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1단계까지 내려왔는데…집회는 하면 안 된다?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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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집회 금지, 충북도청 규탄한다!”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집회금지 해지하라!”

충북지역시민사회노동정당인권단체(이하 충북지역단체)가 14일(수) 기자회견을 열어 집회의 자유를 짓누르는 집회금지 행정명령 해제를 촉구했다. 이들은 “집회의 권리는 두텁게 보장하고, 수반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은 무겁게 부과하는 방식으로 행정명령을 즉각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11일(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하향 조치를 내렸다. 수도권에서도 100인 이상 집회 금지가 가능하도록 조정했으나 충북도·청주시는 기존 행정명령을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충북지역단체에서는 지방 정부가 헌법에 명시된 ‘과잉 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발령되자 충북도는 수도권과 동일하게 10인 이상 집회 금지를 명령했다. 청사 100m 이내에서 집회도 막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행정명령 단계가 하향했는데도 행정명령 연장을 공고했다. 

청주시도 청사 100m 이내 집회금지와 △6인 이상 참여 금지 △앰프 사용 금지 △소음 유발 행위 금지 등 기자회견에 제한점을 둔 내용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기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 충청권 지방자치단체는 수도권보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적다는 점을 감안해 집회금지를 하지 않았다. 충북도는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79명으로 세종(78명)에 비해선 높다. 그러나 대전(412명)·충남(500명)에 비해 적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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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권리 침해 구실로 쓰이다 

안건수 충북시민사회연대회의 대표는 “집회는 힘들고, 어려운 사람이 함께 뭉쳐서 이야기 하는 공간인데 이걸 다 막으면 문제가 있다”며 “집회가 자유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권리 침해의 구실로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코로나 시기의 집회·결사의 자유에 관한 10대 원칙 (UN 평화적 집회·결사 특별보관) 
  •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2항 

정미진 인권연대 숨 일꾼은 헌법 조항을 언급하면서 충북도의 행정 남용을 일갈했다. 정 일꾼은 “충북도와 청주시가 코로나19 재난으로부터 뭘 했는지,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감염병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대로 제공했는지 묻고 싶다”며 “더 이상 시민들의 통제에 기대서 연명하려고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충북지역단체는 시민의 평화적 집회 보장이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충북도·청주시의 행정 명령이 ‘집회와 방역이 양립할 수 있는 지점’을 고민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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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충북 지역 사회 현안 

집회금지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분출할 기회가 사라지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충북도·청주시 행정명령으로 △이스타 항공 정리해고 △SK하이닉스 LNG발전소 건립 △민주노총 동시다발 결의대회 등이 가로막힐 위기에 처했다. 

이날 이스타 항공은 제주항공과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직원 605명에게 정리해고했다. 2차 구조조정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조종현 민주노총 충북본부장은 “재난 시기에 자신의 일터를 잃은 노동자들이 어디로 가야 하느냐”며 “재난 시기지만 더 많은 희생을 받는 이들이 목소리 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수도권은 충북도보다, 청주시보다 훨씬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는데 왜 (충북도·청주시는 집회를) 10인 이내로 제한하고, 청사 앞에서 하는 것까지 막아 버리냐고요. SK하이닉스 LNG발전소 건립이 문제가 되니까 관공서가 편들어 주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죠.” 

SK하이닉스 LNG발전소 건립은 산업통상자원부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우영욱 SK하이닉스 LNG발전소 건설 반대 시민대책위원장은 “주민 협의가 쟁점인데 집회를 막아 버리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놨다. 

충북지역단체는 충북도·청주시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형평성에 맞게 집회를 보장하고, 방역 규칙을 어길 시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날 충북도에 집회금지 행정명령 철회를 촉구하는 항의서한문을 전달했다. 

조태희 충북도청 행정국 총무과 주무관은 “(집회금지 행정명령이) 기본권 제한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절차를 밟고 있으니 빠른 시일 내에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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