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백제를 세워 신라와 고려 후삼국 시대를 열었던 견훤. 그는 40여 년간 왕으로 재위하면서 천년 왕국 신라의 수도 서라벌에 들어가 경애왕을 사로잡고 왕건의 고려와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다.

말로는 비참했다. 큰아들 신검이 일으킨 정변으로 왕위에서 축출됐고 금산사에 유배됐다. 아들이 아버지를 배신한 것.

그러자 이번엔 아버지 견훤이 아들 신검을 배신했다. 금산사를 탈출한 견훤은 적이었던 고려 왕건에게 귀순했다.

급기야 견훤은 고려군의 선봉이 돼 아들 신검이 왕으로 있는 후백제를 멸망시켰다.

견훤의 아버지 아자개도 그랬다. 경북 상주지방의 호족이었던 아자개는 아들 견훤을 뒤로하고 일찍이 왕건에 투항했다.

견훤을 중심으로 한 3대는 ‘한 가족 한 식구’가 아니라 ‘콩가루’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충북도의회를 보노라면 ‘견훤3대’ 못지않다. 충북도의회 32석 중 27석을 가지고 있지만 5석의 미래통합당에 칼자루를 내줬다.

화근은 충북도의회 의장선거였다. ‘14:13’으로 한 표 차이로 박문희 도의원이 의장에 선출됐다. 떨어진 연철흠 도의원 측에선 각을 세웠다.

도의장 선거 직후 연철흠 의원 진영에선 A 의원과 B 의원 등을 ‘배신자’로 규정하고 상임위원장은 절대 못 하게 하겠다고 했다는 말들이 민주당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이런 소문은 7일 진행된 충북도의회 상임위원장 선출과정에서 거침없이 드러났다.

일부 민주당 도의원들은 같은 당 박문희 의장이 제출한 상임위원장 선출안에 대해서 ‘핀셋’ 이의를 제기했고 표결로 몰았다.

표결 결과 육미선·윤남진 도의원에 대한 상임위원장 선출안이 부결됐다. 박성원 도의원만이 32명 중 찬성 18표를 얻어 상임위원장에 선출됐다.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누가 찬성·반대표를 던졌는지 알 수 없지만 5명의 미래통합당 소속 도의원들이 칼자루를 행사했다는 불을 보듯 뻔하다.

27석의 거대정당이 감투를 둘러싼 집안싸움 끝에 5석의 상대 정당을 끌어들여 같은 당 후보에 복수의 앙갚음을 날린 셈이다.

왕의 자리를 아들에게 빼앗긴 견훤이 적장인 왕건에 투항해 복수한 것과 무엇이 다르랴.

민주당 충북도의원들이 잿밥 싸움에는 적장까지도 끌어들일 정도로 모질지만 정작 해야 할 일에는 ‘꽝’이다.

‘농민수당조례’만 하더라도 충북과 경북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지자체는 모두 제정했다. 충북도의회가 외면하니 농민들이 나서 2만4000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 발의’를 했다.

일하라고 뽑아준 충북도의회가 하지 않으니 주민 직접 발의에 나선 것이다. 당연히 수고로움은 농민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충북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이제라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같은 집 식구끼리 ‘감투싸움’에 나선 거도 볼썽사납다. 상대진영을 끌어들여 제 식구 쳐내는 것도 보기 안 좋다. 충북도의회 32석 중 27석의 임기는 2년이면 종료된다.

이제 집안싸움 끝내고 일 좀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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