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안에 새로운 청주학운위협 만들어질 예정
소통부재, 규약개정, 협의회장 선거 사사건건 갈등
“학교민주주의 실현할 수 있는 학운위는 어디로……”

지난 3일 열린 '청주시 학교(유치원)운영위원장 협의회 설명회 및 오리엔테이션'에서 황동민 전 협의장이 설명을 하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청주시 학교(유치원)운영위원장 협의회 설명회 및 오리엔테이션'에서 황동민 전 협의장이 설명을 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갈등으로 점철됐던 청주시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협의회)가 결국 두 개로 쪼개질 전망이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올바른 운영과 건강한 교육풍토 조성’을 목표로 두고 있지만 임원들의 소통부재, 이로 인한 갈등, 규약개정, 협의회장 선거까지 회원들은 지난 1년 동안 사사건건 갈등을 겪으며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2016년~2017년 협의회장이었던 황동민 씨를 주축으로 다수의 학운위원장들은 기존 협의회와 차별화되는 새로운 단체를 만든다며 오는 18일 창립총회를 계획하고 있다. 80여명의 발기인 명부도 확보해 놓은 상태라고 주장한다.

반면 현 협의회 임원들은 새로운 협의회를 또 만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업무방해 및 협의회를 분열시키는 행동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협의회가 ‘학운위의 올바른 운영과 건강한 교육풍토 조성’이라는 목표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갈등으로 점철된 1년

협의회 갈등은 사실상 지난해 내내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소통부재가 문제였다"며 “단적인 예로 지난해 5월 집행부는 전국소년체육대회 응원행사를 계획했으나 회장이 아무런 연락도 없이 계획을 파기하고 변경했다. 이는 아주 작은 일례일 뿐이다. 어떤 일을 결정해놓고 갑자기 바꾸거나 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설명했다.

감사해임도 있었다. 이사들이 감사를 해임하고 나선 것이다. 이유는 △협의회 결정사항 미준수 △임원의 임무와 권한 위반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등이다. 해임 이후 나머지 한명의 감사도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지난해 협의회는 감사없이 운영됐었다.

특히 고영재 전 회장은 임효상 전 부회장을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강요죄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SNS상에서 나눴던 대화내용이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집행부가 추진했던 규약개정은 갈등을 더욱 촉발시켰다. 당시 집행부는 단체이름을 '학운위원장협의회'에서 '학운위협의회'로 바꾸면서 일반 위원들도 회원으로 참여시키자고 주장했다. 또 협의회장 출마자격을 학부모로 국한시켰다. 사업상 도움을 받기 위해, 개인적인 이권을 챙기기 위해 학부모도 아닌 지역위원들이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회원들에게 서면으로 찬반을 물었고 175명이 참여, 124명(77.5%)이 찬성해 규약이 개정됐다.

그러나 전 협의회 임원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서면결의서를 각 학교 행정실로 발송한 청주교육지원청을 항의방문하고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지역위원을 협의회장 선거에서 배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또 코로나19를 명분으로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던 임시총회 서면결의 시도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도교육청도 규약개정 전으로 되돌리라고 권고했다. 도교육청이 요청한 것은 △운영위원회 협의회로 명칭을 통일할 것 △운영위원장만 협의회 회원으로 인정할 것 △학부모가 아닌 지역위원도 협의회장 선거에 나갈 수 있다고 할 것 등이다.

결국 현재 회장단은 지난 15일 각 학교에 규약을 예전으로 되돌릴 것을 찬반으로 묻는 공문을 다시 보냈다. 의견수렴은 19일까지이고 이를 통해 도교육청 권고사항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황동민 씨를 주축으로 하는 전 협의회장들은 찬성표가 많이 나와 규약을 예전으로 되돌린다 해도 현재 운영위원장이 아닌 사람이 협의회 임원을 맡고 있고, 무투표 선거 자체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을 협의회 임원으로 앉히기 위해 규약을 바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있었던 선거는 결정타가 됐다.

협의회 선관위는 후보로 등록한 이종희 후보와 황동민 후보 중, 황 후보에 대해 '연임규정에 위반된다'며 자격을 박탈했다. 결국 이종희 후보는 무투표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무투표 당선은 협의회에서 처음 있는 일이지만 이는 선관위 규칙에 명백히 명시돼 있는 규칙이라는 게 선관위 설명이다.

청주학
청주시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 선관위는 '후보가 1인일 경우 무투표 당선' 조항이 선관위 규칙에 있기 때문에 이종희 현 협의회장 당선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 후보의 자격박탈 근거는 2017년 황동민 씨가 회장으로 있을 당시 만든 규약, ‘1회에 한 해 연임 또는 중임에 한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선관위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2년간 협의회장을 역임한 황동민 씨는 이미 연임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 씨는 통상 규약의 적용시점은 제정된 이후부터이기 때문에 자신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16년 역임했던 회장직은 계산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양측은 법률대리인들 의견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연임·중임규정 위반'을 언제부터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같은 규약을 두고 다른 해석'을 하게 된 것이다. 선관위는 각종 의혹제기로 협의회 운영을 방해하고 분열시킨 황동민 씨에 대해 법적조치를 하겠다고 밝혔고 황동민 씨도 법적으로 맞서겠다고 나서고 있다.

결국 협의회 갈등은 복잡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법원 결정에  맡겨지게 됐다. 현 집행부는 올 사업추진을 위한 동력을 상당부분 잃게 된 셈이다.

 

"이럴거면 차라리 협의회 없애자"

당초 협의회 설립목적은 단위학교 운영위원회가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정보교환 등을 원활히 해 운영위원회를 활성화기키자는 것이다. 각종 연수와 정보교육, 교육봉사 등이 주 활동이다. 

그러나 현재 협의회 모습은 이 목표에 한참 모자란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청주지역 학운위 구성원이 70% 이상 바뀐 상황에서 대다수 운영위원들은 무엇 때문에 갈등을 하고 있는지 상황파악도 못하고 있다. 일부는 ‘진흙탕 싸움’쯤으로 여기고, 운영위와 협의회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감도 나타내고 있다.

지난 3일 새로운 단체를 만들려는 측이 개최한 설명회에 참석한 A씨는 “올해 처음 학운위원장이 돼서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됐다. 갈등이 많다는 말은 들었지만 도대체 뭐 때문에 이러지는 모르겠다. 싸움하는 걸 보여주려고 오라고 했냐”며 “이럴 거면 협의회가 왜 있어야 하느냐”며 따졌다.

또 B학교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모 씨는 “협의회도 그렇고, 운영위도 그렇고  결국은 애들을 위해서 있는 건데 너무 창피하다. 진작에 양측이 협의를 했어야 했는데 안타깝다. 더 이상 협의회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처음으로 협의회 회비도 안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어려운 아이들 도와주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협의회를 아예 없애는 게 차라리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학교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 박진희 회장은 "협의회장 선거에서 지역위원을 배제한 것도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70%이상 찬성을 얻어 바꿨으면 최소한 1년이라도 따라줘야 하는데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아이들 교사 모두 힘든 비상시국에 협의회가 아무런 일을 못하고 있다. 너무 답답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주교육지원청 한 관계자는 “학운위협의회는 임의단체이기 때문에 개입할 수는 없지만 빨리 화합을 했으면 좋겠다”며 “새로운 단체가 생긴다 해도 행정상 기존에 있던 단체만 협의회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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