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안의 전교조 ②] 해직교사 박옥주·이성용 교사 인터뷰 

사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합법화됐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해직 교원이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내린 지 7년 만이다. 3일(목) 대법원은 2013년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처분이 부적법하다고 결론지었다.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근거가 됐던 노동조합법 시행령 9조 2항은 ‘위헌’이 됐다. 법 안의 전교조가 충북 지역에 가져다줄 변화는 무엇일까. - 편집자 주 

ⓒ 김다솜 기자
ⓒ 김다솜 기자

기르면, 밀고, 기르면, 밀고…. 박옥주 교사는 전교조 법외노조 7년의 세월 동안 네 번 삭발했다. 지금은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닿는다. 7년 만에 긴 머리가 됐다. 법외노조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 삭발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면서 삭발, 단식, 오체투지까지 안 해본 게 없다. 사실 정권 탄압보다 시어머니가 더 걱정이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시어머니는 끝까지 며느리의 해직 사실을 모르셨다. 도저히 시어머니에겐 삭발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박 교사는 시어머니를 만날 때마다 모자를 썼다. 

“애미야. 너는 더운 데 모자는 왜 쓰고 있냐?”

시어머니의 물음에 박 교사는 너스레를 떨었다. 변명은 늘 비슷했다. “더워서 머리 짧게 쳤어요”, “머리 안 감아서 모자 쓰고 온 거예요”. 그러다 덜미가 잡혔다. 한창 법외노조 투쟁에 몰입하던 2016년에는 텔레비전만 틀면 나왔다. 시어머니가 뉴스에 나온 그를 보고 전화를 걸어오면 조퇴하고 잠깐 올라왔다고 거짓말을 해야 했다. 

박 교사가 해고되고, 법외투쟁에 나서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2013년 이명박 정부부터 법외노조 문제가 불거졌다. 해직자 노조 가입을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을 걸고 넘어졌다. 국정원에서 조직적으로 학부모단체를 지원하면서까지 전교조 반대 여론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 박옥주 교사 제공
ⓒ 박옥주 교사 제공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전교조 탄압이 노골적으로 가시화됐다. 2013년 10월 24일, 박근혜 정부는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두면 노동조합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법외 노조’를 통보했다. 전교조는 바로 행정소송을 걸었다. 처분 취소, 가처분 신청으로 다투면서 전교조의 법적지위는 7번이나 달라졌다. 결국 2016년 1월 21일 2심에서 패했다. 

교육부는 2심 판결 다음날 전교조 전임자들이 학교로 돌아가지 않으면 해고 수순을 밟으라는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게 전교조는 ‘눈엣가시’였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계획을 반대하고, 진보교육감을 탄생시키고, 사립학교의 비리를 고발하고…. 그들은 전교조 무력화를 위해 ‘법외노조’로 내모는 방법을 택했다. 

기나긴 해직의 역사 

당시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을 맡고 있던 박 교사도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그는 “당시 정권의 의도가 너무나도 분명했기 때문에 해직을 각오해서라도 전교조를 지키기 위해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국에 있는 전교조 전임자 절반 이상이 박 교사와 같은 길을 택했다.  

전국의 진보 교육감들이 고민에 빠졌다. 교육부의 후속조치가 내려온 이상 전교조 전임자 해고 수순을 밟아야 했다. 김병우 충청북도교육감은 후속조치를 연기시켰지만, 교육부는 직무이행명령을 내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직무이행명령이 내려지기 전 충청북도교육청은 박옥주·이성용 교사를 해직시켰다.

박옥주 교사 ⓒ 김다솜 기자
박옥주 교사 ⓒ 김다솜 기자

전교조 해직의 역사는 길다. 1989년 전교조가 창립되고 정부는 교사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일을 불법이라 봤다. ‘좌경의식화교사’로 도장을 찍었다. 이 과정에서 1,527명의 교사들이 교단을 떠났다. 창립 이후 지금까지 전교조 교사들은 전국 곳곳에서 고초를 겪었다. 학내 비리를 고발하다 중징계를 받기도 하고, 일제고사를 거부하거나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해직당하기도 했다. 

이성용 교사는 두 번 해직 당했다.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는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전교조 소속 교사 134명을 파면·해임하기로 결정했다. 이 교사는 134명 중 한 명이다. 소액 후원이었으나 정치자금법 위반 및 정당법 위반으로 해임 당했다. 

그는 충청북도교육청의 징계 처분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행정소송에서 사법부가 충청북도 교육청이 징계권을 남용했다는 판결을 받아 냈다. 다시 교단으로 돌아갔지만, 전교조 충북지부장으로 선출되면서 두 번째 해직을 맞이하게 됐다.  

다행히 전교조 활동을 하다 피해를 입었을 경우 구제해주는 제도가 있었다.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끌어 모아 생활비를 보전해줬다. 경제적 어려움이 문제가 아니었다. 투쟁은 불가피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몰아내기는 납득할 수 없는 문제였다. 

“저는 묻고 싶어요. 왜 그렇게 탄압을 했느냐,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느냐고. 그렇게 안 할 수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왜 굳이 해고를 시키고, 법외노조를 통보했는지 묻고 싶어요. 상식적이지 않잖아요.” 

이성용 교사 ⓒ 김다솜 기자
이성용 교사 ⓒ 김다솜 기자

이제는 법 안의 노조 

그렇게 7년이 지나고, 이제 전교조는 ‘법 안의 노조’가 됐다. 지난 3일(목)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전국 전교조 지부는 물론이고, 한때는 교육부의 직무이행명령에 따라 전임자들을 해고했던 진보 교육감마저 그 판결을 환영했다. 

“정권에 따라 (교육감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분노할 만한 일이고,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으로 봤을 때 안타깝고, 슬픈 일이죠. 그 사람이 추구하겠다는 교육 가치나 철학이 시류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걸 말하니까요. 그 피해는 학생과 교사에게 갑니다. 교육의 전망은 불투명해지고, 그가 교육 개혁을 한다고 말했을 때 신뢰가 떨어지죠.” 

충청북도교육청도 충북 해직 교사 두 명에 대한 복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 교사는 “아이들과 교실이란 공간에서 함께 공부하고, 배우고 가르칠 생각을 하면 설레기도 하고, 상상하는 것과 얼마나 다를까 싶다”고 말했다. 

전교조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조직 아니냐는 우려도 학교 현장에 남아있다. 박 교사는 전교조 출신으로 당선된 교육감 10명을 언급했다. 박 교사는 “학교 현장에 전교조 교사 조직률이 11% 정도로 그렇게 높진 않지만 한 번이라도 학부모들이 전교조 교사를 경험하고, 아이들이 관계를 맺으면 편향된 조직이 아니라는 걸 이해한다”고 전했다. ‘법 안의 노조’가 된 전교조가 학교 현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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