 격려금 70만 원을 주겠다고 말했다. 교섭은 결렬됐다. 

올 상반기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받은 보수는 43억 2,600만 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쌓인 장기성과급 21억 4,500만 원이 쌓이면서 보수가 커졌다. 올 상반기 실적도 잘 나왔다. LS일렉트릭 영업이익도 792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9.8% 증가했다. 매출액은 1조 2,3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2% 올랐다. 

수치만 볼 때 LS일렉트릭 경영 실적은 ‘호재’다. 문제는 그 호재가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돌아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영 실적은 회장 보수에 그대로 반영됐다. 현장 노동자들은 자신들에게 돌아온 건 ‘자기희생’ 뿐이었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LS일렉트릭 청주공장 ⓒ 김다솜 기자
LS일렉트릭 청주공장 ⓒ 김다솜 기자

그들은 ‘노장’이다 

“저희 회사 경영진들이요. 작년 대비 임금 인상 100% 했어요. 그러면서 저희한테 8차에서 회사가 최종으로 제시한 게 임금 동결로 한 달 5,000원이에요. 코로나라 경영이 어려워서 노사가 양보하고, 머리 맞대면서 이 환경을 이겨내자고 하면서도 경영진들은 자기 뱃속은 잘 챙긴 거죠.”

유영식 LS일렉트릭 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장 노동자들이 겪는 건 임금인상 문제만이 아니라고 말했다. 임금피크제로 장기 근속자들이 내몰리고 있다. 평균 근속 연수 25.8년.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산업 역군으로 불리지 않는다. 

LS일렉트릭은 정년을 앞두고 4년 동안 임금피크제가 실시된다. 처음 2년은 임금 동결을 하지만 다음 해는 10% 삭감에 들어간다. 또다시 해를 넘기면 15% 삭감 받고 정년을 맞이한다. 임금피크제는 노사 간 쟁점 사항이지만 경영진은 절대 들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전국금속노조연맹 LS일렉트릭 노동조합(이하 노조)는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한다.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 장기 근속자들은 ‘노장’으로 평가받는다. 유 위원장은 “다른 회사와 다르게 나이 드신 선배들이 같이 일하는 동생보다 일도 더 많이 하고, 노하우가 있어서 젊은 사람들보다 생산이나 품질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 지역에 있는 대기업에서도 임금피크제 폐지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현대엘리베이터는 폐지를 결정했고, SK하이닉스도 3년 걸쳐서 완화하는 추세다. SK하이닉스는 3년간 매년 10%씩 삭감해왔으나 5%로 조정됐다.  

ⓒ 충북인뉴스
ⓒ 충북인뉴스

불붙은 노-노 갈등 

작년부터 노사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갑자기 현장 노동자들에게 작업모 착용을 강요했다. 대개 작업모는 현장의 안전·위생을 위해 착용한다. LS일렉트릭이 내놓은 작업모는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었다. 작업모는 본래 PCB(집적 회로, 저항기 등 전기 부품 납땜을 위한 판) 공정 노동자들만 착용했었다.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회장님 지시’라는 카더라만 나돌았다. 

“작업모 착용하는 그거야. 회사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하는 거죠. 일본 사람들 일본 가면은 기업들 다 하고 있고. 삼성도 가면 다 하고 있고. 제조 현장에서 그럴 만한... 품질 관리 차원에서 회사 특성에 따라 하는 거고.”

김정옥 청주 공장장에게 직접 물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김 공장장은 “굳이 말씀 드릴 필요가 있느냐”며 “회사 내부에서 필요에 의해 판단을 내렸고, 조합도 이해해서 일단락하고 지나간 문제”라고 답했다. 

LS일렉트릭 노동자들이 착용하는 작업모 ⓒ LS일렉트릭 노조 제공
LS일렉트릭 노동자들이 착용하는 작업모 ⓒ LS일렉트릭 노조 제공

당시 청주공장 조합원들은 대응에 나섰다. 작업모를 거부하겠다는 내용의 자보를 몸에 부착하기로 했다. 청주공장 조합원 12명이 거부했다. 모두 반장이었다. 노조에서는 조합원 제명 조치를 내렸고, 여기서 절반만 재가입했다. 

조형진 LS일렉트릭 노조 사무국장은 반장을 길들여 현장 노동자를 관리하는 노-노 갈등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회사에서 노-노 갈등을 만들었다”며 “현장 노동자들은 잔업을 많이 해야 하는데 반장에게 권한이 있다 보니 그들을 통해서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천안공장 노동자 189명 ‘무더기 징계’

  • 9월 1일 1차 징계 : 198명 견책  
  • 9월 23일 2차 징계 : 189명 급여 10% 삭감 

LS일렉트릭 천안공장 노동자들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9명만이 징계위원회에서 소명 절차를 걸쳐 2차 징계를 피했다. LS일렉트릭은 근무시간인 오전 8시 30분까지 근무복을 환복하라고 지시했다. 노동자들은 근무복 환복도 노동시간에 포함해달라면서 맞서다가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박경록 LS일렉트릭 천안공장장은 “근무시간은 관리감독자의 지시나 명령을 따르게 돼있는데 이를 위반했기 때문에 사규 위반으로 징계를 내렸다”며 “일단은 회사 지침을 지키고, 법으로 따질 사안이 있으면 그 절차대로 하라고 얘기를 했었다”고 말했다. 

“회사 측에서 근무복 환복으로 구속·지휘·감독을 하면서 제재를 가한다면 근로시간으로 봐야죠. 그 시간만큼 급여를 책정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근무시간에 환복하겠다고 했어요. 근태관리 세칙이나 취업규칙에는 복장 관련 규정이 전혀 없는데 갑자기 사내 규정 위반이라면서 징계를 내린 거죠.”

김동현 LS일렉트릭 노동조합 천안지부 사무장의 말대로 작업복 환복과 관련해 근무시간에 제재가 가해진다면 사용자 지휘 감독 행위로 볼 수 있다. 환복을 포함해 근로시간을 책정하고,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부분이다. 

ⓒ 김다솜 기자
ⓒ 김다솜 기자

노조 활동에도 제약 걸었다 

김동현 LS일렉트릭 노동조합 천안지부 사무장은 “노사 간에 어떤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런 식으로 하나씩 개입해왔다”고 주장했다. 노조 활동에도 제약이 가해졌다. 노조에서 논의해야 할 안건이 있으면 ‘조합원 전달 시간’을 가진다. 노조 활동 전반을 조합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다. 업무 시간 중 10~20분 시간을 할애한다. 

평소에는 회사와 협의 하에 이뤄졌지만 갑자기 사라졌다. 유 위원장은 ‘노조 무력화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단체협약에 명시돼있지 않다고 일방적으로 조합원 전달 시간을 없애 버렸다”며 “그전에는 노사가 서로 인정하고, 존중했던 건데 이건 노사 관계를 대등이 아닌 종속으로 바라보는 처사”라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근무복 환복, 작업모 착용, 잔업 일수 조정 등 지난해부터 불거진 일련의 과정들이 노조 파괴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현재 LS일렉트릭 청주·천안공장 조합원들은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노사 갈등의 책임을 대표이사에게 묻기 위해 조합원 상대로 퇴진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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